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 날 아침 브람스를 들으면서 어제 빌린 소설 나라 훔친 이야기를 읽던 중이었습니다.
오다 노부나가의 장인이자 기름장수출신으로 대단한 인물이었다고만 들었던 사이토 도산
그의 이야기가 4권짜리 소설로 나와 있다는 말만 듣고 있었는데
가네시로 가즈키의 소설속에서 주인공중의 한 명이 읽는 책목록중에서 그 책 이야기를 읽고는 관심이 갔지요.
마침 아람누리 도서관앞을 지나다가 그렇다면 하고 도서관에 들러보니 소설이 있네요.
문제는 3권만 대출이 된 상태인데 읽다가 말면 중간에 기다리기가 복잡할 것 같아서
데스크에 있는 분에게 물어보니 그 소설을 빌려간 사람의 반납일이 3일이고 한 권씩 빌리는 사람이라
아마 그 날 반납이 될 것 같다는 말에 3일까지 두 권을 먼저 읽고 다시 오면 되겠나 싶어서 빌렸습니다.

대망을 읽다가 오다 노부나가의 정실 부인이 사이토 도산의 딸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더군요.
그런데 오다 노부나가가 장인에 대해서 말을 하는 대목에서 도대체 어떤 인물인가 하는 호기심이 생겼던
기억이 나는군요.
아침에 소설을 읽는 중에 음악에 마음이 홀려서 글이 읽히지 않는 특이한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잠시 쉬면서 가네시로 가즈키의 소설을 읽은 것을 기록해놓고 소개도 해야지 마음을 바꾸어먹었지요.

가네시로 가즈키 이렇게 말하면 누군가? 누구지? 처음 듣는 소설가인데 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혹시 영화 GO를 본 사람들이 있다면 아하,고의 원작자로군 그렇게 기억하게 될 것 같네요.
이 영화에 얽힌 재미있는 일화가 있습니다.제겐
보람이가 어린 나이에 퀼트를 배우고 싶다고 해서 한동안 퀼트에 열중했던 때가 있지요.
마침 그 때 퀼트 선생님 댁에 일본잡지가 많이 있었던 모양입니다.물론 무슨 잡지였는지는 저는 모르지만
그 잡지를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한 아이가 일본어를 배우고 싶다고 해서 수소문을 해서 집에서 일본어를
가르치시는 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분 자신이 퀼트나 쿠기 만들기등에도 관심이 많고 집에서 아이들을 키우면서도 ,일본어도 가르치는
중이었는데 보람이에게는 한동안 역할모델이 되어 주신 분이라 지금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지요.
문제는 아이가 아예 책도 그 집에 두고 다니고 몇년이 지나도 가타카나도 익히지 못하는 상태여서
어느날 제가 폭발을 하고 말았습니다.
(지금이라면 가타카나를 모르고도 일본어를 귀로 들으면서 즐겁게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알아서
그렇게 무식하게 대응을 하지 않았으련만 ) 그런 식으로 공부도 하지 않고 대강대강하려면 그만 두라고요.

그렇게 일본어 공부는 막이 내리고 말았는데 어느 날 GO라는 영화를 보고 주인공에게 반한 보람이가
다시 일본어를 배우고 싶다고 하더군요.언젠가 일본에 가서 그 배우랑 이야기해보고 싶다고
아니 어떻게 만나서 이야기할건데?
아무튼 말을 배워야 기회가 온다고 생각한 아이가 제게 졸랐습니다.한 번만 기회를 더 달라고
그래서 제가 내세운 조건이 하루동안 가타가나를 다 외우면 이었습니다.
사실은 못 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인데 관심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방에 들어간 아이가 한참을 연습하더니
시험보아도 좋다고 하면서 나오더군요.
그래서 시험에 통과를 하고 다시 일본어를 배우게 되었고 그것으로 인해 제게 GO라는 제목의 영화가
인상에 박혀 있었습니다.
그 때는 일본이나 일본어,관심밖의 일이라서 잊고 있다가 노다메 칸타빌레를 시작으로 하여 드라마를
보게 되고 그 영화도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물론 대본이 탄탄하다고 생각을 했고 그 글을 쓴 사람이
재일동포라는 말을 들었지만 관심은 거기에서 끝나고 완전히 잊고 있었습니다.

지난 토요일 스터디 모임에 온 미야님이 봉투에 들고 온 4권의 소설,그것이 바로 가네시로 가즈키의 소설이었는데
빌려온 소설을 돌려주느라 들고 왔다고하네요.마침 빌려준 사람이 제주올레에서 만난 현주씨라고 하길래
돌려주기 전에 읽고 조금 늦게 돌려주어도 좋은지 문자를 넣어달라고 부탁을 했지요.
그렇게 해서 제 차례가 된 소설,고,스피드,플라이 대디 플라이,그리고 레볼루션3
다른 것은 순서가 어찌 되어도 좋지만 레볼루션3는 먼저 읽으라는 조언에 따라 그렇게 시작한 책읽기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이렇게 경쾌하고 단순하게 쓸 수 있다니 정말 놀랍다 생각하면서 일주일간
시간나는대로 4권의 소설을 다 읽었는데 제겐 역시 고와 대디 플라이 대디가 마음에 와 닿더군요.
혼자 읽고 마음에 담아두기엔 아까운 소설이었습니다.

검색하다 보니 이 책을 원작으로 영화가 만들어졌네요.
마이너리티로 살아가는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겠지만 스스로 길을 만들어서 살아가는 어렵지만
그래도 소중한 길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매력이 넘치는 캐릭터가 많이 나옵니다.
어떤 부분에서는 과연 현실에서 이런 것이 가능할까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대목도 있지만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절절히 마음으로 들어오는 대사들이 많았습니다.
고를 다 읽고 보람이에게 말을 하니 구석에서 책을 한 권 꺼내서 보여줍니다.
엄마,이 책을 고등학교때 읽었거든,일본어로
그 때 아이들이 나를 다시 보더라,
일본어 꽤 한다는 아이들이 내가 이 소설을 읽고 있으니 나도 읽어볼래 하고 덤볐다가 어렵다고
너 이렇게 일본어 잘 하는지 몰랐다고 대단하다는 칭찬을 받았노라고 옛 일을 회상하는 그 아이의 얼굴에 어린
표정이 재미있더군요.
그래서 엄마도 한 번 읽어볼래 하고 받아서 한 장 정도 읽다가 포기하고 말았습니다.아직은 때가 아닌 모양이니
다음에 실력이 되면 그 때 다시 읽어보겠다고 마음에 새겼습니다.
몇 년후에 가능하게 될 지 모르는 일이지만 그래도 읽고 싶은 소설이 생겼으니 조금은 더 읽는 일에 분발하게
될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