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존재하는지 혹은 존재했는지도 모르던 사람들에 대해서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되는 경우가 있지요.
세라핀 루이란 화가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은 이 영화를 배급맡은 회사에 다니는 비단날개란 분이
everymonth에 여러번에 걸쳐 영화를 소개해준 덕분이었습니다.

영화 포스터만 보아도 포스터를 방에 걸어놓고 바라보고 싶은 분위기의 영화이기도 하고
화가가 그것도 알려지지 않았던 화가가 소개되는 것이라 일단 기대를 갖고 언제 개봉하나 기다렸던 영화
드디어 시네큐브에서 상영된다는 소식을 듣고 어제 영화모임 마치고
점심식사도 거른채 큐트 폰드님과 둘이서 영화관에 갔습니다.
다행히 생각보다 15분 늦게 시작한다는 것을 알고 영화관 안의 슈퍼마켓에 앉아서 샌드위치와 카페오레로
점심을 대신하고 영화관안에 들어가니 2분이 늦은 시각,안이 깜깜합니다.
더듬더듬 자리를 찾아들어가는데 작은 영화관이 가득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어디선가 이 영화에 대한 소식을 듣고 일부러 이곳까지 찾아서 영화를 보러 온 사람들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공연히 그 공간이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 기분이 들어서 재미있더군요.

시대배경은 1912년부터 시작이 되는데요 그녀가 살고 있는 상리스라는 마을에
피카소의 그림을 처음 수집하고 앙리 루소를 발굴하여 전시회를 열기도 한 화랑주인이자 미술 평론가인
독일인 빌헬름 우데가 쉬면서 글을 쓰고자 이사오는 것에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마침 그 집의 청소부로 일하고 있는 그녀는 우데의 일을 돕게 되고
우연히 세라핀의 그림을 보게 된 그는 그녀가 갖고 있는 천재성을 알아보게 되고
그림을 그리도록 격려하게 되지요.

사이버상에서는 그녀의 그림의 색감이나 마치 움직이는 듯한 동세가 제대로 표현이 되지 않았더군요.
필름상으로는 훨씬 그 맛을 느끼기가 좋아서 영화관에서 신기한 마음으로 그림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그림을 그리라는 소명을 받았다고 느끼는 그녀의 원천은 자연입니다.
자연속을 거닐때의 그녀의 표정,나무에 손대고 나무를 느끼거나 바람이 그녀를 감쌀 때 보여주는 표정은
아주 일품이더군요.
더구나 20세기 초의 분위기를 살려서 촬영한 상리스와 그 주변의 풍광은 영화의 질을 떠나서
그 풍광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 시간이 아깝지 않게 느껴지는 참 특별한 맛을 주는 풍광이었지요.


고흐는 생존의 책임을 스스로 지지 못하고 동생의 도움을 받지요.
그러나 그녀는 홀로 살아가면서 청소와 빨래를 해주고 돈을 벌면서 번 돈으로 먹는 것을 먼저 채우는 것이
아니라 거의 굶어가면서 물감을 사러 가더군요.
그런 그녀를 동네 사람들은 이해를 못하지요,더구나 물감을 팔면서도 그녀를 경멸하는 화방의 주인남자의
표정이 볼 만합니다.
당시의 예술가,혹은 예술가를 지향하는 사람들에게 일차적인 생존의 문제는 얼마나 큰 부담이었을꼬
그런 생각을 다시 해보게 됩니다.지금도 물론 쉽지 않겠지만 최소한 예술 전반에 대한 대우나 인식이
달라진 시기와 그렇지 않았던 시기를 일방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어렵기도 하고 의미가 없는 것일까
아니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생존의 일차적인 책임의 무거움이란 지금도 역시 마찬가지일테니
그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영화를 보았습니다.


그의 그림을 알리려고 노력하던 우데는 일차대전이 일어나자 독일인이라서 프랑스을 떠나게 되고
세라핀은 궁핍속에서도 계속 그림을 그리게 됩니다.
전쟁이 끝나고 콜렉션을 되찾으려고 프랑스에 돌아온 우데는 샹티이란 곳에 집을 얻어서 살면서
화랑을 다시 시작하더군요.
그 곳에서 신문에 실린 상리스의 시청에서 열리는 지역화가들의 전시회소식을 알고 찾아가
세라핀의 그림을 만나게 됩니다.훨씬 발전한 그림에 놀란 그는 세라핀을 알리기 위해서
다시 노력하게 되는데

세라핀에게 청소나 세탁일을 그만두고 일정한 급료를 지급할테니 그림에 전념하기를 바라지요.
처음으로 생긴 돈으로 그녀는 집의 공간을 넓히고 가구를 사는둥 이상할 정도로 소비를 하게 됩니다.
그러나 대공황의 여파로 우데는 그녀가 원하는 만큼 그를 지원할 수 없고
아껴서 살라는 그의 충고를 받은 그녀는 당황합니다,
그러다가 갑작스럽게 발작을 일으키고 그녀는 결국 정신병원에서 지내다가 삶을 마감하게 되지요.



영화관안에서는 몰입해서 영화를 보느라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없었습니다.
마지막까지 흘러나오는 음악을 다 듣고 나와서 버스에 올라타고 나니 영화속의 영상이 계속 머릿속에 남아
다른 일을 할 마음이 생기지 않더군요.
음악을 듣는다거나 mp3 파일에 넣어둔 외국어를 듣는다거나 그런 일들이 이상하게 부질없는 느낌이 들어서
한참을 버스 창문을 열어놓고 약간 서늘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바람을 맞으면서 계속 앉아 있었습니다.

오늘에야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카미유 클로델의 영화를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드네요.
영화관 상영은 금방 끝난다고 하니 혹시 디브이디로 출시가 된다면 기억했다가 이왕이면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통해 세라핀이란 화가를 만나볼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기록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