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정말 오랫만에 캘리님과 만나는 날이었습니다.
금요일마다의 음악회에서도 공부 모임에서도 볼 수 없게 된 지 오래, 그녀의 어머니가 이제 일반병실로 옮기시게 되어
아주 오랫만에 예술의 전당에서 만났지요. 음악회 전에 전시회 하나 함께 보고 저녁먹고 그동안 밀린 이야기도 하고 싶어서
4시에 약속을 잡았는데 루브르 박물관전으로 할까, 아니면 사진전으로? 고민하다가 사진전은 방학때도 그렇게까지 붐비지 않겠지만
아무래도 루브르 박물관 전시는 방학중에 아이들이 몰려 올테니 지금 보는 것이 더 합당하지 않겠나 하는 결론을 내리고
일층에서 전시중인 루브르 박물관전으로 들어갔습니다.
신화와 전설이라는 조그만 부제를 보기는 했지만 그래도 신화와 전설을 다룬 눈과 마음이 반짝 하는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겠지
하는 기대는 사실 산산히라고까지 말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이럴 수가 그렇게 많은 작품중에 루브르의 어디에 있었는지도 모르게
시선을 준 적도 없는 작품들이 주로 왔더군요.
아쉬운 마음을 달래느라고 비오는 토요일 아침 티치아노의 그림을 찾아서 보고 있는 중입니다.
그동안 렘브란트 혹은 고흐나 피카소의 이름을 걸고 온 전시중에서 아니 이럴 수가 차라리 다른 제목을 붙이지 이런 식으로
관람객을 우롱하다니 화를 내면서도 마음을 끄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작품들을 만나서 그마나 위로가 되던 전시와는 사뭇 달라서
그런지 심한 말을 잘 못하는 저도 이번 전시에 대해선 화가 나더라고요.
다만 그리스 신화를 만화로나 글로 막 접하기 시작한 아이들에게는 그 아이들에게 만화 혹은 글속의 인물들을 형상으로 만나는
즐거운 발견의 시간은 될 것 같더라고요. 그런다고 해도 이왕이면 좋은 더 좋은 작품으로 만나는 것이 즐거움을 배가시켜주겠지만
박물관 측에서는 세계에서 그들을 만나러 오는 다른 관람객을 위해서 다른 나라로 그림을 보낼 수 없는 것이겠지 하는 마음으로
위로를 삼고, 다른 하나는 그리스 시기의 여러 도자기, 대리석 부조 르네상스 이후 시기에 만들어진 도자기속의 장면들 이런 것으로
그리고 카라바지오, 푸생, 부쉐등을 만난 것으로 위로를 삼기로 했습니다.
평소에는 금요일 공부가 끝나면 미술관을 갈 수 있었지만 요즘 오후반 공부가 생겨서 미술관에 한참만에 가게 되었지요.
역시 기회가 적으니 그 시간의 소중함이 더 크다는 것도 느낀 날이었고 , 함께 동행한 사람, 더구나 그림에 대해서 오랫동안
생각을 나눈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의 소중함에 대해서도 깊이 고마움을 느낀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미진함을 씻어내기 위해서 마크 리부의 사진전을 볼까 상의했지만 그렇게 되면 이야기할 시간이 별로 없어서 곤란하다 싶어
조금 이르다싶은 시간에 저녁을 먹으면서 이야기꽃이 벌어졌지요. 생과 사의 사이에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들, 내 이야기
상대방의 이야기, 상대방의 이야기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이런 이야기의 홍수속에서 잘 산다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이런 것을 다시 생각하는 귀한 시간이 되기도 했고요.
티치아노의 이 그림, 티치아노라는 이름도 몰랐던 시기에 처음으로 해외의 미술관에 갔을 때 이상하게 이 그림앞에서 떠날 수 없어서
서성거리다가 엽서를 사들고 와서 들여다 보던 때가 생각나네요. 나중에 제목을 알고 보니 악테온의 죽음이라고 하더라고요.
그 때부터 신화를 알아야 미술관에 가서 까막눈을 면할 수 있겠구나, 신화만이 아니라 성서의 내용, 그리고 서양 역사의 장면에 대한
이해가 동반해야 더 효과적인 그림 관람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독학으로 그리고 가끔은 곁에 있는 사람들을 쑤석여서
그림에 관한 책 읽기를 시작한지 벌써 15년 세월이 흐르고, 이제 미술관에 가면 혹시 이 그림은? 하고 다가가면 화가의 풍을
느끼게 되는 지점에까지 온 세월의 힘에 놀라게 되네요.
부족한 전시회가 준 기회라면 그 안에서 만난 다양한 신에 대한 , 그리고 로마 신화의 장면에 대해서 조금 더 제대로 된
작품을 찾아서 보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다는 것, 더구나 요즘 여기저기서 그리스 로마의 역사, 문화,건축 ,인물과 마주치고 있는
상황이라서 더 즐거운 탐색이 이어지게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