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떠나 올 때
바로 내 위의 언니에게 뱅기마일리지 있지 않냐고
은근히 제주도에서 함께 여행할 것을 유혹해 보았는 데
아직도 교직생활하는 언니의 겨울방학 기간과 맞물려
언니가 형부와 함께 제주도행을 감행해 주었다. 고맙게도..ㅎㅎ
이날은 언니와 형부가 오후 비행기로
제주도엘 오는 날이기에...
제주도의 재래시장 구경을 하고 공항으로
마중을 나가기로 했다.
숙소에서 버스를 타고 동문시장을 돌아 보았다.
재래시장이라지만 근래에 새 정비를 했는 지
시장이 퍽 깨끗하고 규모도 엄청 컸다.
시장 곳곳엔 제주도의 특산물인
생선과 한라봉 밀감등등으로
여행객을 유혹하기에 모자람이 없었고
사람 사진을 찍는 데 쑥스러움이 있는 나는
차마 사징기는 꺼내지도 못하여, 그 큰 규모의
동문시장을 담지 못해 지금도 애석하기만 하다.
중앙로 지하상가와 시민회관쪽까지
쭈욱 훓어보며 옥돔 몇마리와
길가의 할머니들이 다듬어 파는 냉이랑
마늘등 야채를 사서 검정 봉다리를 들고
공항엘 가서 언니를 만나 오랫만(?)의 회포를 회와 매운탕
그리고 술 한잔을 곁드리며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우리는 8코스를 걷기로 하였다
제주 올레길을 걸은 사람들에게
제일 멋진 코스의 길이라고 소문이 나 있기에
여행 일정이 짧은 언니와 형부를 위해 택한 코스이다.
8코스는 월평포구에서 시작인 데
무리한 걷기를 피하기 위해 대포포구에서
걷기로 했는 데...엊그제 부터 춥던 날씨 때문에
모자며 방한복을 단단히 챙겨입고 나섰더만
어찌나 날씨가 청명하고 점차로 기온이 오르기 시작하여
걸으면서 바람과 해의 동화처럼 하나씩 하나씩
벗어서 배낭에 넣느라고 바빴다.ㅎ
대포포구의 해변가에 산국이 소담스럽게 피어
잠시 지금이 몇월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 유명난 주상절리이다.
바다에 밀려 내려온 용암이 굳으면서 절경을 빚은 주상절리에는
억새풀과 때마침 떠오른 아침 햇살이 퍼지면서 신비롭기 그지 없었다.
반가운 마음에 해변 가까이까지 뛰어 내려갔지만
광각렌즈로는 그 신기한 주상절리의 바윗결을 담을 수 없어 아쉬웠다.
중문단지 입구의 소라 조각품과 컨벤션센터이다.
남국의 멋을 느끼게 하는 나무 사이로
눈쌓인 한라산이 아스라히 내 눈속으로 들어선다.
씨에스호텔과 베릿내 오름에서
간간히 불어오는 해풍을 심호흡으로 들이 마시며
천천히...천천히 걸었다.
햇빛을 받아 부서지는 은빛파도는 그야말로 환상이었다.
중문 해수욕장을 들어서기 전에
인터넷으로 검색한 마린부페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그러나 검색에서는 너무나 평이 좋았던 마린부페에서의 점심은
너무나 볼품없는 식사로 여행길의 또 하나의 즐거움을
무참히도 짓밟았다. 식재료가 어찌나 형편이 없던 지....ㅠㅠ
식사를 정말 마지못해 하고는 중문해수욕장과
너무도 잘 가꾸어진 하얏트 호텔을 가로질러 걷는다.
작년에 제주 올레길 1코스와 2코스를 걸을 때는
그야말로 제주의 숨은 비경과 섬주민들의 생활상을 볼 수 있어
토속적인 제주도의 멋을 느낄 수 있었는 데...
8코스는 워낙 관광지로 유명난 곳이어서 인 지
올레길 의미의 맛은 떨어지는 듯 하다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또 다른 주상절리의 존모살 해안길이다.
파란 하늘의 구름까지 절묘한 풍광을 선사하던
그 모랫길을 나는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
모랫길 걷기가 너무도 힘은 들었지만
아무 상념없이 바다와 하늘, 구름, 그리고 바람과
내가 하나되어 걷는 이 길에서 무아지경이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기특한 생각도 하였다.ㅎㅎㅎ
앞서 걷던 남편이 절벽길이 위험해 보였는 지 가던 길을 멈추고
사징기 들대고 늦장부리는 마눌님에게 짜증도 날만 할텐데
이리 돌아다 보며 기다려 주는 것이 어찌나 신통방통 했던 지...ㅋㅋ
모랫길을 힘들게 간신히 걷고나니 이젠 바윗길이
걷는 내내 긴장을 멈추게 하질 않는다.
걷다가 뒤돌아 보니 네사람의 일행이 주상절리의 절벽과
너무도 잘 어울려 몰카 한방 날려주공^^ㅋㅋ
혹...울 82회원이시면 절벽밑으로 걷던 멋진 사진하나
꼬불쳐 놓았으니 연락주시면 보내 들겠슴다...하하하
해병대의 도움으로 해녀들만이 다니던 길을
올레꾼들을 위해 만들었다는 길을 걸으며
누군가의 수고로움으로 이런 절경을 맛볼 수 있음에
무한한 감사의 인사를 드리기도 했다.
파도소리와 은빛파도가 부서지던 해병대길을 지나
이젠 대평포구로 향한 길을 걷는다.
올레길 이정표의 상징인 파랑 오렌지색깔의 리본이 달려 있는
노란 유채꽃이 핀 들길을 지나고....
부는 해풍에 머릿결도 맘껏 맡겨도 보며....
우리는 말없이 걸었다.
모두 말은 없었지만 지나온 내 인생길도 이렇치 않았을까 하는 생각과
내가 걷는 이 길에 또 내가 살아야 할 길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을 하였으리라...(내맘대로 ㅋ)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바닷가 길을 걸었다.
해안길 오르막을 걸어 오르다 문득 뒤를 돌아보니
내 과거의 아름다운 추억처럼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광이
내 발길을 잠시 멈추게 한다.
걷다가 걷다가 잠시 이렇게 뒤돌아 보면
생각지도 않던 멋진 풍광이 펼쳐지니...앞만 보고 걸을 일은 아니다
가끔은 이렇게 뒤도 돌아보고 길섶의 이름모를 꽃도 들다보며....
이것이 여행의 참맛이 아닐까 싶으다.
바닷가의 유채꽃이 우리나라 겨울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도록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나무와 하늘과 구름이 내 눈길을 사로 잡는다.
이 날은 날씨가 좋아서 인 지?
유명난 코스라서 인 지? 올레꾼들을 많이도 만났다.
8코스의 마지막 거점인 대평포구로 가는 길에 만난
어느 무덤가에 소담스런 유채화에 눈길이 머문다.
땅속에 누운 자도 너무도 행복할 것 같은 무덤가의 풍경이다.
8코스의 마지막 거점인 대평포구 가까이서 만난 찻집이다.
전경이 너무도 좋아서 시원한 맥주와 함께 피곤한 다리에게 잠시 휴식을 주었다.
밖에서 보던 것과는 달리 찻집 안에서 내다보니
풍광이 어찌나 분위기가 있던 지....
식사로 수제비도 하고 갖가지 차와 술(맥주, 막걸리)이 마련되어 있었다.
8코스를 걷는다면 한번씩 들려 보시길 추천드리는 바....^^
시원한 맥주 한잔으로 목을 축이고 대명포구에 도착한 후
동네 어귀길을 걸어나와 시외버스에 오르니...
그제서야 다리가 뻐근하니 피곤이 몰려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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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너스 샷~~!!!
제목: 겨울나그네
(모델은 누구라도 연하남으로 보는 마이 허즈번드~~절대 연하남 아님~~크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