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먹고 책장을 뒤적이다 우연히 발견한 책 슈테판의 시간여행-고전,바로크시대- 그 안에 데카르트, 스피노
자,라이프니츠의 이야기가 들어있네요. 청소년용 책이기도 하고 보람이가 어렸을 때 친구들과 함께 저랑
공부한 책이기도 해서 추억에 잠겨 책을 들추어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때는 아이들을 위한 사탕격으로 여겼던
사설중에 어라 싶어서 달려들게 만드는 구절이 많더군요. 그래? 그렇다면 하고 카메라를 메고 책을 챙기곤
집을 나섰습니다.

집앞의 장미가 벌써 이렇게 탐스럽게 피어버렸네요. 예쁘긴 하지만 이제 절정을 넘어가면 이 자태를
유지하기 어렵겠지, 그런 마음에 물끄러미 한참을 바라보게 되네요.


동네 빠리 바께뜨에서 아메리카노를 1000원에 판다고 선전을 하네요. 커피 한 잔에 이왕이면 맛있는 빵하나
이래서 요리,다이어트, 그리고 운전 제게 가장 어려운 일중의 하나가 해결이 잘 되지 않는 모양입니다.
그래도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서 읽고 싶은 책을 읽다가 눈이 아프면 사진을 찍으러 돌아다니기도 하고
그렇게 보낼 시간을 생각하면 다른 토요일에 비하면 걷는 시간이 많으니 그것으로 된 것 아닐까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맛있는 빵을 먹은 것까지는 졿았는데 책을 읽다가 살짝 손을 움직이다가 아까운 커피를 거의 몽땅
다 쏟고 말았네요. 아쉽지만 다시 가기도 그렇고 ,

책의 앞쪽에서는 1600년대의 영국 이야기 ,그 중에서도 쉐익스피어에 관한 이야기가 상당 부분을 차지해서
이게 무슨 우연의 일치인가 싶어서 즐겁게 읽었습니다. 마침 어젯밤 리어왕 강의를 들은 것과 연결되는 지점도
있고 조금 더 세밀하게 설명하는 부분도 있어서 재미있더군요.
당시의 글로브 극장을 상상하다보니 오래 전 영화 쉐익스피어 인 러브가 생각나서 오늘 밤 들어오면서
빌려왔습니다 .시대상을 왜곡하는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활자로만 해결이 되지 앟는 부분이 영상으로
보충이 된다고 생각하는 저로서는 그것이 좀 더 왕성한 after가 되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늙는다는 것을 가장 예민하게 느끼는 것은 눈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제 경우엔
한 자리에서 오래 있어도 책 한 권을 잡고 계속 읽어도 피로를 모르던 시절에서 자꾸 쉬어야 하는 시절로의
변화라니 ,잔 글씨를 읽기 어렵다고 느끼던 초기의 좌절감이 떠오릅니다. 갑자기 생각나지 않는 저자나
영화의 이름, 이런 것들로 인해 고통스럽던 것들도요. 그러나 다시 마음을 바꾸어서 그러니 조금 쉬라는
신호가 아닌가, 벌떡 일어나서 동네 한 바퀴 돌면서 자라고 있는 나무와 꽃을 구경하는 일이 기분전환이
되네요.


청소년이 있는 집이라면 슈테판의 시간여행, 그리고 소피의 세계를 함께 읽는다면 얼마나 큰 지적 자극이
될 것인가 생각한 날이기도 했습니다 . 한참 돌아다니다 다시 벤취에 앉아 17세기 네덜란드에 있었던
두 사람 데카르트와 스피노자에 관한 글을 읽기도 하고 스피노자를 찾아간 라이프니쯔에 대해서도 읽게
되었지요. 요즘 월요일 스피노자 강독이 있어서 스피노자란 말만 들어도 귀가 번쩍, 그래서 아무리 사소한
내용이라도 관심갖고 읽게 되는 신기한 경험을 하기도 합니다.


오늘 오후에 수업하러 나가면서 주문해 둔 스피노자의 뇌, 뇌 1.4kg의 사용법, 그리고 스피노자의 철학
세 권을 구했습니다. 그런데 스피노자의 뇌를 읽다보니 다시 17세기의 네덜란드로 들어가는 경험을 하게
되더군요. 내가 어디에 있는가 ,저자의 능력으로 마치 그 거리에서 스피노자를 만나는 것 같은 희안한
경험을 한 날이기도 했습니다.

오래전에 들은 적이 있는 책 제목 스피노자의 뇌 .그 때만해도 아무 생각없이 왜 이렇게 이상한 제목의
책이 있는 것일까? 무심코 지나고 말았는데 지난 시간 수업중에 이야기를 듣다보니 17세기 철학자가 하는
말이 너무나 20세기 후반의 뇌과학자들의 발언과 비슷한 기분이 들었지요. 그래서 고병권샘에게 그런 취지의
이야기를 하니 바로 그런 관점에서 쓴 책이 looking for spinoza이고 한국어로는 스피노자의 뇌로 번역되어
나왔다고 합니다.아니 이럴 수가 ,그래서 여러 차례 듣기만 하고 관심이 없던 책과 처음 만난 날인데 에티카를 읽는 일에 도움이 되는 것 말고도 뇌에 대한 관심이 많은 제겐 길잡이가 될 만한 중요한 자료가 될 것 같네요.

갑자기 주변이 소란스럽습니다. 둘러보니 그 공간을 여러 차례 돌아다니던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그제서야 사람 사는 공간처럼 느껴지는 시간이라서 그만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비록 커피를 쏟아서 아침의 졸리는 몸을 깨우는 일은 늦어졌어도 바람이 ,글속의 이야기가, 그리고 카메라에
잡힌 풍경이 삼박자를 이루어서 즐거운 토요일 오전 동네 한바퀴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