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를 도착한 다음날
밤새 창문을 흔들어 대는 바람소리에 잠을 설치고
새벽녘 잠깐 잠이 들었는 데 빗소리가 들리어 온다.
숙소 주방에서 내어다 보면 보이는
바닷가 방파제에 하얀 파도가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거세게 밀려 들어온다.
짧은 예정으로 제주도 여행을 왔다면
저 비바람을 불구하고 우비라도 쓰고
여행길을 재촉해 나섰겠지만
뭐 그리 급할 게 있나 하고는 오늘 일정은
그냥 방콕이다. 제주도까지 와서 숙소에서
방콕이라니~~~ㅎㅎㅎ
조금 늦은 오전 시간에
숙소 뒤에 바로 있는 마트에서 장을 보기로 했다.
몇끼라도 숙소에서 해 먹으려니 필요한 것이 많았다.
그래도 매끼마다 사 먹을 수가 없어서 이것 저것
가장 적은 양으로 된 것들을 카트에 담아 계산해서
돌아 오는 데 우산으로도 비바람이 막아지지 않아
홈빡 비를 맞고 집에 돌아와 장본 것들을 정리하고
tv를 보고 있다가 밖을 내어다 보니 비가 뜸해져 있길래....
숙소 가까이에 있는 은파감귤농장을 견학하기로 했다.
농장 안에는 몇몇 귤나무에 아직 수확이 되지않은 귤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고
82쿡 회원님이신 은파농장의 은파각시님 내외분께서 반가이 맞아 주셨다.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여느 귤농장의 나무밑과 달리
잡초(?)가 무성한 것이 제일 의아해서 은파각시님께 여쭈어 보았더니...
유기농 재배로 잡초를 길러 귤나무 뿌리와 잡초의 부대낌으로 감귤의 맛을 좋게 한단다. 오호....
농부 아낙이라 하기엔 너무도 곱고 멋진 은파각시님이 유기농 귤에 대한
농사법을 농장 구석 구석을 데리고 다니시며 설명해 주셨다.
은파농장의 식구인 가축들...예쁜(?) 닭과 토끼 그리고 기러기
특히 기러기는 비닐하우스에서 한 30여 마리가 있었는 데
낯선 사람이 들어서니 모두 경계를 하고 그 보스로 보이는 녀석이
앞으로 나서서 위협적인 포즈로 제 식구들을 보호하는 듯 하여
동물의 세계를 가까이서 보는 듯 신기하기만 하였다.
여름 장마철마다 물난리를 겪어서 새로 수로공사를 하셨다는 데 그 윗쪽의 밭에
팔삭이라는 귤이 먹음직스럽게 주렁주렁 열려 있다.
수확한 밀감을 하나하나 선별 작업을 하여 육지로 배송을 하는
작업장에서 맛난 밀감을 껍질째 씹어 먹으니..그 맛이 또한 별미였다.
사먹기만 하던 밀감을 농장에서 직접 따 보기도 하고 여러 종류의 귤도 보며
또 유기농법 이야기도 듣는 공부(?)가 나는 너무 좋기는 하였지만,
너무도 바쁘신 은파각시님 일과에 민폐를 드린 것 같아 송구스러웠다.
그리고 너무도 성실히 열심히 사시는 두분의 모습을 보니
저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늘 건강하시길 빌어본다.
농장 구경을 실컷 잘하고 돌아오는 길
동네 어귀마다 돌담이 쌓여져 있고 밀감이 주렁주렁 열려
제주도라는 실감이 저절로 난다.
은파각시님이 제주도 여행중에 먹으라고 담아 주신
커단 귤봉지를 들고 앞서 가는 남편의 뒷모습도 담아 보았다.
이날 저녁엔 숙소 앞 바닷가 방파제에서
낚시하는 사람들 구경도 하며 바닷가 동네를
이 구석 저 구석 걸어 다니며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