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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랑 28세

| 조회수 : 4,254 | 추천수 : 35
작성일 : 2010-12-16 23: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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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장판 '노다메 칸타빌레'를 보셨나요?

영화에서 노다메가 모짜르트 피아노 소나타 11번 3악장,일명 <터키행진곡>을 아주 특이하게 연주하죠.
물론 노다메의 실연은 아닐터,누굴까?
요즘 너무 잘나가는 피아니스트 랑랑(사진,28)입니다.
왜 랑랑이였을까요?? 파격적인 해석에 랑랑이 적임자였기 때문.
쉰들러리스트 끝 장면에 짧은 다큐멘터리 필름과 함께 애잔히 흐르는 바이올린 곡 연주는 이작펄만(65)입니다.
왜 펄만? 그야,그가 이스라엘 텔아비브 출신이기에.
둘은 같은 이치입니다.

그런 그가 예술의 전당에서 4일 피아노 리사이틀을 가졌네요.
가까워선지,동양인으로 친밀감인지, 아니면 친한파여서인지,,,93년 이후 거의 해마다.
뭐 세계적 뮤지선이 한국을 자주 들르는 거야 좋은 거겠죠.
28세 중국 국적의 랑랑(郞朗),,,'사내 郞'에 '밝은 朗'.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대단합니다,,,이름처럼 빛나요..

        ***출연료가 가장 쎄고,팬이 가장 많으며,불러주는 데도 많은.

작곡가가 누구든 어떤 곡이든 현란한 테크닉, 독특한 곡 해석으로 청중을 휘여잡습니다.
여기에 세련되고 열정적인 포퍼먼스까지.
그가 서는 무대에서 매진과 기립박수는 이제 기본.
어떤이들은 그에게서 21세기 클래식을 이끌  아이콘을 발견합니다.
전통의 스타인 웨이가 랑랑 이름을 따 '랑랑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내놓았고,
그가 지닌 소품,신발,스카프,만년필(몽블랑)까지 상풍화되고 있으니,이쯤 되면 문화현상이여요.

영국여왕도 푸친도 공연장을,오바바 노벨평화상 시상식 축하연주,
CNN에서는 특집,백악관 연주,유럽컵 폐막식 공연,북경 올림픽 개막식 연주,,,등등.
28세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네요.
앞으론,좋든 싫든 피아노 음악을 좋아하신 분이시다면 반드시 랑랑를 만나게 될듯.

       ***천적(?) 랑랑 과 윤디 리

랑랑엔 꼭 따르는 피아니스트가 있습니다,,,어찌보면 운명적인.
나이도 국적도 같은 윤디 리(李).
둘은 지금 중국의 클래식계를 대표하는 원투펀치여요
중국이 세계에 내놓은 건 마오이즘밖에 없다고들 말하죠.
근자엔 월 마트를 가득 채우고있는 싸구려 생활용품도.

그런 중국이 폼나는 소프트 코드,폼나는 문화상품을 하나 내놓았으니 랑랑과 윤디 리입니다.
팔영후(八零後)새대,,,중국 개방화  80년대 이후에 태어난 세대요,,,둘은 똑같이 83년생.
하늘 아래 천자는 둘일수없는 법이죠.
한번도 같이 공식적인 무대에 서본 적이 없는 둘은 사이가 별로여요.
드러내 보이지는 않지만 그들 언어로 견원지간 같은.
랑랑은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연주로 세계 5억 시청자 향해 존재가치를 확실히 심었어요.
국가적으로 밀어주니,,중국의 영웅.
'피아니스트를 거국적으로 후원한다???',,,,좀 반문화적이지만 어떻든 그러하네요.
그래서 랑랑에게선 중화의 검은 그림자가 비춰지기도.

둘은 같고 다릅니다.
83년생으로 같고 외모,분위기,피아니즘에선 다릅니다.
랑랑 외모는 눈도 좀 튀어나오고 공격적인 모습,,,반대로  윤디 리는 앳되고 세련된 귀공자풍.
사실 강호에 이름을 먼저 드러낸 건 윤디 리입니다.
쇼팽콩클은 5년만에 열립니다,,,1995,2000,2005,2010년 이리.
윤디 리는 2000년 최연소로 쇼팽콩클서 우승했는데 이 우승이 장난이 아니였어요.
이전 10년 동안 우승자가 없었으니 무려 15년만에 우승자가 나온거죠.
당시 심사위원으로 아르헤리치도 있었는데 만장일치로.
쇼팽을 천착해선지 내성적에 외모 만큼이나 그의 피아니즘은 단아하고 정적입니다.
최근엔 랑랑을 의식했는지 국제 무대서  이름도 윤디로 바꿨어요.
  
    *** 병자호란 때 정착한 조선족??

랑랑은 어려서 부터 삶이 황무지였어요.
중국 변방인 만주 선양(심양)에서 태어났고,특이하게도 아버지가 얼후 연주자,어머니는 노동자였네요.
돈 때문인지 어려서 피아노 선생님의 냉대를 받아 피아노를 그만두려했고.

한때 고구려 땅이기도 했던 선양 하니 생각납니다.
선양이  만주족 청나라의 초기 수도요,모태였거든요,,,건국자 누르하치 능도 그곳에.
병자호란으로 소현세자,봉림대군(효종),김상헌,삼학사등이 끌려가 삼학사가 처형된 곳.
그리고 두 세자는 8년간 인질로 머물었던 곳.
병자호란 때 조선 수십만명이 끌려갔는데 일부는 속환금을 주어 조선으로 돌아왔죠.
그러나 대부분은 인간시장서 노예로 팔리였고 그곳서 눌러살았어요.
코리아 타운이도 있듯,그래서 지금도 선양에 조선족이 많습니다.
혹 그 조선족아닐까요???ㅎ그래서 한국에 자주 오는 지도....
공연 전날에는 과천 현대미술관에서 팝아트 관련 홍보대사 역할도 했고,
14일에는 엠비시 예술마당에 출연 이번 공연곡을 다시 들려주었거든요.

각설하고,
미국 5대 오케스트라의 특징 중 하나가 소재 시에 유명 음악원이나 음대가 있다는 거여요.
뉴욕에 줄리아드,보스턴에 버클리 음대,클리블랜드에 클리블랜드 음악원,필라델피아에 커티스 음악원,,,등등.
이미 국내서 유명해진 랑랑은 커티스음악원에 들어가요.
이미 천재성이 드러나 '중국의 모짜르트'라는 별명까지 얻었으니 커티스 생활은 길지 않았죠.
    
      *** 30년전 정경화의 대타 데뷔와 비슷한 랑랑~~

음악계에선 극적인 데뷔가 참 많아요.
지휘자 토스카니니,파바로티 등등,,,정경화 데뷔도 참 흥미롭네요.
정경화가 세계 무대에 드러낼 때 대단했죠.당시는 정상의 여자 바이올린리스트가 없었으니 더.
동양 여성으로는 최초로 세계적인 바이올린리스트 신호를 알리는 거였으니까요.

1970년 이작 펄만이 런던 심포니오케스트라(지휘,앙드레 프레빈)와 협연 직전,연주를 취소했어요.
비상 걸린 악단측은 3년 전 레벤트리트 콩쿠르에서 19세 나이로 우승한 정경화를 긴급 섭외했구요.
가냘픈 아시아 여성 연주자가 리허설 무대에 올라오자,
예정된 차이코프스키협주곡 대신 갑자기 멘델스존 협주곡을 연주하기 시작했습니다,,물론 신참을 골려줄려고.
멘델스존은 두 소절 만에 바이올린이 따라나와야 하기에(약2초) 그 돌발 상황이라면 누구나 당황할수 밖에.
그러나 정경화가 누굽니까,그녀는 반사적으로 연주에 들어갔어요.
이후 이 대타 연주회는 런던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고,세계적 음반사인 데카는 그녀에게 전보를 쳤습니다.
결국 한달 뒤,같은 악단 같은 지휘자와 차이코프스키&시벨리우스 바이올린협주곡으로 데뷔음반까지 녹음을.  
한국을 출발한 그녀는  앵커리지 공항에 잠시 내렸던 시간에도 공항 사무실에서 연습에 몰두했다죠.
'정경화 신화'의 시작은 이랬습니다.

랑랑도 그랬어요.
안드레 와츠가 에센 바흐 지휘 시카코 심퍼니와 협연하기로 되어있었는데 건강악화로 취소가요.
대타로 섭외된 이가 19세 랑랑이였습니다.
그도 차이코프스키 피아노협주곡으로 3만 청중앞에서 그랜드슬램을.
랑랑 스스로 말했듯 이때가 그의 음악인생에서 가장 극적이였죠.
둘은 비슷한 구석이 이리 있네요.
30년 시차로 대타 연주로 기회를 잡았고  나이도 둘다 19세.

랑랑과 윤디~
우리엔 누굴까요?
임동혁(26)과 임선욱(23)??,,,,앞으로 그랬으면................

실은 윤디와 랑랑은 한달 사이로 서울서 시간차 전투를 치뤘어요.
윤디는 이미 11월 초 공연을.
이제 랑랑입니다.12월 4일 장소는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
랑랑이 마치 한류 스타들의 세련된 모습으로  입장합니다.
무대 첫인사도  정제되 보이네요.

오늘 선뵈일 곡은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3번&23번,알베르니의 리베리아 2권,프로코 피에프의 피아노소나타 7번.
이는 2월 오스트리아 빈 뮤지크페란인 황금홀에서 연주한 곡 레파토리와 일치하네요.
이날 실황은 최근 소니 음반으로도 출시되었죠.
당시  명품귀의 빈 노땅들로 부터 기립박수를 받았습니다.
그러니 빈과 서울을 비교해보는 것도 참 흥미롭네요.
현장서 그 음반도 사고 싸인도.,,,늙으막 48세가 랑랑 18세에.
      
       ***피아노 소나타 3번,,,'나는 베토벤이다!'

베토벤 소나타 32곡은 피아니스트들이 넘어야할 산이요, 경전이죠.
피아노가 표현해낼수 있는 모든 것이 이 소나타들 속에,,,희노애락에 삶의 축소판같은.
오죽했으면 백건우는 /죽을 때 까지 쳐도 행복할 거/라 했을까요.

한국 산악의 알파요 오메가인 '설악산'~~.
가끔 생각해봅니다.
그 설악의 대청봉서 아스라이 멀어지는 백두대간을 바라보며 베토벤 소나타를 듣는 거요.
태백산맥 마지막 권 마지막 장 이면 더 금상첨화이려나,,,염상진 묘앞에 선 하대치 그거.
뭐,정상에 서면 등정이 넘 힘들어서 그런 생각은 딱 가시고 말겠지만.

3번은 1,2번과 함께 나온 곡으로 베토벤의 청년 시절의 패기,실험 정신이 엿보입니다.
30대 초반,1800년대에 이르러서야 베토벤은 '비로서 베토벤'이 됩니다.
이전 베토벤은 하이든,모짜르트의 영향 하에 있었다는 얘기겠죠.
실제로 1795년 경 베토벤은 하이든 밑에서 잠시 공부했어요.
워낙 자아가 쎄고 성격 또한 엿같아 한바탕 싸우고 떠났지만,
옛 스승에 대한 미안함이였는지 이후 3곡을 하이든 앞에서 연주한 후 헌정했습니다.
당대 최고 뮤지션 하이든을 통한 곡의 선전 효과를 노렸는지도 모르겠네요.

3번에서는 빈 음악계를 평정하겠다는 베토벤의 야심같은 걸 엿볼 수 있어 재미있습니다.
오케스트라의 모든 악기는 동방에서 전해진 후 개량되었지만 피아노는 유럽 악기여요.
피아노 전신이 합시코드인데,베토벤 청년시절 즈음 막 합시코드를 밀어내고 피아노가 인기를 모으고있었어요.
베토벤 시절만 해도 작곡가는 자신의 연주로 초연하는게 일반적이였습니다.
그래서 베토벤,모짜르트,하이든,헨델,바흐,비발디가  명연주자였던 거죠.

당시는 명 피아니스트 흄멜이 이름을 날리고 있었습니다.
성격,외모는 개떡같았지만,야망의 사나이 베토벤이 가만히 있을리가요.
자신의 연주실력을 빈 청중에 과시할 목적으로 작곡한게 소나타 3번입니다.
과시하려니 당연 곡은 화려해지고 연주자 기교를 요구할수밖에요.
그래서 3번은 콩클에서 지정곡으로 인기가 높습니다.
물론 3번에선 베토벤의 특징인 곡 속에 자신의 사유를 투영할 겨를이 없었겠죠.

어떠시나요?
화려하면서 기교를 요하는 3번,,,,바로 그 곡을 랑랑이 연주하네요.
2층 박스석에 있는 나,,,신납니다.흥겹습니다.
      
      ***열정 제목은 출판업자가,,,왜? 악보 많이 팔려구.

다음 곡은 피아노 소나타 23번 '열정'~~~
학창시절 비창,월광과 함께 3대 소나타로 배웠었죠.
열정이란 부제는 베토벤이 아닌 출판업자에 의해 붙혀진 거구.
왜 출판업자가? 악보 많이 팔려구요.
당시 악보는 지금의 음반같은 주 수입원이였으니.
당대는 곡의 제목이나 악장 간 부제가 출판업자의 요청에 의해 달라지곤 했어요.
대중이 좋아하는 칸타빌레,미뉴엣,로망스,,,,,등등으로.
예나 지금이나 돈벌이가 먼저였다는.
순수예술? 이거 웃기는 얘깁니다.

그럼에도 '열정'이란 별칭은 곡의 특성을 잘 반영했다고 볼수있어요.
실연이든 음반이든,
열정에 몰입하다 보면 큐피트 화살에 맞은 사람처럼 얼굴이 붉어지고,심장은 쿵쿵, 걸음걸이는 빨라집니다.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을까요?
혹자는 베토벤이 목하 열애중(늘 그러하듯 원사이드였겠지만)이였다는 데서 연유를 찾기도합니다.
물론 이는 음악 감상에 별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겠지만.

         ***오스카 와일드 & 반룬의 예술관을 생각케하는 '열정' 소나타

오스카 와일드는 /인생은 예술을 추종한다/했죠.
포스트 모던시대,,,작금은 삶이 예술을 추종하지만 본질적으론 예술이 삶을 추종합니다.
미술사학자로 'The Arts'의 저자 반룬은(1882~1944) /예술이 예술로서 얘기되지않고 다른 얘기가 필요할 때 예술은 종말을 고한다/고 했구요.
운명,합창 교향곡이 웅변하듯 베토벤 만큼이나 시대적 소명에 부응한 작곡가도 없었습니다.
후기 현악4중주에서 보듯 죽을 때 까지 음악사 최고 정점에 서려고 발버둥쳤구요.
레슨女(특히 귀족들만)에게선 어김없이 사랑의 열병을 알았습니다.
          
'열정'은 바로 그 열병 소산입니다.
당시 베토벤은 부른스비크 백작의 누이 둘을 가르치고 있었어요.
한 여인은 '불멸의 여인'으로 알려진 테레제,또한 여인은 요제피네입니다.
요제피네는 육감적,테레제는 단아하도 정적인 분위기였다죠.
참고로,베토벤은 '열정' 후 3년만에 24번(테레제 소나타)을 테레제에 헌정합니다.
테레제 소나타라는 명품백으로 유혹했겠죠.
테레제 소나타는 이전 '열정'에 비해 아름답고 서정적인 선률(테레제 성격 반영이기에)이 압권입니다.

휘몰아치는 1,3악장은 요제피네를,정적인 2악장은 테레제를 그렸다고들 합니다.
그러니 1,3악장을 휩쓸고 간 격렬함은 요제피네의 육감에 대한 배토벤의 음악적 반응이겠네요..
초겨울 낙엽을 휩쓸고 지나가는 바람처럼,물결쳐 지나가는 아르페지오가 난 특히 좋습니다.
말초신경을 건드리기도 하고.
여하튼 오스카 와일드와 반룬의 예술관을 생각케하는 열정 소나타입니다.

열정의 특성은 너무나 많습니다(그래서 명곡이지만)
특히나 표현의 여백이 많습니다.
여백이 많다는 것은 연주자에겐 표현의 폭이,감상자에겐 다양한 감상이 가능하다는 거겠죠.
모짜르트 강점이 바로 이점입니다,,,표현의 여백이 많다는.
열정엔 그런 여백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연주자의 기질,역량에 따라 표현이 다양합니다.
정적인 브렌델,컴퓨터 연주 폴리니 있는가 하면 랑랑 처럼 락 스타의 거침없는 비쥬얼도,,,백인백색.
열정을 잘 치는 사람은 왠지 마음이 무척 맑을거같은 생각도 들고요.

        ***흥겨운듯 반동을 살려 어개춤을 추네요

많은 연주를 보았지만 어깨춤은 처음 봅니다.(정말 조선족이려나???)
어깨를 한껏 펴고 상체를 뒤로 젖히고는 한손은 건반에 또 한손은 허공에 올려 포물선을 긋습니다.
자신의 타건에 놀란듯 뒤로 움찔거리네요.
마치 자신을 지휘하고 있는듯한.
드라마틱한  웰 메이드 허리웃 블록버스터가 따로 없네요
안면근육만 씰룩거리는 거 외에는 미동도 없는 미켄란젤리가 이를 보았으면 기겁했을 거여요.

그래서 호불호가 너무나 극명한 랑랑~~.
저런 랑랑의 연주에 열광하는 청중을 보면 그가 클래식 산업의 중심에 서있다는 말이 실감이 갑니다.
/연주는 각자 개성의 표현이요 청중과 호흡하는 것은 연주자 고유 권한이다!/
불호 입장에 선 사람에 대한 랑랑의 응답입니다.
말이야 백번 천번 옳네요.

사실 클래식 본래의 모습은 요즘과는 180도로 달랐습니다.
마치 사제인양 연주자가 재단에서 연주 제의를 주도하고 청중은 신도처럼 객석에 앉아 수용만 하는,,,
그런 정적이고 일방통행식  연주가 모범답안으로 신봉될 때는 1백년도 안되었죠.
베토벤 시절엔 음악회장서 밥도 시켜먹고 연애도 하고 그랬습니다.



공연 후 사인회~

         ***열정 2악장으로 더 슬펐던 영화 '사랑할 때와 죽을 때'

명화나 명곡은 요즘 영화산업에서 고부가가치 아이템입니다.
'책읽어 주는 여자'하면 17번 템페스트가 생각나듯 '열정 소나타'를 듣다보면 생각나는 영화가 있어요.
'사랑할 때와 죽을 때'(A Time to Love and a Time to Die,1958)입니다.

1944년 이른 봄, 러시아 동부 전선.
독일군은 패색이 짙어져가고 어느날 학생 출신 병사 글레버는 며칠간 휴가를 얻어 고향으로 돌아온다.
연합군 폭격으로 집은 산산조각이 났고 부모의 행방도 묘연하다.
어머니 주치의(유태인)의 딸 엘리자베스는 게슈타포에게 강제수용소로 끌려간 아버지를 애타게 기다린다.
글레버와 엘리자베스는 잛은 시간에도 사랑을 느끼고 결혼을 한다.
그러던 어느날 아침,글레버는 동창생 집을 찾지만 친구는 그 지구 비밀경찰,곧 게슈타포의 책임자였다.
그는 밤새 술을 마시고 철야 파티 중, 시가를 문 그는 글레버를 반기면서 나폴레옹 코냑을 권한다.

/웬일인가?/
/실은 부탁이 있어서...닥터 쿠르제의 소식을 알았으면 해서.../
/아, 그 유태인?/
글레버는 일이 신통치 않음을 알고 그만 돌아서려하는데,
친구인 젊은 게슈타포는 성냥개비를 피아노 위에다 장작더미처럼 쌓아올리고 보드카를 붓고는 불을 지른다.
그리고 껄걸 웃으면서 말한다.
/유태인 신세는 이런 거라구.이렇게 불태워버리는 거야.하하하하./
그리고는 그는 피아노를 친다.
베토벤 소나타 23번 소나타 F단조 작품 57번 중 2악장 안단체 콘모토.
아,이 얼마나 잔인한 '열정'인가!

       ***자폐증이 바흐를 만나면 굴드가 되고,ADHD가 낭만파를 만나면 랑랑이??

비슷한 예는 많아요.,,영화 '양들의 침묵'~~
희대의 살인광 랙터박사(안소니 홉킨스)가 교도관을 죽이고 막 패이스 오프 하려는 장면.
이때 그의 휴대용 카세트에서는  바흐의 '골든베르크 변주곡'이 흘러나옵니다.
그것도,자페증 증세가 있었고 가냘픈 영혼의 소유자 글렌 굴드(1832~1982)연주로.
아름다운 명곡에 꼭 살인 코드를 연결시키는,,,아,이 후대의 교모함이란....
글랜 굴드가 하니 생각나네요.
/자폐증이 바흐를 만나면 굴드가 되고,ADHD(주의력결핍,산만과다 행동장애)가 낭만파음악을 만나면 랑랑이 된다!/
이거 말되나요??(웃자는 얘기ㅋ)
      
         ***열 두 개의 반짝이는 보석,,,피아노곡 '이베리아'

세번째 곡은 이사크 알베니스(Issac Albéniz, 1860~1909)의 이베리아 1권입니다.
여기서 이베리아는 스페인을 말합니다.
알베니스가 말년 파리에 머물면서  조국 스페인,
특히 지중해 연안의 안다루시아 지역 풍물을 회상하며 작곡한 곡입니다.
노 음악가의 조국에 대한 마지막 헌시라고나 할까요.
체코의 드보르작과 스메타나,노르웨이의 그리그 처럼 알베니스는 팔야,그라다노스와 함께 스페인 국민음악을 완성한 인물입니다.
그리그를 '북극의 쇼팽'이라 부르듯 알베니스는 '스페인의 쇼팽'으로 불리죠.

이베리아는 총12곡으로 이뤄진 모음곡이여요.
안다루시아 지방의 유적,풍물,투우,종교 행사(카톨릭),항구등의 특성을 음악적으로 표현한.
그래서 '각 사물에 대한 12개의 인상' 이라는 부제가 달려있죠.
3곡을 1권으로 묶어 총4권을 수년에 걸쳐 발표했는데 이번 연주는 1권이네요.
첫곡인 '회상'은 바스크 지방을 시적이고 환상적으로 표혔했습니다.
'항구'는 지중해 연안 '산타 마리아' 항구의 번화한 분위기를,
'세비야의 크리스트 성체'는  카톨릭 종교 행렬을 묘사하고 있구요.

알베니스는 카탈루냐 태생이면서도 무어인의 기질을 지녔어요.
그래서 무어인의 영원한 고향 안다루시아를 음악으로 옮겼겠죠.
카탈루니야는 프랑스 국경 지역으로 바스크 지역과 함께 분리주의가 드쎈 스페인의 골치덩이죠.
피카소의 게르니카는 바로 바스크 분리주의에 대한 독재자 프랑코의 사주를 받은 나치의 학살공습이 주제였듯이.
바스크와 함께 한때는 이 지역이 프랑스 땅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선지 알베니스는 파리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리스트를 만나면서 그의 음악인생이 펴요.
그리고 리스트의 비르투오시티,쇼팽의 감수성,그리고 드뷔시의 인상주의까지 소화하죠.
여기에다 스펜인 특유의 정렬적인 리듬,민요적인 선율을 가미 스페인 피아니즘을 완성합니다.
리스트 영향으로 20대에 당대 최고 피아니스트였고.

       ***리베리아는 라벨의 '볼레로'를 낳고

드뷔시는 좀처럼 남 칭찬하는 법이 없는데,
/그는 스페인 특유의 풍부한 우수와 독특한 유머를 제대로 다룰 줄 아는 최초의 인물이다/
파야는 '이베리아'를 가리켜 /열 두 개의 반짝이는 보석들/이라 했죠.
명곡 '리베리아'는 또하나의 장강의 뒷물결을 만나는데,라벨의 '볼레로'여요.
라벨은 리베리아를 발레를 위한 관현악곡으로 편곡하려다가 방향을 바꿔 '볼레로'를 작곡했거든요.
라벨은 무소르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을 관현악으로 편곡한 편곡의 대가입니다.
한참을 지나,정명훈의 스승이기도 한 메시앙도 거들었네요.
/'이베리아'는 피아노의 기적이고 스페인 음악의 걸작이다.
악기의 왕 피아노의 가장 찬연한 빛남 속에서도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아,그리고 알베니스는 황영조의 바르셀로나 몬주익 묘지에 묻혔습니다.

연주회도 끝점으로 향하네요.
마지막 곡이여서 그런지,랑랑도 잠시 기도하는 듯한 자세를 취합니다.
그리고는 고개를 약간 치켜세우며 정면을 응시하네요.
마지막 과목에 임하는 수험생의 그런 거.
들리진 않지만 큰 날숨을 내뿜는 소리가 느껴지네요.
독주자들의 스트레스가 저런 거겠죠.
그리고, 딴~~!

      ***랑랑,,,프로코 피에프 7번에서 물 만난 물고기되다!

마지막 곡은 프로코피에프(1891-1953)의 피아노 소나타 7번~~~.
원숙기 작품으로 그의  음악적 특성을 선명하고 간결하게 보여주는 작품이여요.
특히 피아노의 다양한 특징 중 '타악기적 요소'들이 잘 드러나는.
타악기적 요소로 청중을 휘여잡기에 좋아 잘들 선곡하죠.
올해 김선욱의 전국 순회공연 때도 이 곡을 마지막으로 하더군요.

프로코피에프가 남긴 피아노 소나타 6~8번은 그의 피아노 음악의 정수입니다.
특히 7번은 그의 음악적 기법,사유가 집약된 현대음악의 걸작(1943년)이어요.
그의 등장 초기 때는 '야만인''미래파''입체파' 라며 혹평받았는데,한세대 뒤 작품이니 뭐가 달라도 다르죠.
파워와 함께 극한의 절제력,완벽한 리듬감과 강한 타건력을 필요로하니
당연 랑랑의 진면목을 볼수있네요.

메카님적이고 동적인 1악장, 서정적인 2악장을 거처
3악장에선 기계문명의 운동에너지를 표현한듯한 리드미컬하면서도 폭발적인 파워가 발산됩니다.
1악장은 'Allegro inquieto'입니다.
inquieto라?정서적인 음악 속성에 좀 특이하지 않나요?
'불안하고 안정감이 없는' '동요하는' 분위기로 연주하라는 것이니.
그러니 1악장은 기존의 정서성은 배제되는 무조에 가깝습니다.
3악장에선 피아노의 타악기적 성격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여요.
처음부터 코다까지 원초적 리듬,토카타풍 격렬함이 지배하죠.
(토카타풍이란 건반악기에서 화려하고 기교적인 연주)
그러니 7번,특히 3악장은 랑랑에게는 물 만난 물고기겠네요.

        ***리스트의 현인??,,,,랑랑,손수건을 던져주고

기계적인 운동,불협화음,드센 리듬, 도발적인 타건이 한동안 홀을 훒고 지나갑니다.
청중으로 부터 상응한 반응이 나올수밖에요.
수번의 커튼 콜에 기립박수,3번의 앵콜곡이 이어지며 장내 분위기는 달아오릅니다.
여성 한분이 빨간 장미 한송이를 아래서 치켜 전달하니 랑랑은 손수건을 던져주네요.
클래식 공연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입니다.
올해 공연 중 가장 열광적.

150년 전 리스트가 저랬어요.
바이올리리스트 파가니니의 초인적 기교를 보고 '피아노의 파가니니'가 되겠다고 다짐한 리스트.
결국 실현했고 그의 연주장은 늘 초만원이였여요.
특히나 귀족,중산층 부인들의 열광은 연일 신문 가십거리에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그는 늘 손수건을 피아노 위에 놓고 연주에 들어갑니다
연주 끝나면 나두고 퇴장을,,,그 손수건을 향해 한바탕 난리법석이 벌어지죠
보석류가 무대로 던져지고.
아마 클리프 리차드 이대 공연 처럼 속옷께나 날렸을 거여요.

7번은 1943년 모스크바에서 리히터(1915~1997)에 의해 초연이 이뤄졌습니다.
(수늬님이 리히터 팬이시던데......)

      ***'노대통령 대 여운계',,,,,'스탈린 대 프로코 피에프'

프로코 피에프 하면 생각나는 게 또 있어요.
최근에 알았는데,노대통령 사망 날 여운계씨가 운명을 달리했더군요.
고목에 가려진 형국이었으니 누군들 관심을.
프로코 피에프가 그랬어요.
당대 최고 음악가였지만 스탈린에 가리고 말았다는,,,53년 어느날 스탈린 죽던 날 그도.
프로코 피에프 죽음은 한동안 알려지지 않았죠.
그는 1900년대 전반기를 온전히 살았습니다.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wrtour
    '10.12.16 11:15 PM

    늘 그러하듯  또 길어졌습니다.
    세모 행복하시구요^^
     
    베토벤/열정 소나타
    1악장 Allegro Assai
    Daniel Barenboim, Piano
     

  • 2. intotheself
    '10.12.16 11:52 PM

    wrtour님

    저는 요일을 맞추기 어려운 날이어서 동영상을 구해서 들었습니다.

    마음이 울적한 날, 그의 피아노 소리는 햇살을 느끼게 하는 효과가 있더라고요.

    긴 글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저는 윤디 리의 리스트도 가끔 듣곤 한답니다. 요즘은 키신의 쇼팽 말고 다른 작곡가 곡

    연주 듣기도 좋고요.

  • 3. 변인주
    '10.12.17 2:01 AM

    헉 헉~
    재미난 글
    다 읽었어요.! (쓰신 정성에 감동~)


    랑랑글에 윤디가 있어서...... 더 반가웠어요.
    재주에 재롱꾼인 둘째에 밀려 늘~ 조용히 제 할일만 하는 첫째 아들 같은 윤디입니다.

  • 4. 수늬
    '10.12.18 6:09 PM

    저도,제목보고 앗~재미난 글 있겠다...하면서 줌에 오랫만에
    들어와서 역시나,쭈욱 재미나게 읽었어요...
    저는 사실,요즘 몇년간의 음반들 잘 못들어봐서..윤디리나 랑랑, 떠도는 소품?정도나
    기억안나게 슬쩍 들어본거같아요...아마 음반을 접했더라면 팬이 되었을지도 몰라요...
    저는 곡에따라 정격?스러운 연주도 좋아하기도 하지만,좀 다른 연주들도 매력적이라,
    간혹씩 즐겨요...(미켈란젤리나,프랑소와 상송?, 피아노는 아니지만 파비오 비욘디같은..)
    글 읽어보니,둘 궁금합니다..참 동영상이 있겠군요...
    비교해서 찾아 들으러 떠나 볼래요...^^

  • 5. wrtour
    '10.12.19 7:16 PM

    인투님~~
    그래요,윤디하면 쇼팽이니.
    올해 좋은 그림들 감사했습니다^^
    변인주님~~
    긴글 고생하셨네요.ㅎ
    아,맞네요,재롱꾼 둘째에 밀린 첫째요^^
    수늬님~
    앞으로 좋든 실든 랑랑&윤디는 자주 접하게될듯하네요.
    음반산업가들이 중국 시장을 가만둘리가 없잖아.
    파비오 비온디 저도 좋아합니다.
    올해도 왔는데 못보았네요.
    그리고 글 마지막 부분 혹 넘기신 것은 아니시겠죠???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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