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임권택 / 음악 신중현 / 출연 조승우, 김민선 / 2004년작
저는 원래부터 임권택 감독의 영화는 꽤 싫어하는 편입니다.
아니, 싫어한다기 보다는... 남들이 추켜세우는 그런 칭찬에 무던히도 인색해 진다는 말이 훨씬 정확할 것 같습니다.
감독의 영화들 중 유명한 "만다라", "씨받이", "서편제", "취화선" 등 주로 이런 영화들을 솔직히 좀 싫어하는 편입니다.
오히려 "장군의 아들"은 아류와 속편의 게으름이 많은 편차를 가져왔지만 그 첫번째 이야기 만큼은 상당히 좋습니다.
제가 임권택 감독의 영화 중에 그래도 맘에 들어하고 가장 재밌고 좋았던 영화를 꼽는다면 안성기, 정윤희 주연의 꽤 오래전 영화 "안개마을" 인데 이 작품은 이문열의 단편 소설 "익명의 섬"을 영화화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임권택 감독의 영화들 중에서 그래도 비교적 재밌었고 기억에 남는 작품들을 보자면 "안개마을", "장군의 아들(1편만)", "노는 계집 창", "춘향뎐(1999)", 그리고 이 "하류인생" 정도입니다.

* 경기도 부천시, "야인시대 촬영장 - 1950년대 명동거리"
- 제가 사는 동네에 이 촬영장이 있습니다.
여기서 수많은 영화들, 드라마들을 촬영하곤 했었지요.
요즘엔 촬영이 별로 없는지 가보면 세트 건물들도 많이 낡았고 여기저기 흉한 모습들도 조금 보입니다.
역시 집은 사람이 살지 않으면 그만큼 빨리 낡아버리는가 싶습니다.
"창"의 경우엔 '졸작이다' 혹은 '그래도 범작은 된다'...고 여기저기서 찬반 양론이 한때 끓었던걸로 기억되지만서도, 신은경이 좀 볼쌍 사나웠다는 기억이 있지만서도, 그래도 임권택이었기 때문에 그 민감했던 소재가 음란하게 비쳐지지 않고 비교적 담담하게 관객들의 마음을 잡아끌 수 있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따지고보니... 제가 임권택 감독의 예술적 관점의 사상을 상당히 싫어한다는 편견도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세간에서는 상당히 예술성이 뛰어나다고 손꼽히는 작품들, 어지간히도 골라서 싫어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오히려 대중적이고 가볍다는 평이 지배적인 영화들에게 훨씬 많은 애정을 갖고 있는 것이, 어쩌면 저는 솔직한 생각의 표출, 그리고 그 솔직한 이야기의 진정성을 많이 선호하는 것도 같습니다.
영화제목 "하류 인생"은 많은 생각꺼리들을 던져줍니다.
권력의 중심부와 그 언저리의 인간 군상들을 보여주면서도 그 어느 하나도 제대로된 상류 인생을 보여주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그 돈 많고 권력 많은 자리에 올라 한 밑천 꿰차야만 스스로 상류 인생이라고 자위하며 사는 영화속 인물들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오늘날 우리가 사는 현실에서도 결국 같은 공통분모를 발견하게 됩니다.
결국 인간의 삶이란 언제나 하류에 불과한 것...

* 경기도 부천시, "야인시대 촬영장 - 1950년대 종로거리"
초반부에 등장하는 격투씬들은 장군의 아들의 그것들과 비교해봐도 훨씬 진일보한 점이 눈에 띕니다.
어쩌면 임권택 감독은 액션 영화로 한길을 팠어도 벌써 대가의 반열에 들어섰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상상이 될만큼 뛰어난 동선과 움직임들을 담고 보여줍니다.
요즘 나오는 신세대들의 영화에 등장하는 와이어 액션과 CG없이 이토록 사실적인 액션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
이 역시도 솔직한 싸움의 장면들로 관객의 가슴을 울리는 장인 정신의 빛나는 성과라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작품에서, 특히 임권택이란 우리 시대 최고의 영화 장인이 보여주는 가장 빛나는 가치는, 여타의 쓰레기같은 깡패영화와는 차원이 전혀 다르게도, 음지의 잔혹함을 여과없이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세상의 이면들을 은유적으로 관객들에게 교훈한다는 미덕일 것 같습니다.
"춘향뎐"이후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보는 조승우도 꽤 멋졌습니다.
물론 그로부터 한참 후의 "타짜"에서도 역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