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수유공간너머에 가는 날이었습니다.
물론 그 날 하루의 일들이 다 즐겁지만 가장 즐거웠던 기억은 탁구를 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인데요
연구실 한 구석에 놓인 탁구대에 늘 눈독을 들이다가 저녁을 먹고 나서 고병권샘에게 물었습니다.
탁구 좀 같이 칠 수 있을까요?
연구실에서 고수급에 든다고 귀뜸으로 들은 기억이 있어서 그렇게 부탁을 했는데
막상 오랫만에 쳐보니 기량이 제대로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니 땀이 비오듯 흐르면서 조금 친 것 치고는 몸도 가쁜해지고
앞으로 자주 치면 호흡이 맞을 것 같은 즐거운 예감이 드네요.

다시 시작할 때 아무리 찾아도 처음 장만한 라켓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그래서 새로운 라켓을 장만하고
나니 어디서 나왔는지 슬그머니 처음 라켓이 등장한 겁니다.얼마나 아깝던지요.라켓값이 그렇게 만만한
것이 아니니까요.그래서 주인을 잃고 놀고 있던 라켓이 하나 있었는데 오늘 아침 찾아놓았습니다.
다음 월요일에는 제 것이랑 주인잃은 라켓을 챙겨서 떠나야지 싶어서요.
탁구덕분에 월요일 남산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더 가볍고 즐거워질 것 같은 예감이 절로 듭니다.
오래전 일입니다.중학생때인데요,언젠가 친구들과 함께 탁구장에 갈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런데 처음 쳐보는 탁구,상대방도 실력이 없기는 마찬가지여서 도대체 공을 제대로 주고 받을 수 없는ㄴ
겁니다.고민을 하다가 탁구장 주인에게 부탁을 했지요.함께 쳐 줄 수 있는가 하고요.
그랬더니 주인이 공을 제대로 보내주니까 조금씩 공을 칠 수 있게 되어서 같은 탁구대라도 이렇게 다를
수 있는가 깜짝 놀랐습니다.
그 다음에 혼자서 그 탁구장에 가서 30분 치는 비용을 낼 테니 함께 쳐달라고 부탁을 했지요.
어린 학생이 와서 그런 부탁을 하는 것이 신기했던지 그 아저씨께서 기꺼이 상대를 해 주었습니다.
그런 기간이 오래 지속된 것은 아니지만 그 때 깨달은 것은 운동은 제대로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었지요.

그 이후에 자주 탁구장에 갈 기회는 없었지만 그 기억은 뚜렷이 새겨져서 어른이 된 어느 날
동네를 지나다가 탁구 레슨을 알리는 휘장이 있는 곳에 저절로 눈길이 갔습니다.더구나 전 국가대표인
여자 선수가 가르친다고 하더군요. 등록을 하고 배우기 시작했는데 워낙 운동신경이 없는 제가
세상에 태어나서 누군가에게 그렇게 자주 혼나본 것은 처음입니다.
이렇게 저렇게 지적을 받으면서 한 6개월이 지나니 처음으로 제대로 된 폼이 나오면서 공을 주고 받는
힘이 생기더군요. 그 곳에서 레슨을 받는 사람들과 아마추어 여성들이 참가하는 대회에도 한 번
나가보았는데요,다 같이 나가야 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나간 것이지만 그 때의 놀라운 기억은 지금도
생생합니다.아마추어들인데 구력이 대단한 사람들도 많고,도대체 저 공을 어떻게 받는단 말인가 싶을
정로도 스핀이 강한 공들도 척척 보내기도 하고 그러더군요.
저는 두 번 상대방을 이기고는 탈락했지만 그런 경험은 생전 처음이라서 정말 신기했습니다.

그 뒤로 그 동네를 뜨게 되어서 계속 배우지 못했지만 기회가 되면 다시 레슨을 받다가 사정이 생기면
쉬다가 그런 식으로 탁구와의 인연은 계속이 되었습니다.문제는 다른 사람들처럼 레슨을 받은 이후에도
남아서 연습하거나 할 시간을 제대로 갖지 못했다는 것인데,그래도 제겐 운동하면 탁구와 배드민턴
가능한 것이 딱 두가지라서 귀한 인연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꼭 고병권 샘이 아니더라도 조금 치다보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탁구 한 번 칠까요? 하고 마음 불편하지
않게 말 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요?
그 곳에서는 배우지 않고도 그 안에서 서로 연습하다가 고수가 된 전설!의 고수가 6명 있다고 들었습니다.
언젠가 그 고수들과도 한 번 탁구대에서 만날 날이 오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