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이후부터 정말 많은 일이 있어서 차분하게 무엇을 쓴다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나쁜 일은 아니고,처리해야 할 일,참가하고 싶은 스터디,구해야 하는데 미루고 있던 일
반납할 책 정리해서 들고 가고 새로운 책 빌려오기,하기 어려운 전화 명단을 들고 고심고심하면서
이야기하기,토요일 수업의 발제 준비,(이 모임은 발제를 책에 줄 그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노트에 정리해서 복사해서 나누고 그것을 중심으로 읽으면서 이야기를 하는 모임이라 그것도 숙제가
되는 셈인데요,그렇게 숙제를 하고 나면 수업의 집중도는 훨씬 좋답니다.)다 하고 나니 벌써 금요일 밤
그제서야 빌려온 책을 한 권씩 넘기면서 무엇을 가장 먼저 읽을 것인가 뒤적이다가
역시 화가의 이야기를 다룬 책에 눈길이 가더군요.
독일의 현대화가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이야기인데 화가의 작품을 본 적은 있지만 그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시대를 살았는지 거의 모르고 있던 사람입니다.

그는 드레스덴 출신인데요,제가 아는 드레스덴에 대한 상식은 구 동독에 속한 도시란 것
이차대전때 폭격을 당해서 파괴가 심한 지역이란 것,그리고 드레스덴 교향악단이 왔을 때 악기소리에
반해서 그들이 다시 오면 음악을 들으러 꼭 가보고 싶다는 것정도가 드레스덴에 대한 인상이었지요.
1932년생인 화가는 어린 나이에 자신이 사는 도시가 공습을 당하던 시기,공습의 현장,페허의 현장을
살아낸 사람이더군요.
우리가 역사책속에서 한 두줄,혹은 길어야 한 페이지 정도로 어떤 시기의 역사에 대해서 읽을 때
그것은 얼마나 추상적인 것일까,과연 그 사건에 대해서 혹은 그 시기에 대해서 제대로 안다는 것은
가능한 일일까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리히터의 삶속으로 들어가면서요.

정도는 다르지만 드레스덴 사람들이나 히로시마나 나가사키 사람들의 경험이
전쟁을 도발한 당사자 나라이면서 동시에 피해의식으로 전쟁을 바라보는 시각이 복잡하겠구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되네요.
특히 드레스덴 사람들의 경우 왕이 살았던 유서깊은 지역이라 문화재가 많은 이 도시를 설마
공격할까 하는 안도하는 마음이 있었던 터라 공습이 너무 기습적이어서 마음의 대비가 어려웠다는 기록도
있더군요.

우연히 만난 한 권의 책으로 2차대전하의 독일,동독의 체제에서 살다가 서독으로 건너간 한 인간이자
화가의 삶과 만나게 되었는데요,이 독서가 어디로 가는 문이 될지 기대가 되네요.
이 화가의 그림을 리움미술관에서 만난 기억이 나는데 다 읽고 화가를 만나러 리움에 가볼꺼나
하는 생각을 하는 토요일 오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