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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프랑스 남부 여행의 마지막 시간

| 조회수 : 2,933 | 추천수 : 202
작성일 : 2010-04-10 11:43:53


  
캐롤님과 헤어지고 나서 비행기시간까지 조금 여유가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아쉬워서 앙티브쪽으로 한 번 더 가보자고 의견을 모으고 가던 중 비상사태를 만났습니다.

아마 강풍에 밀려온 듯 자갈들이 도로를 침범해서 차가 진행하지 못하는 곳이 있었는데요

덕분에 차를 세우고,그 곳에 쏟아져 나온 사람들의 행렬을 구경하면서 우리들도 그 안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말하자면 프랑스 남부 일반사람들의 휴일풍경속으로 빨려들어간 셈인데요

그것이 생각보다 훨씬 즐거운 시간이 되었고 사진도 잔뜩 찍을 수 있었답니다.








자신을 피사체에 담고 있는 사람을 의식한 순간 일부러 포즈를 취하면서 개구장이처럼 웃는 이 아저씨

그런 표정이 재미있어서 저도 덩달아 즐거웠던 시간이 기억나네요.




바람이 쌀쌀한 날,종아리가 나오게 바지를 걷고 혼자 뛰고 있는 여성도 있었습니다.

이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동생에게 들은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언니,아침에 승태 나가고 나서 1000원만 들고 일단 버스를 타고 마두역까지 간 다음,거기서 집까지

걸어오는 훈련을 해보면 어때?

이렇게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그 동생이 몇 개월째 다이어트와 더불어 운동을 꾸준히 하면서

몸이 몰라보게 달라지고 몸도 가벼워졌다고 하더군요.사실 피부색도 좋아져서 다른 사람들 보는 것같은

매일 매일 산교훈이 되어주고 있는 동생이 옆에 있으니 자극이 되기도 하지만 은근히 부담이 되기도 하는데요

목요일 밤 이야기를 듣고,월요일부터 해 볼까? 그렇게 말했더니 바로 내일부터 시작해보라고 하네요.

내일부터? 그건 무리야,금요일 아침에 강남역사모임이 있어서 일찍 나가야 하거든.



그래도 들은 이야기가 있어서 그런지 계속 생각을 해보기도 하고,과연 될까? 미심쩍은 마음이 들기도 하고

유혹을 느끼기도 합니다.그런데 문제는 이런 식의 노력이 계속 실패를 거듭해왔다는 것인데요

아무래도 몸이 조금씩 피로를 느끼는 것을  보면 어떤 식으로라도 결단이 필요하긴 필요한데요

역시 혼자서 보다는 여럿이서가 나을까? 아니면 음악이나 외국어를 들으면서 스스로를 단련하는 것이

나을까? 결정하기가 어렵습니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사람이 왜 어떤 일에서는 대단한 에너지를 낼 수 있지만 다른 일에서는 한 발도 움직이기

어려운 것일까,그것이 늘 호기심의 대상이기도 했고 아직도 풀지 못한 수수께끼이기도 합니다.




그런 수수께끼인 선배가 한 명 있어요.언어와는 무관한 일을 하는 사람인데 대학생때 처음 만났을 때부터

외국어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어서 신기하다고 생각한 사람인데요,히브리어,라틴어에 대한 관심

관심만이 아니라 스스로 방식을 연구하면서 공부를 했고 그 이후에는 영어는 기본이고,일본어,중국어

프랑스어도 공부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하는데요,그 선배를 따라서 오래전부터 공부를 했더라면 하고

가끔 아쉬워 할 때가 있지요.

오늘 아침 오랫만에 통화를 하다가 다시 외국어 이야기가 나왔습니다.외국어 이야기가 나오면 말이 길어져서

한참을 수다 떨게 되는 그런 선배인데,제가 대놓고 물어보았습니다.그런데 언제 불어를 쓸 기회가 있는가 하고요.

그랬더니 돌아온 대답이 의료선교 갈 때 아프리카에 가면 불어를 쓰게 될 것 같다고요.

어느 정도 가는데요? 저는 몇 달이나 적어도 일년 정도는 되는 줄 알았습니다.그랬더니 병원 일정상 아무리

길게 잡아도 일주일 이상은 어렵다고요.

아하,그런데도 언제 올지 모르는 기회를 위해서 언어를 공부한다니 갑자기 놀라서 진정이 되지 않더군요.

이런 것이야말로 이 선배의 힘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작년부터는 병원안에 일본어 초보자 모임을 만들어서 가르치고 있다고 들었는데 벌써 1기가 졸업을 하고

회화반으로 옮기고 2기를 모집해서 수업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제게 바벨의 도서관에 대해서 알려준 사람이기도 한 그 선배에게 수유공간너머에서 시작한 일본어 번역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니 서울에서의 삶이 주는 그런 인적인 네트워크에 대해서 부러워하더군요.

퇴직을 하고 나서 다른 병원에 가게 되면 아무래도 시간여유가 조금 나지 않을까요? 그 때 한 주일에

한 번씩이라도 올라와서 함께 공부할 수 있는 모임을 찾으면 될 것 같다고 하니 사실은 퇴직을 하게 되면

국경없는 의사회에서 일하고 싶기는 한데 나이가 많아서 가능할지 잘 모르겠다고 합니다.




나이라,그래서 제가 수유공간너머에 처음 갈 때 나이가 주는 압력에 대해서 느끼던 갈등을 이야기하고

일단 스스로안에 금을 그으면 넘기 어려우니 한 번이라도 시도해보는 것이 중요하더라,그러면서

국경없는 의사회이건 어디건 우리가 스스로 금을 그어서 도망가지 않으면 오히려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과

만나는 즐거운 경험,덕분에 생생한 에너지도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만들게 되는 것은 아닐까요?

하고 이야기를 나누었지요.이렇게 이야기를 하다보니 제가 무슨 전도사?같은 기분이 들어서 묘하기도 했지만

자신에게 좋은 일은 타인에게도 나누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 아닐까요?









사진을 찾다보니 한동안 머물렀던 지역이 바로 이런 이름의 지역이로군요.

아직도 발음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지역이지만 마음속에는 제대로 박혀있는 지역이기도 하니 이름을

아는 것이 대수인가 싶기도 하고,그래도 제대로 이름을 알고 기억해야 할 것 같기도 합니다.







어제 밤 작년에 이어 아르헤리치의 피아노소리를 들었습니다.그녀는 조금 더 느릿해진 걸음걸이로 무대에 나와서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을 협연했지요,첫 음이 울리던 순간의 느낌을 오래 간직할 것 같은 소리였습니다.

물론 2006년 교향악단과 협연한 디브이디를 집에서 여러 차례 들었는데도,막상 현장에서 첫 음을 들을 때의

느낌이란 얼마나 다른 느낌이었는지 모릅니다.

덕분에 토요일 아침을 슈만으로 열고,이제까지 계속 돌려서 다시 듣고 또 다시 듣는 특이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인데요,4년 세월이 그녀의 몸에 각인한 변화에 마음아프기도 하면서,그것이 인간의 숙명이란

것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아침에 긴 전화통화에서 늙는다는 것,그 이후의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어서일까요? 음악을 좋아하는 선배라 함께 아르헤리치에 대한 이야기도 했지요.그녀의

소리,2006년의 소리,2009년의 소리,그리고 2010년의 소리에 대해서요.







집안에서의 즐거움이 주는 유혹을 물리치고 딱 떨치고 일어날 힘이 필요한데 하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됩니다.

그런데 계기가 필요한 것일까,아니면 그냥 일어날 수 있으면 되는 것일까,이런 잡생각을 하지 말고

그냥 일어서면 되련만 이렇게 머리속이 뒤죽박죽으로 늘 망서리게 하는 것은 도대체 무슨 작용일까요?




사진속에 유난히 자전거가 많이 등장하는군요.자전거를 타고 싶은가,달리는 자전거를 제대로 찍고 싶은가

그런 갈등도 하게 되고요.




사진을 찍다 보니 일행이 보이지 않습니다.한참 찾아돌아다니다가 웃으면서 이야기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반가운 마음이 왈칵,그래도 아는 척을 하면 이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어렵겠지요?그래서 우선 몰래 한 컷

찍기부터 했지요.







아쉽지만 드디어 공항을 향해서 떠나야 할 시간,주변을 한 번 더 둘러보고 니스 공항에 가서

차를 반납하고 나니 정말 꿈같던 남부여행이 끝났습니다.




런던으로 가는 자전거님,파리로 가는 세 사람,저녁을 해결하려고 들어간 곳에서 거울속에 비친 모습을 보니

마네가 그린 그림이 생각나더군요.그는 바의 여급을 그린 그림을 이런 비슷한 광경에서 착안한 것일까?










자동차 여행의 경비를 계산하고 있는 모습의 자전거님인데요,생각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함께 한

정말 즐거운 여행이었고 제겐 여행의 신개념이 열린 여행이기도 했습니다.

내년에는 어떤 멤버로 어떤 코스로 여행하게 될 지 그것은 당시로서는 알 수 없지만 그런 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이야기가 오고가는 사이에 벌써 헤어질 시간이 되었습니다.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morning
    '10.4.10 8:33 PM

    잘 보고 잘 읽었습니다.
    저도 이제 적지 않은 나이가 되었지만 하고 싶고 배우고 싶은 것은 결코 줄어들지 않더군요. 오히려 더 많아진다고 할까요.
    나이란 스스로 만드는 벽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벽, 만들지 말아야겠지요.
    하고 싶으신 일, 맘껏 하시면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자극을 주시면 좋겠습니다.
    늘 건강하시고요.

  • 2. 변인주
    '10.4.11 9:13 AM

    활짝 웃고 있는 보람이 모습이 이쁘네요.

    여행중 그곳의깊은속을 들여다볼 수 있을때 -사투리... 입은 옷..먹는음식-
    더 좋은 여행이 되지요?

    바다가있는 프랑스의 모습들 잘 보았어요.

  • 3. intotheself
    '10.4.11 10:47 AM

    모닝님

    나이가 벽이 되느냐 아니냐는 마음먹기 달렸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물론 벽이 전혀

    없다고 하면 거짓이겠지만 나이가 어려서 할 수 없는 일도 많을테니 결국 어디서나 벽은

    존재하는 것,다만 그것은 마음의 벽이 아닐까,하고 생각하게 되는것이 요즘 제가 깨달은

    것이라고 할까요?

    피오니님

    앙티브에 못 가게 되었을 때 아쉬웠지만 오히려 막힌 그 곳에서 일반인의 생기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카메라에 실컷 담을 수 있었으니 역시 여행의 묘미는 그런 것이 아닐까 싶네요.

  • 4. 카루소
    '10.4.12 2:56 AM

    Piano Concerto A minor op. 54 / R. Schumann
    슈만(1810~1856) 피아노 협주곡 A단조 Op. 54

    1. Allegro affettuoso 15'02
     
     
    2. Intermezzo (Andantino grazioso) 05'41
     
     
    3. Allegro vivace 10'31
     

    Helene Grimaud(엘렌 그리모)Piano / Dresden Staatskapelle
    Esa-Pekka Salonen, cond

  • 5. 열무김치
    '10.4.12 4:47 AM

    바람에 저 큰 자갈들이 길로 뿌려진 모습을 보니,.. 어후,..무섭기도 하네요.
    겨울에도 밖에서 커피나 와인을 즐길 수 있는 남부 !

  • 6. 열무김치
    '10.4.12 4:55 AM

    바람에 저 큰 자갈들이 길로 뿌려진 모습을 보니,.. 어후,..무섭기도 하네요.
    겨울에도 밖에서 커피나 와인을 즐길 수 있는 남부 ! ^^

    여행 시작하기 전의 설레임이나
    여행이 끝나가는 즈음의 아쉬움 등,
    이런 소소한 감정들은 참 잊혀지기 쉬운 감정인데,
    막상 겪으면 참 아름다운 감정인 것 같아요.

  • 7. intotheself
    '10.4.13 12:33 PM

    열무김치님

    이번 여행은 중간에 아들의 시험낙방,재수결정하기까지의 긴 시간 무력하게 보내는 아이를

    바라보면서 느끼던 고통으로 인해 여행을 생각하는 것을 멈춘 기간까지 포함해서

    정말 오래 여행의 감정이 오래 지속되고,오늘 아침 집에서 이탈리아 통일운동에 관한 글을 읽다가

    니스가 왜 프랑스땅이 되었나를 읽다보니 다시 그 시간속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참 매력적인 여행이어서 오랫동안 책속에서 만나면 다시 반갑고,다시 가고 싶고

    이런 심리적인 동반이 계속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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