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새벽에 저절로 눈이 떠진 날,월요일 숙제로 제출해야 하는 일본어 번역을 하면서
바흐의 음악을 동반자로 틀어놓았습니다.
그 때는 골드베르크 베리에이션이었는데요 음반 하나가 통째로 돌아가는 동안
끙끙거리면서 번역을 하다가 문득 이런 일을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라면 이렇게 할 수 있을꼬
생각하게 되더군요.
스스로 선택한 일이라서 이런 에너지를 낼 수 있는 것이겠지요?

어제 금요일 역사모임을 마치고(한 달에 한 번씩 정독도서관에서는 반룬의 예술사를 강남에서는 남경태의
종횡무진 서양사를 읽어왔는데요 철학수업을 이 주 에 한 번씩 같은 책으로 읽어보니까 한 달에 한 번이란
공부방식에 의문이 생겨서 내년부터는 같은 책을 이 주에 한 번씩 읽기로 했습니다.지금 읽는 책이 양쪽에서
다 끝나고 나면 새롭게 읽는 책에 새로운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겠지요?) 자전거님,아템포님이랑 만나서
프랑스 남부여행의 일정을 마지막으로 점검을 했습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정말 출발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실감이 나더군요.
운전을 못 하는 저로서는 두 사람이 번갈아 운전하면서 남부를 돌아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랍니다.

인터넷이란 매체가 없었다면 세상에 존재하는지도 모르고 살아가고 있을 많은 사람들을 온라인 상에서 만나기도 하고,
실제로 오프라인에서 만나서 함께 공부하거나 미술관에 가기,혹은 산에 함께 가기,영화관에 함께 가기
음악회에 가는 일등이 가능했을까 생각하면 참 신기한 일이라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되더군요.

번역을 다 마치고 나니 시간이 한참 흘렀습니다.그 때서야 피로가 몰려와서 잠깐 눈을 붙이고 나서
어제 음악회에 갔을 때 구한 이작 펄만 in portrait가 궁금해서 듣기 시작했습니다.
사실은 오늘 피아노 레슨도 있고,오전 스터디도 있는 날이어서 그렇게 앉아서 음악을 들을 일이 아니지만
역시 감정이 이성을 이기는 것일까요?
파르티타를 듣고 있으려니까 몸이 서서히 깨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기분이 드네요.

렘브란트-터너-마티스-로스코로 이어지는 계보의 세 번째 마티스를 보는 아침,바흐의 파르티타와 어울린
조용한 아침이 아름답게 흘러넘치고 있습니다.
마티스가 말년에 살았던 방스에 가고,니스에서 마티스 미술관에 다녀온 다음
그의 그림이 제게 어떤 식으로 들어오게 될지 기대가 되기도 하는 아침이로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