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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수유공간너머에 처음 간 날

| 조회수 : 1,921 | 추천수 : 201
작성일 : 2009-11-10 17:03:09

정독도서관에서 공간을 얻어서 공부하는 것도 감사한 일인데

그 곳에서 철학모임에 지원을 해 주겠다고 선정해준 덕분에 만나게 된 사람이 고병권선생입니다.

물론 누구에게 무엇을 부탁하면 좋을까 여러 차례 논의가 있었는데요

아무래도 수업내용이 철학이다보니 니체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렇게 된 것인데

그것이 한 번의 인연으로 끝나지 않고 수유공간너머에 자본세미나에 참석해야지 (사실은 자본론을 읽을

결심!을 한 것도 아니고,내년에는 어떻게든 시간을 내서 그 곳의 저녁스터디에 참석하고 싶다는 마음만

굳히고 있었던 상황이라서) 바로 결심하게 된 것은 강의 이후의 점심식사시간에 고병권선생의 바로

앞자리에 앉았던 덕분인데요,다른 때같으면 그런 자리를 분명 피해서 조금은 벗어난 자리에서 질문을

했을 터인데 그 날따라 그 자리에 덥석 앉게 된 것이 이미 신호가 된 것일까요?

첫 수업이 있던 월요일,

책을 챙기면서 지하철에서 읽을 가벼운 책으로 들고간 것이 바로 아이세움에서 번역해서 내놓은 역사시리즈중

자본주의의 탄생입니다.



시공사에서 번역한 마르크스 평전도 한 권 넣었고요.

그 곳에 도착하기 전에는 사실 마음이 반반이었지요.

기대반,걱정반이라고 할까요?

낯선 동네에 들어서기엔 조금 어두컴컴한 시간,잘 몰라서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묻기도 하고

오랫만에 마을버스가 가득차서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면서 버스의 손잡이를 꽉 잡아야 했던 시간

내려서도 길거리의 사람들에게 물어도 그런 곳은 처음이란 듯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네요.

결국 세미나의 반장에게 전화해서 길을 물어 드디어 도착한 건물

어둠속에 잠긴 공간을 더듬거리면서 찾아들어가니 어둠과 대조된 안의 활기가 갑자기 마음을 밝게 해주네요.

다섯개의 조로 이미 나눠서 칠판에 정리가 되어 있는데 1조에 모인 사람들을 보니

너무 젋다고 해야 하나,그래서 새로운 피를 수혈받을 수 있다고 해야 하나,사실 마음을 정하기 나름이겠지요?

수업이 시작되면서 긴장이 풀리고 새로운 시간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는데요

우선 자본을 어떤 식으로 읽을 것인가에 대한 소개

마르크스 평전을 읽고 써낸 고병권 선생의 독후감을 중심으로 마르크스의 생애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한 사람이 읽어낸 마르크스를 만나는 시간이었습니다.



다섯 항목으로 나누어서 소개한 이야기중에서 제게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인터내셔널에 대한 개념을

다르게 읽은 대목이었는데요

인터내셔널이란 꼭 대외적인 연결망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한 나라안에서도 서로 다른 사람들끼리

연대하는 방식이 아닐까 하는 대목이었지요.

예를 들어 교수노조가 결성되었을 때 그들이 시간강사를 제외하면서 시간강사는 그들대로 노조를 결성해서

나름대로 활동하면서 연대하자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인터내셔널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교수노조가 그 안에서 자기를 열어서 그들과 다른 사람들을 들어오게 하고 서로 다름속에서도 연대가 가능한 것

이런 예를 들자면 한이 없겠지요?



마침 서사철학이란 책을 읽던 중에 만난 열린사회와 닫힌 사회,열린과 열다의 차이

이런 문제제기에 흥미를 느끼고 그렇다,정말 새로운 시각이로군,내가 생각하지 못한 것을 열어서 보여주니

정말 신기하다고 생각하면서 읽던 중이라 그 이야기가 확 들어오면서

이 모임에 나이로 인해서 망서리던 시간이 생각났습니다.

늘 같은 또래끼리 모여서 공부할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연령대,다른 시각을 갖고 활동하는 사람들

전혀 다른 직업을 갖고 생활하는 사람들속에서 자연스럽게 스스로를 열고 새로운것을 받아들이게 되면

그것이 바로 나에겐 인터내셔널한 경험이로군 하는 생각을 하면서 마음이 편해진 시간이기도 했지요.

세 시간에 걸친 수업이 끝나고 다음 시간에 바로 발제를 하게 된 1조끼리 남아서 어떻게 발제를 할 것인지

이야기를 나눈 다음,

수유공간너머 남산 4층을 소개해주겠다고 일부러 시간을 내 준 고병권 선생을 따라서 그 공간을

놀랍고 부러운 마음을 담아서 구경을 했습니다.

그 곳에 놓인 탁구대를 보니 다음 월요일부터는 라켓을 챙겨서 오후에는 그 곳에 가서 미리 공부를 하다가

상대가 있으면 탁구를 치고 싶어지네요.

여러 사람들이 드나들면서 보내온 선물 명단이 정겹게 적혀 있는 식당,한 벽면에 LP와 씨디가 가득한

카페,그리고 이주노동자들의 방송시설,공부하는 공간,아이들이 모이는 공간등

정성스럽게 꾸며진 공간을 보니 앞으로 이 곳과 깊게 인연을 맺게 될 것 같은 즐거운 예감이 드는

시간이었습니다.

4층을 다 구경하고 원래의 세미나실에 내려오니 그 곳의 터주대감들?로 보이는 멤버들이 남아서

한참 논의를 하고 있더군요.

개인적으로는 외국어에 관심이 많아서 이왕이면 월요일 이곳에서 외국어공부하는 모임과 접속하고 싶다는 '

의사를 표현하자 막 일본에서 돌아온 사람이 있다고 ,그러니 공부모임을 상의해보겠다는 긍정적인

대답이 돌아옵니다.

어떻게 공부의 인연이 맺어질 지는 모르나 누구라도 무엇인가 하고 싶으면 이야기해볼 수 있는 공간과

사람들을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출발이 된 날

이 첫 마음으로 자본세미나가 끝나는 날까지 즐거운 나들이가 되도록 노력해야지 하는 마음이

저절로 생긴 날이기도 했습니다.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천천히
    '09.11.11 5:40 PM

    수유공간너머에 저도 함께 하고 싶은데 여긴 지방이라 ㅠㅠ
    좋으시겠어요
    열공하세요

  • 2. 피글렛
    '09.11.11 6:07 PM

    저도 가보았으면 좋겠는데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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