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정리하느라 블로그에 들어가니 베레조프스키의 연주를 동영상으로 찾아서 올려놓았다는
미야님의 글이 올라와있네요.베레조프스키는 금요일 피아노 협주곡2번의 밤에서 만난 피아니스트인데
함께 연주회에 갔던 그녀도 역시 이 연주자에 끌렸는지 그 날 밤 집에 가서 여기저기 뒤적여서
찾은 귀한 자료들이라고 하길래 궁금해서 그녀의 블로그에 방문을 했지요.
사실은 다른 일을 하고 싶었는데 그 곡을 듣자 갑자기 마음에 생기가 도는 (밤에 이렇게 생기가 돌면
늦게 자게 되어 곤란하지만 그래도 내일은 쉬는 날이니 어떤가 싶어서) 느낌이서 원래 하고 싶었던 일을 미루고
음악을 듣고 있는 중입니다.리스트의 연습곡들을
곡을 들으면서 자연히 손이 가는 화가는 카라바지오인데요,이 화가와 연주의 연관성이 있어서가 아니라
목요일 새로 시작하는 책의 첫 화가가 카라바지오이고 제가 발제를 맡았으니 새로 읽어볼 필요가 있어서
오늘 시간나는대로 읽었고,책에서는 설명하는 모든 그림을 다 도판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연히 상상으로 그려본 그림들을 집에 와서 찾아보고 싶어졌기 때문입니다.

밀라노 근처의 카라바죠란 곳에서 태어난 (그래서 빈치에서 태어난 레오나르도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되었듯이) 그는 실제 이름은 미켈란젤로 메르시인데 당대의 유명한 화가 미켈란젤로와 구별하기 위해서
오히려 우리에겐 카라바지오라고 알려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림을 배우게 된 그가 처음 만난 스승은 그에게 큰 자극이 되지 못했던 모양인데요
그는 집을 판 돈을 몰래 훔쳐서 고향을 떠났다고 합니다.
밀라노의 카라바지오 후작의 소개장을 들고 로마로 가게 된 것이 1592년,그러나 그 곳에서 바로
두각을 나타내진 못했다고요.
위의 작품은 병든 바쿠스란 제목의 작품인데 다른 화가들의 작품에 나타난 술의 신 바쿠스와는 사뭇 다른
바쿠스,거기다 자신의 얼굴을 모델로 해서 그린 그림입니다.
도판이 큰 작품을 보면 포도송이 하나 하나가 얼마나 생생하게 그려진 것인지를 알 수 있고
책에서는 저자가 그림을 자세히 분석하면서 설명을 하기 때문에 같은 그림을 보아도 상당히 다른 느낌으로
접근해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내가 그림을 보는 내 느낌을 갖기 어렵다는 단점도 물론 있습니다.
그러나 시일이 지나고 원화를 볼 기회가 있거나 아니면 그림을 다른 책에서 보게 되는 순간
설명은 이미 다 잊고 있어도 그림을 바라보는 느낌은 달라지는 기분이 든다고 할까요?
그래서 미술에 관한 책을 자꾸 딝게 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같은 해에 그린 과일깍는 소년그림인데요,이 그림에서 벌써 그가 배경으로 검은 색을 사용하고
한 인물에 집중하여 광원을 비추는 그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과일 바구니를 들고 있는 소년을 그린 그림인데요,아래는 부분을 확대한 것입니다.역시 그림을
부분을 비추는 그림을 보면 그냥 쓱 보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 보여서 시선을 끌게 되네요.
소년의 어깨 근육과 바구니 안의 과일의 생생함,그리고 나뭇잎,특히 병든 것처럼 보이는 나뭇잎이 앞으로
뻗은 것과 그늘속으로 묻힌 나뭇잎에 눈길이 갑니다.


도마뱀에 물린 소년의 표정이 마치 한 편의 드라마속의 광경을 보여주는 느낌이지요?
이 그림의 전경에 있는 유리병에 비친 모습을 그린 것으로 그가 얼마나 기량이 뛰어난 화가인가를 증명한다고
저자는 우선 그 점을 지적하더군요.
소년의 귀에 꽃힌 꽃은 그가 동성애자라는 것을 상징한다고 하는데요,그런 표정이나 징표는
다른 그림들에서도 자주 보여진다고 합니다.


베르니니가 포착한 엑스터시는 성 테레사의 법열로 나타났다면 카라바지오는 성 프란체스코의 액스터시를
그리고 있군요,둘 다 천사가 매개가 된 것이 재미있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프란체스코는 무슨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요?
요즘 GOD IS NOT GREAT를 읽고 있는 중이라서 종교와 신앙,그것이 어떻게 형성되고 우리의 의식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가,각 개인은 어떤 식으로 종교와 만나고 그것이 개인에게 끼치는 긍정,부정적인
영향은 무엇일까에 대해 관심을 갖고 생각하고 있는 중입니다,그래서일까요?
이 그림도 조금은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되는 느낌이 드는군요.
여기까지가 1595년까지의 작품이고요 1596년 그는 로마사회에 알려지게 되는 그림을 그리게 됩니다.
거기서부터는 내일 다시 보려고 합니다.
지금 베레조프스키의 피아노곡중 쇼팽연주가 저를 잡아끌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