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사에 일본에서 고려 불화가 나들이를 왔다는 소식을 듣고 망서렸던 적이 있었습니다.
너무 멀지 않나? 아니 그래도 생애 단 한 번 볼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가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이렇게 저렇게 재보다가 결국 시간을 냈고 함께 갈 사람을 구하는 광고?를 줌인 줌 아웃에 냈고 그 때
마마헬렌이란 아이디를 쓰는 분에게서 쪽지가 왔습니다.
물론 다른 분들도 있었지만 지금은 연락이 닿지 않아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서울역에서 만나 기차를 타고 통도사까지 가는 그 짧은 길에 마마헬렌님, 그리고 안나돌리님을 비롯한
통도사 가는 사람들 사이에 피어나던 이야기꽃. 처음 만나도 줌인 줌아웃을 통해 소통한 세월이 있어서
그런지 이야기가 마구 흔들리는 필림이 되지 않았던 것이 신기했습니다.

통도사에서의 인연으로 그 뒤 마마헬렌님과는 쪽지로 아주 가끔이지만 연락을 하게 되었고
시간적으로 매어 있는 그녀가 그래도 안나돌리님 전시회가 있는 날이거나 ,자라섬 재즈 공연이 있는 날
( 제가 가보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던지라 기억하고 있다가 ) 연락을 주곤 합니다.
이번에도 길거리에 자라 섬 재즈 페스티벌 프래카드가 나부끼는 것을 보고 생각이 났다고
보고 싶은 셀프님께 (그녀가 저를 부르는 호칭이 참 다정하지요,마음속에 따뜻한 기운이 몽실몽실
묘하게 즐거운 기분을 보내는 말이었습니다. ) 이런 멋진 인사글과 더불어 만나자는 연락이 와서
만사 제치고 시간을 만들어서 어제 점심 약속을 한 것인데 그 자리에 안나돌리님도 함께 한 즐거운
자리가 되었지요.
입시가 얼마 남지 않은 아들 이야기가 나오니 안나돌리님이 마음을 안정시키려면 미리 우왕 청심환을 먹여서
효과를 보고 심장에 부담이 되지 않으면 당일 날 복용하고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그러자 마마헬렌님이 갑자기 가방에서 무언가 꺼내서 제게 건네주네요.
중국산 좋은 우왕청심환이라고 한 개를 4등분해서 시범으로 먹여 본 다음 부작용이 없으면
시험 당일날 하나 다 먹여도 좋을 것 같다고요.

그 자리에서의 시간이 ,생활에 지혜가 모자라는 제겐, 두 명의 언니와 함께 하면서 삶에 대해서 배우는
시간처럼 느껴졌답니다.

이미 손주가 있는 두 분의 이야기를 통해서 아직은 먼 일이지만 제게도 나중에 새로운 가족이 생기면
어떤 식으로 살아야 할까 아니면 어떤 식으로 살 수 있을까 새로운 모델을 만나는 기회가 되기도 했고요.
먼저 자리를 떠야 했던 마마헬렌님이 떠나면서 내년에는 일년에 두 번은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군요.
혹시 집에 일이 생기면 연락하라는 말도 더불어서요. 이제까지 제가 만나던 사람들과의 인연과는 사뭇
다른 그런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고려 불화로 맺은 인연이란 제목과는 달리 왜 이상한 그림이 올라오냐고요?
사실 어제 신세계 신관에서 점심 약속이 있었고 그 곳에 가니 80주년 기념이라고 장 뒤뷔폐 전을 하는 겁니다.
아니 이렇게 반가울수가!! 맛있는 점심, 거기다 안나돌리님에게 겹경사가 있어서 오늘은 내가 점심을 사야 하는데
마마 헬렌님께 선수를 뺐겼다고 커피를 산다고 해서 커피 숍으로 자리를 옮겨 시간이 가능한 때까지 이야기
나누고 저는 신세계 갤러리로 올라간다고 하니 안나돌리님도 함께 가겠다고 해서 둘이서 그림을 보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답니다.

토요일 아침 그림을 검색하다 보니 낯선 이름의 베네치아 갤러리가 등장하네요. 어라? 이게 바로
레몬 글라스님이 꼭 소개하고 싶다던 그 갤러리인가? 그런데 장 뒤뷔폐의 그림을 한 갤러리에서 이렇게
많이 소장하고 있단 말인가?

혹시 모르니 주소를 일단 적어둡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즐거운 것은 그림 검색을 하다보니 드디어!! 작품 제목을 조금씩 읽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마침 뒤뷔페가 르 아브르 출신인 프랑스인이라서요.


약속 장소를 정할 때 처음에는 신세계가 아니었는데 운전하고 오시는 마마헬렌님에게 조금 더 주차가
편한 곳을 찾다보니 신세계 백화점이 되었고 덕분에 생각지도 못하던 뒤뷔페 전을 보았고 ,아침에
검색하다가 베네치아에 있는 갤러리를 만나게 되는 이렇게 이어지는 인연이 신기하네요.

토요일 아침 바이올린 레슨이 있는 날이라 계속 주절 주절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
이 그림도 저 그림도 자꾸 시선을 끌어서 못 일어나고 노닥거리고 있게 되네요.

이것을 마지막으로 일단 일어나지만 아마 밤에 들어와도 뒤뷔페를 뒤적이게 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