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대화도서관에서 책을 찾다가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에서 발간한 보나르-색채는 행동한다-를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빌려왔습니다.
보나르, 뷔야르, 드니, 그리고 폴 세뤼지에, 이들이 결성한 그룹이 les nabis (나비) 이 말은 히브리어로는
비전의 전수자, 혹은 선지자를 의미한다고 하는데요 사실은 보나르를 먼저 쓸 일이 아니라 폴 세뤼지에가
앞으로 나와야 하는 이름입니다. 그는 당시 쥘리앙 아카데미의 실장이었는데 (보나르 ,뷔야르, 드니가
당시 쥘리앙 아카데미 생도였거든요 ) 1888년 브르탸뉴에 갔다가 고갱을 만났고 그에게서 받은 영향을
돌아와서 전파한 모양이더군요. 그래서 결성된 것이 나비파, 당시 교수들이 반대하고 싫어하던 예술을
전파하는 선지자란 의미였다고 합니다.
이 경마장 그림은 드가도 그린 소재인데 두 사람이 그린 방식이 사뭇 달라서 자꾸 바라보게 되네요.
보나르는 법학을 공부하고 변호사가 된 인물인데요 그림에 대한 관심으로 이중으로 일을 하다가 지금으로
말하면 포스터를 그려서 인정을 받고는 변호사를 그만두고 그림에 전념한 화가입니다.
미술사나 음악사에서 보면 법학을 하라고 부모들은 원하고 자식들은 법학을 선택하지만 마음은 콩밭에
가 있는 경우, 그래도 결국은 돌고 돌아서 자신이 원하는 길로 간 사례들이 아주 많지요. 보나르의 경우는
포스터로 인정을 받고 나서는 부모의 반대가 그다지 심하지 않아서 쉽게 원하는 방향으로 전환이 가능한
경우였더군요. 그는 처음 만난 모델 마르트와 결혼했고 그녀를 줄기차게 그린 화가이기도 하지요.
그녀, 특히 욕조에 있는 것을 즐겼다는 ,사람들과 별로 교류를 원치 않았던 그녀를 조건없이 받아들여서
함께 한 것으로도 유명한 화가이기도 하고요.
그의 그림을 몇 점 밖에 보지 못했는데 190점이 넘는 그림을 보유하고 있는 싸이트를 발견해서
기쁜 마음에 이 작품 저 작품 뒤적이면서 보게 되네요. 덕분에 갑자기 잠이 확 달아나버리고 말았습니다.
지금의 시점으로 이 그림들을 보면 왜 선지자라고 했을꼬 하고 의아하게 생각하겠지만 당시의 아카데미가
요구하던 그림과 비교하면 얼마나 기준에서 벗어나 있는 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 무엇을 기준으로 삼아서
보아야 하는가를 생각해야만 미술사 책에서 이야기하는 바가 더 확 와 닿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이 그림을 화가의 이름을 모르고 본다면 어라? 로트렉이네 하고 다가가기 쉬운 그림이네요.
실제로 두 사람은 포스터 제작으로 경합을 벌이다가 보나르는 로트렉의 재주를 인정하고 그 세계에서
손을 떼고 회화에 전념하게 되었다는 일화도 책에 소개되어 있더라고요.
그림을 보고 있으려니까 드가의 그림과 비교해서 본다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슷한 소재를 두 사람은 어떻게 캔버스에 구현하고 있는가 하는 측면에서요.
한없이 나오는 그림들, 새로운 한 주를 말끔한 기분으로 시작하려면 오늘은 이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