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어주기도 하는 공간이 막 생겼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때까지만 해도 그 곳에 금방 가게 되리라곤 생각을 못했는데
마침 영화모임의 리더 오목눈이님으로부터 토요일 밤 함께 모여서 이제까지의 영화모임에 대해서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해보자는 말을 듣고
그렇다면 이왕이면 클래식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그 공간에서 만나면 어떨까 하고 의견을 냈지요.
토요일 밤 수업끝나고 찾아간 그 곳은 막 오픈 한 상태라서 우리들 이외에는 다른 손님이 없었고
좋은 오디오에서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카페이름이 슈베르티아데인 이유는 슈베르트를 사랑하는 사람들,아니 슈베르트라는 개인이라기 보다는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동아리가 있었듯이 이 공간이 그렇게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끌어당기고
그 안에서 모임을 만들어가고 음악회도 열고 자신들의 음악도 들려주고
그런 희망을 모아서 지은 이름인 것 같더군요.
연주를 직접 들려주는 시간은 저녁 7시,9시라고 하는데
사실 7시는 주부들의 경우에는 막 식사 준비를 하거나 아이들과 밥을 먹고 설겆이를 해야 할 시간이라
한가하게 음악을 들어가 가기엔 부적절한 시간이고 직장인이라면 막 일터네서 돌아오기도 빠듯한 시간이라
젊은 총각인 음악도들이 아직은 현실감각은 모자라는 모양이구나 싶어서 그것이 웃음이 나기도 하지만
경영의 측면에서는 고민할 부분이 많이 있겠다 싶었습니다.

입장료가 만원이고 일단 들어가면 음료는 한 잔 마실 수 있고요( 칵테일 종류도 있고 커피는 무한 리필이
된다고요,쿠키와 더불어) 음악을 신청하는 것도 가능하고 들고 간 음악을 들을 수 있다고 합니다.
마침 손님이 없어서 시간은 아니지만 두 곡의 음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피아노와 첼로의 협연으로 엘가의 사랑의 인사,그리고 차이코프스키의 녹턴.
엘가에 관해서는 첼리스트가 미리 설명을 해주기도 하더군요.
제가 듣고 싶은 아르페지오네 소나타,그리고 바람님이 주문한 곡은 아직은 어렵다고
만약 듣고 싶은 곡이 있다면 미리 홈페이지에 올려서 신청을 하면 연습한후에 언제 들으러 오라고
연락을 주겠다는 말을 듣고 이것은 참 신선한 접근법이로구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제안한 것중의 하나는 이 곳에 좋은 연주를 동영상으로 담은 디브이디를 가져다 놓고
서로 돌려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어떤가,그리고 하우스 콘서트를 열고자 하는 경우
피아노 반주를 해줄 수 있는가,아이들이 현악을 연습하고 있는 경우 이 곳에 와서 친구들을 초청하여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 연주할 수 있도록 낮 시간을 개방하는 것은 어떤가 등이었는데요
처음 온 손님들이 참 말도 많고 희안하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부분을 지적해주고 아이디어도 내놓았다는 것에 자극을 받았을 수도 있겠지요?

제가 만든 공간은 아니지만 제가 꿈꾸는 공간이기도 한 곳이 가까이에 생겨서 마음에 흥이 일어서일까요?
돌아오고 나서도 오늘 아침까지도 생각이 나는 것을 보면요.
연주를 직접 듣고 ,아르헤리치의 연주가 있다면 한 곡 듣고 싶다고 해서 라흐마니노프3번을 듣던 중
벌써 그 곳 문을 닫는 시간 12시가 되어 버렸습니다.
열한시에 도착한 저로서는 연주도 끝까지 다 못 듣고 일어나야 하는 것이 참 어중간한 시간이었지만
정한 시간을 넘겨서 우리가 듣는 음악을 다 듣고 일어나겠노라 말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나오는 길,아직도 귀에 맴도는 선율이 강렬합니다.

일산에 사시는 분들중에서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집에서 듣는 음원으로는 뭔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날
자신이 갖고 있는 좋아하는 음반을 하나 챙겨들고 ,읽다만 책도 한 권 챙겨서 혼자서 혹은 둘이서
조용히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통하는 친구와 나들이할 장소가 하나 더 생겼다는 것 기억하시고
들러보아도 좋은 곳일 것 같아요.
저는 그 곳에 가면 그렇게 조용히 앉아서 음악을 들으면서 책을 읽는 사람에게 다가가서 슬며시 말을 걸고
음악으로 친구가 되는 그런 날을 꿈꾸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