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택배가 올라온다는 전화가 왔습니다. 그러면서 3300원을 준비하라는 말을 덧붙이네요.
교보문고의 택배는 이제까지 무료였는데 무슨 비용인가? 이상해서 물어보니 김승태앞으로 착불 신청이 된
택배가 있다는 겁니다. 아니, 이 녀석 무슨 착불로 택배를 받나? 그렇게 생각하면서 문을 열었더니
며칠전 친구들과 만나고 들어오는 길에 아무래도 지갑을 잃어버린 모양이라고, 누나가 프랑스에게 귀국할 때
선물로 사다준 멋진 지갑인데, 그리고 그 안에 주민등록증도 들어있는데 그러면서 울상을 하던 바로 그 지갑을
누군가가 주워서 보내준 모양입니다.
그 소식을 들은 아이가 흥분하고 고마워하면서 계속 대박이라고 하더군요.아니 이런 상황에서 그렇게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것일까 비난이 일어나는 마음을 누르고 (그러고 보면 수능시험을 격려하는 말도 수능대박이라고
하는 우리가 처한 상황의 심각성을 드러내는 말이 버젓이 쓰이고 있는 현실이네요 ) 이런 고마움을 너도
누군가의 지갑을 주으면 이렇게 성의있게 되돌려 줄 수 있게 하라고 그것이 보답하는 것이라고 했지요.
누가 보냈는지도 모르니 감사 인사도 할 수 없어서 곤란하다고 말하는 아이를 보니 안심이 되기도 했습니다.
제 이야기를 듣던 아들이 오래 전 지갑을 주워서 그 안에 이만원이 들어있었는데 그대로 파출소에 갔다 준
적도 있다고 해서 웃기도 했지요.아마 갈등하지 않았을까요? 어린 나이의 2만원이라면 큰 돈이었을테니.
갈등상황에 직면해보지 않으면 우리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기 어려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고요.
어제 밤 드가의 무용수 그림을 보다가 말 그림에도 시선을 빼았겼지요. 마침 일본의 일일 드라마중에서
고등학생인 여주인공이 우연히 말에 마음을 빼았겨 우사에 매일 들러서 그 말과 인사하고 말과의 교감에서
마음의 위로를 받는 장면을 매일 보고 있어서인지 말 그림에 더 관심이 가는 것을 보니 사람의 관심사란
사실은 밖에서 오는 자극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가를 느끼게 되네요.
토요일 아침, 일본의 기업에 원서를 내보고 싶어하는 딸이 증명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준비를 합니다.
화장을 하고 깨끗하게 차려입고 사진 찍으러 가는 길에 동행했다가 덩킨 도너츠에 들러 간단하게 아침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했지요.이제 아이가 다 커서 엄마 품을 떠나는 날이 오고 있구나를 실감했습니다.
삶은 단기간에 보면 늘 그 자리에 있는 것 같지만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는 것을 느끼는 날들, 떠나보내고
또 내 삶안으로 들어오는 존재들에 대해서 마음을 열고 즐겁게 삶을 함께 누리는 것, 그리고 늙어가는 것에
대해서 두려워하지 않고 세월을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앞으로 제가 해야 할 중요한 몫이 아닐까를
생각한 아침이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