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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윤도현의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 조회수 : 1,904 | 추천수 : 181
작성일 : 2009-04-28 16:51:05

이번 주가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중간고사가 있는 주라서

화요일 점심을 차려서 아들과 함께 먹고 마음먹고 새로운 피아노 악보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새롭다고 하는 것은 정확한 말이 아니네요,오래전에 치다가 어려워서 미루어두고 있던 악보를

마음 다잡고 다시 보는 것이었는데 이상하게 오늘은 손에 착 감기는 느낌이어서 신기했습니다.

전 악장을 세 번 정도 치고 나니 시간이 엄청나게 흘러버린 기분이네요.

그래서 다른 곡 연습할 기력이 없어서 오랫만에 윤도현의 difference라는 타이틀의 음반을 틀어놓고

듣고 있습니다.

시험공부가 지루하고,그렇다고 수능 공부하기엔 아무래도 마음이 따라주지 않는다고 몸을 비트는 아들에게

그렇다면 나가서 산책을 하든지 공을 차라고 권했더니 공들고 나갔습니다.

아마 집집마다 이런 저런 에피소드가 있을 시기이겠지요?



이번 중간고사를 준비하는 과정중에 이상하게 달라진 모습이 눈에 확 띄는 남학생이 둘 있습니다.

한 명은 중학교 2학년인데 일학년때만 해도 한 자리에서 1시간 30분 정도 공부하고 나면 조금만 더 해보자고

해도 벌떡 일어나서 가고 싶다고 하던 아이였습니다.

너무 신기해서 제가 웃으면서 농담을 하곤 했지요,집에 맛있는 것 숨겨놓고 왔니? 아니면 누굴 만나러 가야

하는 것이니,여자 친구 있어? 아니요,수줍게 말하면서도 그냥 가고 싶다고 해서

더 주고 싶어도 받을 마음이 없는 아이에겐 참 어려운 일이로구나 하는 생각을 하곤 했던 아이였는데

2학년이 되어서 사회과목 특히 세계 역사가 어렵다고 느꼈는지 자발적으로 물어보더군요.

선생님,영어하기 전에 사회책 조금 읽고 질문해도 되냐고요.

물론 된다고 했더니 사회책을 읽다가 이 부분에 대해서 조금 더 읽을 수 있는 책을 달라고 부탁하기도 하는 겁니다.



영어를 공부하는 태도도 변해서 한 자리에서 우선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졌고,무엇을 모르면 그것에 대해서

알고 넘어가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서 제가 물어보았습니다.너 요즘 변한 것 본인도 알고 있니?

조용히 미소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입니다.

무엇이 그 아이를 변하게 한 것인지 모르지만 우선 눈에 띄는 것은 무표정이 없어졌다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한 아이는 vocalese란 아이디로 everymonth에 음악에 관한 글을 올리기도 하는 중학교3학년 남학생인데요

그 아이는 무엇을 좋아한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을 말하는 것일까 감탄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는 녀석이지요.

그런데 영어,특히 문법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서 이제까지는 음악에 관한 글을 주로 뽑아서 읽는 형편이었는데

시험 공부를 제대로 해보고 싶다고 ,정말 깜짝 놀랄 정도로 기초부터 물어가면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집에서는 공부가 어렵다고 학교 끝나면 도서관으로 바로 와서는 다른 과목도 공부하겠다고 했을 때

솔직히 말해서 어느 정도 지속이 될까 반신반의했는데 거의 매일 와서 무엇인가 공부를 하네요.



어제 중간에 베토벤 소나타 크로이체르를 틀어주니 아주 즐거운 표정으로 음악을 듣다가 시험끝나고

듣겠다고 그 때 빌려달라고 하더군요.왜 그런가 물어보니 멜로디가 머리에 떠올라 공부를 계속 하기 어려운

경험을 한 적이 있다고요.

음악 이야기를 조금 더 한 다음,영어를 계속 하다보니 이제 읽는 것이 많이 빨라지고,그래서 시험끝나면

아주 기초적인 것부터 영문법 공부를 하겠노라고 책을 소개해달라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이야기를 했지요.하우스 콘서트에서 노래 했던 그 형 기억하지?

그 형의 엄마가 오늘 어른들 수업에 와서 형이 한 이야기를 선생님에게 전했는데

수업중에 선생님이랑 다양한 이야기 읽고 책 소개받아서 읽었던 것이 대학에서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모른다고 감사하다고 전해달라더라고 하더라.그러니 너도 영문법도 영문법이지만 다양한 책을 읽을 수 있게

실력을 쌓도록 하자,마음을 일단 먹었으니 선생님이 도울 수 있다고요.

아이가 말을 합니다.고전이 되는 그런 책들도 시험끝나면 읽고 싶어요.

지금은 시험기간이라 시험이외의 일들이 머리속 가득해서 이것도 저것도 다 하고 싶은데

막상 시험끝나면 사람 마음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그러니 그 때 정말 읽고 싶으면 이야기하라고 말을 하면서

선생을 한다는 것은 바로 이런 즐거움이 원동력이 되어서 지치지 않고 계속 할 수 있는 것이로구나

마음이 행복했던 기억이 납니다.



공차러 간 아들은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지만 그래도 이제는 스스로 마음을 조금씩은 다스리는 일이 가능해진

아이라서 걱정은 덜 되는군요.

윤도현의 노래가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는 시간,가네시로 가즈키의 소설에서 만난 고등학교 학생들이

생각납니다.

우연히 빌리게 된 가네시로 가즈키의 소설 4권,사실은 제게 올 책이 아니라 주인에게 돌려주려고 들고온

책을 나도 보고 싶다고 해서 제게 머물고 있는 소설인데요,그가 GO의 작가란 것을 알고 흥미가 생겨서

빌리게 된 것이지요.

순서상 꼭 처음 읽어보라고 소개받은 REVOLUTION,no.3

다 읽고 나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을 그런 작가를 한 명 새로 알게 된 것이 기쁘네요.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올드블루
    '09.4.28 11:44 PM

    조용히 ~~
    올려주신 글이나 사진을 잘보고있습니다..
    요즘보기드문 선생님이신거 같아요...
    그아이들에겐 행운이구요...주변얘기라 귀에 쏙쏙 들어옵니다~

  • 2. sophie
    '09.4.29 12:37 AM

    ㅎ 가입한지 얼마안되 이런 창이 있는줄 몰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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