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라디오에서 방송하는 일본어 초급,중급을 동시에 듣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두 달째 강의를 듣다보니까,같은 20분이라도 초급과 중급의 20분의 차이가 실감나게 느껴지네요.
초급의 20분은 널널하다고 할까,아는 내용을 정리하면서 느긋하게 간다고 할까 그렇게 즐거운 시간이
되고 있는데요,그 반면 중급 20분은 숨이 차다는 기분으로 따라가고 있거든요.
이 때 숨이 차는 기분이 싫어서 그만두고 싶은 유혹을 느끼는 날도 있고
그래도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이렇게 소리로 듣지 않으면 도대체 어디서 이 발음들을 제대로 들어볼
기회가 있을까 이렇게 스스로를 부추기면서 가는 날도 있는데요
아무래도 마음 상태에 따라 반응이 달라지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일본어에서의 20분이 주는 차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뒤러를 보게 된 사연인즉
이야기가 길어지네요.
지난 번 철학모임에서 고병권선생이 니체에 관한 이야기를 피아노의 숲으로 풀어가는 것이 신기해서
피아노의 숲이란 에니메이션을 다시 보았습니다.
사실 저는 에니메이션에 이상하게 몰입이 되지 않아서 잘 보지 않는 편이었는데
피아노의 숲을 보면서 마음이 조금 움직였었지요.
그러다가 며칠 전 우연히 갤러리 페이크란 에니메이션을 발견했답니다.
갤러리 페이크는 오래 전 상당한 분량의 만화를 빌려준 사람이 있어서 어라,만화에서 이렇게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다루다니 하면서 흥미있게 읽었던 만화라서 그렇다면 하고 검색을 해서
보기 시작했는데요 4번째 이야기에서 뒤러가 나오더군요.
제목이 알려주듯이 갤러리 페이크 (fake)에서는 위작을 취급한다고 하지만 메트로폴리탄에서 큐레이터를
하다가 일본으로 온 후지타란 사람이 관장으로 있다는 설정이 나오는데요,그가 보여주는 그림에 대한
안목을 따라가다가 아니,만화가가 이렇게까지 다양한 그림을 보여주고 설명할 수 있는가 놀라고 있습니다.
갤러리 페이크는 내용도 재미있지만 갤러리에 걸려있는 그림들을 구별하면서 바라보는 재미도 있답니다.
어라,이런 그림까지 하는 놀라움,아니 이것은 무슨 작품일까 하는 궁금증
이런 잔재미가 오히려 이야기자체보다 더 재미있을 수 있고,덕분에 after가 가능하다는 것도 잔재미라고
할 수 있겠지요?
중급의 20분을 조금 더 말랑말랑하게 느끼게 할 방법이 없을꼬 고민하다가 찾은 방법은
역시 초급보다 더 자주 듣는다는 것 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래도 역시 그런 무식한 방법으로 한 번 또 한 번 다시 듣다보면 역시 그 시간이 처음의 20분과는
다른 기분을 느끼게 해주네요.
un pas de plus
불어책에 한 과의 마지막에 나오는 표현인데요 한 걸음 더라고 하네요.
모든 일에 한 걸음 더가 필요한 것은 아니겠지만
공부에서는 정말 이 말이 약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는 날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