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학교 배치표 놓고 고민했었는데 올해도 역시 그런 고민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불행중 다행이라면 본인이 시험보고 나서 말한 점수가 그대로 나온 점인데 평소 물건을 가끔 잃어버리거나
한 번 약속한 것을 잘 지키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던 것에 비해서는 이상하게 마킹한 점수는 늘 그대로 나온다는
것, 참 고마운 일이로구나 새삼 생각하게 되는 것은 주변에서 예상했던 점수보다 깍여서 나온 점수로 고민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물론 아리송한 답을 배제하고 채점한 덕분에 결과적으로 점수가 많이
올라서 즐거워 하는 집도 있지만요 그런 것은 아무래도 드문 경우에 해당할 것 같네요.
3년 혹은 4년 드물게는 5년 같은 공부를 계속하고도 단 하루의 시험으로 큰 결정을 해야 하는 부조리한
상황에 직면한 학생들을 바라보는 것이 마음 아픈 날들인데, 전공이 우선이냐, 학교가 우선이냐, 어떤 전공이
과연 아이에게 맞는가, 맞다고 생각한 것이 실제 해 보면 아닌 경우도 많은데 그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적성이란 이미 존재하는가, 아니면 과정에서 만들어지는가, 이런 문제들을 고민하다 보니 평소에 별로
두통으로 고통을 받지 않고 살아온 제게도 머리가 지끈거려서 괴로운 시간이 지속되고 있네요.
아, 평소에 두통 때문에 정말 괴로워하던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미루어서 생각을 해보게 되는 것을
보니 그 고통의 한 가운데 있지 않은 경우에 과연 우리는 상대방의 어려움을 진정으로 알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나
하는 생각까지 생각이 한없이 번지게 됩니다.
한꺼번에 다 고민할 수도 없는 문제이니 머리를 조금 식혀보자 하는 마음으로 그림을 보러 들어왔습니다.
august macke의 뜨거운 색이 갑자기 보고 싶어서 골랐는데요, 인생을 가능하면 어떤 점에서는 그렇게 뜨겁고
따뜻한 색으로 살고 싶은 마음이 있는 제겐 매력있는 색을 만나고 싶은 때 찾게 되는 화가라서요.

아무래도 겨울이 다가오면 이렇게 강렬한 색감의 그림이 주는 뭔가 마음속을 덥히는 효과가 있다고 할까요?
성적표를 들여다보면서 고민하고 있을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려 봅니다.
비슷한 고민, 색다른 고민, 좀 더 근본적인 고민도 있을 수 있겠지요?
오늘 스텐포드 대학의 한 졸업식장에서 연설한 스티브 잡스의 연설문을 읽다가 문득 든 생각, 대학에서
인생에 대한 해답을 찾기 어려워서 그만 두고 다른 길을 헤매던 그가 만난 글꼴체 연구하는 수업, 언뜻 보기엔
전혀 실용적인 목적이 없어 보이던 그 과목의 수강이 그가 나중에 일을 하게 되었을 때 크게 도움이 되었듯이
지금 학교니 학과니 고민하고 있지만 사실은 돌아가는 길에서 만나는 것이 진짜로는 인생에 더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을 텐데 아직 어린 아들에겐 그런 이야기가 너무나 뜬 구름 잡는 엄마의 허황된 이야기로 들리기
쉽다는 것이 문제로군요.
언젠가 먼 훗 날, 이런 두통을 유발하던 고민들을 웃으면서 회상할 수 있는 날이 오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