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낮에 잠깐 시간이 났을 때 로스트로포비치 life and art란 디브이디를 보았습니다.
이미 연주는 여러 번 들었지만 아직 그의 삶에 대한 기록을 보지 못한 상태라서
작정하고 자리에 앉아서 보았는데요,덕분에 첼리스트로서의 로스트로포비치에 대한 것 이외에도
인간으로서의 삶에 대한 것,그리고 음악에 대한 그의 느낌,지휘자로서의 삶,정치적인 입장
그에게 영향을 준 사람들,그에게 영향을 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는 소련출신인데요,아버지는 첼리스트,어머니는 피아니스트였더군요.
아버지는 파블로 카잘스와 함께 첼로를 배운 사이라고 하더라고요.파블로 카잘스 ,이름만 들어도
제겐 설레임이 오는 그런 이름인데..
그는 어린 시절,2차대전때 독일군의 침입으로 고향을 떠나서 피난생활을 한 적이 있었다고요.
13세에 처음으로 대중앞에서 생상의 곡으로 연주를 시작했다는 것,
그리고 가난했던 시절,그를 가르치는 선생님의 생일날 무엇인가 선물을 해야 한다는 말을 동료에게 듣고는
하루 밤 내내 고생을 하면서 유모레스크 곡을 작곡하고 외워서 선생님앞에서 연주한 이야기도 인상깊었습니다
그 때 처음으로 그는 작곡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고 모스크바 음악원에 다니는 기간 동안
부지런히 작곡연습을 했다고 하더군요.그러나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을 들은 순간
너무나 감동하기도 하고 너무나 비교가 되어서 결국 작곡은 포기했노라고도 하더군요.

첼로를 테크닉을 넘어서 새로운 악기로 부각시킨 인물이라고 평가받는 로스트로포비치는
선생으로서도 마스터 클래스를 통해서 많은 첼리스트들에게 영향을 끼쳤다고 합니다.
다큐멘터리에 인터뷰대상으로 나온 한 여성 첼리스트는 그녀가 마스터 클래스에서 그의 지도를 받으면서
얼마나 음악에 대한 태도에서 변화되었는지에 대해서 꿈꾸는 표정으로 이야기를 해서 인상적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세상에 알려지는 기회가 늦어졌다고 하더군요.
더구나 그가 존경하던 작가 솔제니친이 곤경에 처했을 때 그의 집에 있도록 장소를 제공한 일로
패스포트를 뺏기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더군요.
그런데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국제음악제의 의장직을 맡고 있던 그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 몰랐던
소련당국은 그를 가족들과는 별도로 (가족들은 바로 나가지 못하게 하고) 해외로 나가게 처리했고
그로 인해 일종의 추방을 당했다고 합니다.

첼리스트로 활동하던 그는 지휘자로 등장한 뒤로는 지휘와 연주를 병행했다고 하는데요
사실 저는 지휘자로서의 그에 대해선 제대로 모르고 있다가 오늘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2007년
늙은 나이의 그가 모스크바 음악원의 오케스트라 연습에서 지휘하는 모습을 보면서 깊은 감동을 느꼈습니다.

물론 연주자 개인의 인생을 모른다고 음악을 듣는 일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아니고
연주자의 삶을 안다고 해서 그의 음악과 그의 삶이 꼭 매치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 연주자의 삶을 아는 일은 그의 음악을 대하는 태도에서 변화를 초래하는 것은 사실입니다.제겐
그래서 저는 연주실황만을 담은 디브이디보다는 그 안에 연주자의 다큐멘터리가 들어있는 디브이디를
선호하게 되고,또 한 가지는 교향곡의 경우 그 음악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그런 다큐멘터리에
특별히 더 흥미가 생기더군요.
그 과정을 다 보고 나면 우리가 무대에서 완성된 형태로 듣게 되는 그 음악이 사실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통해서 우리에게 오는 것인가를 깊이 느끼게 되고,그 자리에서의 몰입을 훨씬 즐겁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할까요?
그리고 완성된 형태의 너머에 있는 땀과 좌절과 완성을 향한 열정마저도 생각할 수 있는 눈이 생긴다고
할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