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늘은 국립 발레단의 백조의 호수 공연을 보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올 한 해 교향곡 이외의 다른 장르를 가장 많이 접해 본 해라는 것도 제겐 잊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인연을 만든 2010년으로 기억하게 될 것 같네요.
국립발레단 단원들의 발레도 훌륭했지만 교향악단의 연주가 귀에, 마음에 스며들어서 저절로 박수를
치게 만들던 공연을 보고 나서 집에 오니 자연히 드가의 그림에 손이 갑니다.
사람의 몸에서 그렇게 아름다운 동작이 나오기 위해서는 ,혹은 그렇게 고난도의 동작이 나오기 위해서는
그들은 도대체 얼마나 연습을 해야 했던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발레리나, 발레리노의 동작에 브라보를 외치는 남성 관객들의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옵니다.
그러자 이상하게 드가가 살았던 시대의 무용수들과 그들의 후원자였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가 생각나면서
지금 그들은 순전히 발레에 찬사를 보내는가, 아니면 ? 하는 엉뚱한 생각도 슬며시 들기도 했지요.
오케스트라가 없는 발레란 상상하기 어려울 것 같네요. 음악, 특히 오늘은 하프의 매력을 느낀 날이었는데요
실제로 백조의 호수가 초연에서는 그다지 인기를 끌지 못한 이유중의 하나도 음악이 좋아서 눈보다 귀가
더 즐거웠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이야기도 있었던 모양이더군요.
공연이 끝나고 나오다 보니 남양주시의 복지관에서 합창,합주등을 배우는 노인들이 프래카드를 들고
상당히 많은 분들이 사진을 찍으려고 서 있더군요. 단체로 관람을 온 모양인데요, 앗 합주, 그렇다면
언젠가 일산에서도 저런 모임이 생기거나, 이미 있을지도 모르겠네, 저도 모르게 머리를 쓰게 되어서 웃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올해의 마지막 공연 관람이었네요,백조의 호수가
캘리님의 공연장 나들이에 묻어서 시작한 금요일 저녁 나들이, 벌써 4년, 그동안 정말 많은 공연을 보았고
그것이 제겐 일주일의 활력소 중에서 가장 소중한 시간중의 으뜸에 해당하는 시간이기도 했지요.
그 전까지만 해도 공연에 관심은 있었지만 일요일도 없이 매일 일을 했던 제겐 그림의 떡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다가 일주일에 단 하루라도 나 자신을 위해서 쓸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독하게 마음먹고
시간 조절을 했고 그렇게 생긴 금요일, 그 하루가 충분한 재충전의 시간이 되었고 다른 날들을 정말
즐거운 마음으로 일할 수 있게 하는 에너지원이 되었습니다.
작년 11월부터는 월요일 하루 더 시간을 내서 혼자서 하기엔 힘에 부친 원전 읽기 공부를 시작했지요.
그 시간으로 인해 힘은 들었지만 올 해의 책읽기에 얼마나 큰 힘을 얻었던가 생각하면 정말 잘 한 결정이었다고
지금도 생각하곤 하지요. 9월에 시작한 길담에서의 프랑스어문 교실, 이제 종강을 얼마 남겨 놓지 않은 상태에서
두 번만 더 공부하면 어린 왕자 읽기가 끝납니다.
한 페이지에 거의 모든 단어를 찾아가면서 실력보다 어려운 책을 읽어나가는 고생을 견디다 보니
어느 날 갑자기 조금은 숨을 편히 쉬면서 읽을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던 날의 그 놀라움이 생생하게 기억나는군요.
2011년에는 사람들과 또 무엇을 함께 나누면서 길을 걸어가게 될지 기대가 되는군요.
무엇인가 함께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먼저 말을 걸어보는 것, 이런 것을 함께 해보면 어때요?
이런 자발성이 참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목요일 수업에서 클래식 시대를 듣다란 책을 소개했더니 음악에는 문외한이라고 나도 읽을 수 있을까요?
잠깐 읽어보던 지혜나무님이 너무 재미있다고, 그런데 이 책에 나온 작곡가들 이야기를 함께 읽고
방학중에 단기적으로 음악을 함께 듣는 시간을 만들면 어떤가 제안을 하더군요. 그래요?
그리곤 오늘 돌아오는 지하철속에서 캘리님에게 그런 이야기를 했더니 재미있을 것 같다고 바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더라고요. 그런데 어디서요?
집이 깨끗한 날을 잡아서 우리집에서 할까요? 그것 좋은 생각이라고 여기까지 이야기되었으니
어떤 형태로든 새롭고 즐거운 모임이 꾸려질 것 같네요.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이런 식으로 서로 원하는 것을
절충하고 일단 시작해보면 그 다음에 더욱 참신한 아이디어들이 생기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