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조금 부지런히 움직여서 대화 도서관에 다녀왔습니다.
책을 반납하고 다시 빌리고 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아무래도 2시간 정도 걸리는 편인데요 우선 책을 고르기 전에 서가의 여기저기를
어슬렁거리면서 그동안 새로 들어온 책, 그 자리에 있었지만 아직 관심영역에 들어오지 않아서 모르고 있는 책들과 만나는 시간을
갖게 되는데요 늘 생각 이상의 혹은 생각지 못한 곳에서 서성거리고 어라, 요즘 이름을 기억하게 된 저자의 책이 여기에 있었구나
이런 반가운 인사도 하고 하다보면 두 시간이 훌쩍 흘러가버리지요. 그렇게 해서 오늘도 다섯 권의 책을 빌려서 돌아오다가
바람이 좋아서 공원의 벤치에 앉아서 조금 읽다가 들어왔습니다.
루브르 전시에서의 빈약한 그림보기가 촉발한 명화보기 오늘은 카라바지오의 그림을 골랐습니다.
물론 그림보기 이전에 월요일 불어 시간을 대비한 머리 아픈 예습 시간을 보내고, 엉성한 상태로나마 초벌 번역을 마무리하고 나서
일종의 자신을 위한 보너스 시간인 셈인데요 마침 everymonth에 호우자님이 올려놓으신 음악에 이어 다른 음악도 찾아서 들어보면서
그림 보는 시간, 새로운 연주자와 계속 만나게 되는 신기하고 재미있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음악감상도 이어지고 있고요.
어제 밤 아들이 말을 합니다. 엄마, 나 이제 그림 동화책에 대해서는 아주 잘 알게 되었다고요. 무슨 소리인가 했더니
지금 단기적으로 일하고 있는 매장이 바로 킨텍스에서 행사하고 있는 서점의 동화 코너에서 책파는 일을 돕는다고 하더군요.
그림책을 찾으러 오는 어른들이 책을 찾아보지도 않고 바로 눈앞에 있는 책도 물어본다고 이상하게 생각하기도 하고, 그렇게 별 내용도
없는 책을 사가는 엄마들이 이상하다는 둥 , 책을 다 읽고 제자리에 돌려놓지 않고 가는 사람들이 이상하게 느껴진다는 둥
말을 하고 있는 아들을 보면서 생각이 흘러넘치더군요. 이 아이는 이렇게 사회속에서 자신나름의 경험을 통해 엄마가 모르는 세계로
가고 있구나 하고요.
막상 일터에 가면 일하는 일이 그렇게 힘들지는 않는 모양인데 일어나서 나가는 일을 어려워하는 아이를 보면서
앞으로 평생을 어딘가에 가서 일해야 하는데 그 일이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을 하고
그 속에서 즐거움도 성취도 함께 누릴 수 있는 그런 일을 찾아서 할 수 있는 사람으로 클 수 있길 마음속 깊이 빌게 되네요.
카라바지오의 바로 이 그림이 전시회에서 본 눈길을 끄는 작품중의 하나였습니다.
이탈리아 여행 갔던 해 마침 카라바지오의 탄생인지 사망인지 기념하는 해여서 가는 곳 마다 카라바지오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생애 처음으로 그의 작품을 배부르게 보았던 시간의 충만함이 기억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