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여간,
이런 소문과는 상관없이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화라 진작에 DVD로 사두고 몇번을 돌려봤지만 볼때마다 재밌긴 합니다.

감독, 각본 테렌스 말릭 / 촬영 네스토르 알멘드로스 / 음악 엔니오 모리코네 / 출연 리처드 기어, 브룩 애덤스, 샘 셰퍼드 / 1978년작 / 러닝타임 95분
제 51회 아카데미 촬영상을 수상했던 작품인만큼 아름다운 풍광을 담은 화면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물론 내용면에 있어서도,
옥스퍼드 대학과 하버드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학위를 받은 감독의 평소 진지한 사상이 보통 시시껄렁한 술안주꺼리밖에 안되는 삼각관계가 매우 고상한 사색의 길로 안내하는 그런 영홥니다.
그 때문인지 칸 영화제에서는 감독상을, 뉴욕비평가협회에서도 감독상을 수상한 이력이 같이 따라 다닙니다.
정작 하고자 하는 얘기는 "사진"과 관련된 것들입니다.
제목에 인용한 "사진가라면 한번쯤 봐둘만한 영화"라는 말은 그 유명한 수전 손탁이 이 영화를 가리켜 했던 말입니다.
또한 영화평론가 로저 에버트에 의하면,
"이 영화의 어느 한 프레임이든 사진으로 뽑아서 액자에 넣어두면 훌륭한 거실소품이 된다"고 말할 정도로 영상미가 일품이기도 합니다.
먼저 오프닝 크레딧,





이런 사진들,
개척기 당시 하층민들의 삶의 모습을 담은 세피아톤의 사진들과 함께 오프닝 크레딧이 모두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컬러색조로 변하며 영화가 시작되는데,


어느순간 사진속의 사람들이 움직이며 화면이 점점 밝아질때가 시작점이 됩니다.
오프닝크레딧의 사진들은 실제 당시의 사진들과 함께 영화를 제작하면서 찍은 사진들이 섞여 있다고 하는데...
어떤 사진들이 그런 것인지에 대한 정보는 없군요.
제작연도가 1978년...
이제는 섹시한 늙은이로 여전히 멋진 신사역을 도맡아하는 리처드 기어의 젊디젊은, 뽀송뽀송한 모습이 이채롭습니다.


(이 앳띤 얼굴에 주름 하나없는~)
이 영화가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는 서사들은 개척기의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묘한 향수마저 불러일으킨다는 세간의 평가가 꼭 과장되거나 한 것 같지만은 않습니다.



세트촬영이건 야외 로케이션이건 이게 정말 70년도 훨씬 지난 시대에 만들어진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어색하지 않은 시대상의 완벽한 재현이 어쩌면 이 영화가 갖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이자 미덕일 것입니다.
사진과 영화,
서로 사용하는 언어가 다릅니다.
영화는 1초에만 24컷의 장면이 필요한 장르고 사진은 1초든 1시간이든 1년이든 1만년이든 오로지 단 한 컷으로만 모든 것을 말해야 하는 장르입니다.
지금까지 나온 영화들 중 러닝타임이 가장 짧은 영화는 5초.
이 짧은 표현을 하기 위해서도 무려 120컷이 필요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나온 영화들중 러닝타임이 가장 긴 영화는 앤디 워홀의 "엠파이어 스테이츠"... 러닝타임 8시간 45분입니다.
필요한 컷수는 무려.... 음... 무척 많겠지요~ -_-;;;
그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그 긴 시간동안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츠 빌딩 꼭대기를 계속 보여주는 것 밖에 없습니다.
단지 앤디 워홀이 만들었다 해서, 제일 긴 영화라는 이유로, 유명하긴 하지만...
영화사적으로도 아무런 가치가 있을리가 있나~ 하는 혐의를 받고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하여간,
이 작품 이 정말로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어쩌면 사진과 영화라는,
서로가 사뭇 다른 언어와 가치체계로 표현되고 주장되는 두 가지 상반된 예술 체계 가운데에서 가장 균형잡힌 시각으로 두 장르를 오가며 어색하지 않게 어우르는 모습이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그리고 정지된 컷들이 말없이 교차하는 오프닝크레딧의 사진들이 없었다면 그닥 볼품없는 영화로 전락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또한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이 영화에 사용된 사진들은 참으로 고귀한 품위마저 엿보입니다.
또한 마지막으로,
엔니오 모리코네의 감성적인 음악까지 이 작품에 사용된 진귀한 사진들과 아름다운 영상미를 더욱 풍요롭게 가꿔준 일등 공신이란 평가에는 어떤 이견도 없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