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ver에 온 메일을 열어보다가 어라 반가운 메일을 발견했습니다.
파리의 루브르앞 스타벅스에서 만나서 한참을 이야기했던 일본인 가수 나오미에게서 온 메일이었는데요
그녀가 마침 4월 30일 마포의 아트센터에서 공연이 있노라고,영문이름과 필요한 표 매수를 말하면
보내주겠다고,거기서 만나길 기다린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날이 금요일이 아니면 소용이 없는 일이라 달력있는 곳으로 뛰어가보니 마침 금요일이네요.

문제는 그 날 다른 공연 일정이 없는가인데,역시나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공연일정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 딜렘마에 빠지게 되지요.저 혼자라면 당연히 필라델피아 공연에 가야 하는데
마침 여행을 함께 한 캐롤님이 그녀의 공연을 기대하고 있고,그것만이 아니라 우연한 인연이지만
음악으로 인연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가수와의 흔하지 않은 인연이라서 고민이 됩니다.
더구나 표를 보내준다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고요.

이른 시간이라 조금 망서렸지만 갈 만한 사람들에게 연락을 하니 아주 좋아하는군요.그렇다면 나오미의
공연에 가는 것으로 마음을 정했습니다.
다른 공연을 오래전부터 기다렸던 것이라,아쉽지만 선택에는 포기도 필요한 법이니까요.
그런데 이런 경우의 포기는 마음이 무거운 것이 아니라,오히려 가볍다는 것을 배운 것도
오늘 아침의 즐거운 경험이로군요.

일본어로 말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이상하게 일본인들과 만날 기회가 조금씩 생기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알게 되는 일본인들과 일본인 일반에 대한 제 의식은 아직도 복잡한 심사가 끼어있다는 것
그것을 우연히 알게 된 날이 있어요.
지난 주 월요일 수유공간너머에서 돌아오던 길,광화문에서 차를 갈아타려고 지하도를 건너다가
두 명의 젊은 일본 여성이 큰 소리로 웃으면서 그 길을 건너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왜 갑자기 마음속에서 화가 불쑥 치미는 것인지 저도 저자신에게 놀랐습니다.
다른 나라사람들이었다면 그런 격렬한 감정이 생겼을까?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더군요.

파리의 지하철역에서 늦은 밤 두 사람이상인 흑인을 보면 느끼던 말도 되지 않는 공포심도
제겐 아직도 의아한 마음으로 남아있는 앙금이기도 합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은데 ,그리고 대낮의 흑인들에 대해선 별다른 감정없이
바라보았는데 왜 유독 밤에 만난 흑인들에겐 그렇게 말도 되지 않는 감정을 느낀 것일까와
낮에 인사동에서 바라보는 일본인 관광객에 대해선 그렇게까지 적대감이 느껴지지 않는데
왜 그랬을까? 그 날은

내가 누구인지 과연 우리는 알고 살아가는 것일까요?
내 안의 충동,나도 모르는 것들과 대면하면서 혹은 무시하거나 도피하거나,혹은 과장하거나 축소하면서
살아가는 날들,뜻하지 않은 충동으로 인해 나를 들여다보게 되는 경험을 한 날의 일이 잊혀지지 않는 것을
보면 그 날의 격정적인 반응이 제겐 아직도 낯설기도 하고,해석해야 할 감정이기도 해서 그런 모양입니다.

사람들은 가끔 묻지요.공부해서 밥이 나오나,떡이 나오나
물론 밥도 떡도 나오지 않지만 역시 공부는 힘이 세다는 생각을 합니다.그렇게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들고
그 전의 나와 달라진 나,아직도 모르는 것 투성이의 나에 대해서 생각해볼 기회를 주니까요.
이것이 어제 철학시간에 만난 사람들사이에서도 이야기되던 주제였는데요
앗,그런데 시간을 보니 이렇게 주저리 주저리 아침부터 이야기 늘어놓을 시간이 아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