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로마 여행 준비하느라 주말이 행복한 이탈리아 회화 첫 걸음이란 책을 샀었습니다.
한 6개월 정도 테이프 들어가면서 정성들여 공부하던 언어, 여행이 끝나고는 책장에 박아두었다가
이번에 생각나서 다시 찾아냈지요. 그런데 이상하게 이번 여행을 위해서는 그 언어를 공부할 시간을 내기가
어려워서 표지만 보고 있다가 드디어 여행이 코 앞에 다가오니 아무래도 들춰 보게 되는군요.

책 안 여기저기 밑줄도 다양한 색으로 칠해져 있고 공부하면서 써놓은 메모도 가득하지만 기억나는 것은
거의 없는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낯익다고 느끼는 것은 아무래도 그동안 불어 공부를
한 덕분이란 것을 알고 나니 참 신기하네요. 이 세상에 거저 얻는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어제 오후에서 오늘 아침까지가 우리 동네 분리수거날입니다. 어제 춥다고 느껴서 햇살 좋은 수요일 아침에
처리해야지 마음먹었는데 새벽에 일어나보니 체감온도가 더 추운 느낌이더라고요. 무엇을 피하려다보니
더한 구덩이로 들어간다는 말이 실감나는 아침, 그래도 해야 할 일이라 마음 먹고 일어섰지요. 일단 일어서면
할 수 있는 일들이 가만히 앉아서 생각하면 자꾸 뒤로 미루게 되는 병통은 어디서 기인하는 것일까요?
내년에는 조금 더 몸이 부지런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왜 내년까지 기다려야
하는가? 지금 바로 시도하면 되련만 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밀렸던 분리수거를 한 번에 처리하고 들어와서 커피 한 잔 마시면서 르동을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고야에
대한 오마주란 글씨를 발견하게 되니까, 나는 누구에게 오마주를 바치고 살아가고 있는가 하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되네요.

오마주란 말을 쓰고 나니 생각나는 전시회, 한가람 미술관에서 델피르와 친구들이란 제목의 사진전이
열립니다. 처음에는 델피르가 누구지? 무심코 보았었는데 현대 사진의 거장들이 그를 기려서 사진전을 연다고
하더군요. 그가 누군가에 대한 기사가 한겨레 신문에 크게 한 번, 그리고 오늘은 파리 사진 학교 출신인 다큐
사진가 성남훈씨가 인터뷰한 기사가 실려 있네요.
의대생 시절, 의대 잡지를 내기 위해서 당시 유명한 사진가 집단을 찾아갔다고 하더군요.그의 저돌적인 태도에
감명을 받은 앙리 카르띠에 브레송등이 그를 받아들여주었고 그 때부터 기획에 관한 획기적인 안으로 사진계에
입문하게 된 그는 수없이 많은 새로운 유형의 전시를 기획하고, 포토 포슈라고 해서 포켓북으로 들고다니면서
볼 수 있는 사진책을 만들어서 사진의 대중화에 기여하기도 했고, 무명의 사진작가들을 발굴하여 그들이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도 했다고요.

이런 기사를 읽는 날은 마음속에서 따뜻한 햇살이 솟아오르는 기분이 됩니다. 타인의 삶이 우리에게 끼치는
좋은 영향이라고 할까요?
본 조르노, 이탈리아어로 아침 인사를 했습니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마음을 담아서 아침 인사를
하는 ,추위를 따뜻한 인사로 녹이는 그런 하루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