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텐리와 아이리스 - Stanley & Iris]
감독 마틴 리트 / 출연 로버트 드 니로, 제인 폰다 / 음악 존 윌리암스 / 1990년 M.G.M. 작품 / 색채
현실의 짐이 너무 무거워 매일매일 지치고 피로한 육체를 겨우 가누며 살아가는 아이리스는 어느날 버스에서 주급이 몽땅 든 가방을 털리고 맙니다. 그 날 거기서 같이 범인을 쫓아가 도와준 스탠리를 알게 되고 둘은 같은 직장에서 근무한다는 사실도 알게 됩니다. 늘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스탠리가 더없이 좋게 느껴져 많이 친해진 어느날 그 스탠리가 글을 전혀 모르는 문맹이란 사실을 알게 되고 이 때문에 스탠리는 직장에서 쫓겨나게 됩니다. 결국 이 일로 아이리스는 스탠리에게 깊은 상처를 준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랬습니다, 그가 굳이 자전거를 타고 출 퇴근한 이유는 건강상의 이유보다는 글을 몰라 운전면허 시험에 응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 스탠리에게서 비범한 재주를 발견하게 되는데 그건 바로 그의 뛰어난 발명능력이었습니다.
양로원에 보내드린 늙은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도 자기 이름 스펠링을 제대로 대지 못해 또다른 상처를 경험해야 하는 스탠리는 모든 인생의 절망의 밑바닥까지 추락하는 느낌마저 받고 맙니다. 그런 스탠리일 망정 아이리스는 그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고 그에게 글을 가르쳐줍니다.
글을 배우는 동안 서로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그런 서로의 진실을 알아채가는 과정들 또한 부담없이, 비약없이 자연스럽게 사랑을 느끼게 되고...
드디어 글을 깨우친 스탠리는 아이리스와 함께 도서관에 들어가 성경을 집어들고 창세기를 소리내어 읽습니다.
"...빛이 있으라 하시매 빛이 있었고..."
현대 사회에서 살아가는 문맹으로 장님이나 다름없었던 스탠리가 마침내 어둠을 뜷고 새로운 인생의 전기를 맞이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러한 시간들이 지나고...
드디어 스탠리의 발명능력을 알아본 어떤 회사로부터 직장을 제공한다는 연락을 받고 먼 길을 떠납니다.
그에게 아이리스는 배웅하는 자리에서 꼭 전화를 하라고 말하지만 스탠리는 인상적인 한마디를 던집니다.
"....아니, 편지할께...."
얼마간 시간이 흐르고 아이리스는 스탠리가 있는 곳으로 초대되어 가고 거기서 성공한 스탠리와 조우하며 스탠리가 운전하는 자동차를 타고 가면 영화는 끝납니다.
아마도 아이리스가 스탠리에게서 깊은 감명을 받은 대목은 스탠리의 발명능력이 아니라 그의 넓은 가슴이었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무어냐고 물어보는 아이리스에게 스탠리는 그랜드 캐년 여행을 이야기합니다.
"....혼자서 그랜드 캐년에 갔었죠... 열흘동안 아무도 만나지 않고 아무말도 하지 않고 그저 지는 해를 바라보며 뜨거운 커피를 한잔 마시는 겁니다...."
그는 일생을 홀로된 그의 아버지와 함께 외롭게 살아왔습니다. 세일즈맨인 아버지를 따라 떠돌이 생활을 했기에 글을 배울 시간이 없었을겁니다. 그런 스탠리는 그래도 그만의 특별한 재능이 있었으니, 바로 남들은 흉내도 못낼 만큼의 발명능력...
과연... 불공평해 보이는 인생이지만 누구라도 한가지 이상의 장점이 있고 사람이 일생동안 평생을 바쳐 할 수 있는 가치있는 일이란게 오직 한가지에 불과하다는 진리를 새삼 떠올려보면 인생은 공평하다는 것을 또한 새삼스럽게 깨닫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렇듯 꿈을 가진 자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마틴 리트 감독의 유작이기도 한 이 영화는 개봉당시엔 엄청난 흥행 실패를 겪었습니다.
후에 비디오 시장에서조차 주목받지 못한 평작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찬찬히 인생을 살펴보고 자기 살아온 시간들을 돌아보게 하는 매우 귀중한 이야기 입니다.
꽤나 많은 시간이 흐른 후에야 이 작품의 진면목을 알아본 소수의 노력으로 재평가가 이루어졌고 아깝게 잊혀진 수작으로 지금까지 전해져오고 있습니다.
인생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보여주는 마틴 리트 감독의 잔잔한 연출력은 그 안에 내재된 강한 절제가 이 영화를, 걸작으로써 더욱 탄탄하게 세워줍니다.
그리고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뛰어난 두 남녀 주연배우야말로 이 영화를 빛내는 보석입니다.
의미심장한 표정들...
동생에게, 남편 잃은 설움을 한참동안 참아오며 아무렇지 않은 듯 살아왔지만 나도 남편과 섹스하고 싶다고... 아이들을 맥도날드에 보내고는 여유있게 집에서 섹스하고 싶은 생각이 일주일에 두 번 이상씩은 꼭 든다고 울면서 말하는 아이리스... 제인 폰다의 빛나는 연기...!
아버지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양로원에 찾아가 원장과 면담하는 자리에서 자기 이름 스펠링을 대지 못해 이 괴로운 상황에서 어쩔 줄 몰라 자신에게 화가 난 그 미묘한 감정들을 연기하는 로버트 드니로... 과연!
그냥 흘려 버리기엔 너무 아까운 영화가 또한 아닐 수 없습니다.
저주받은 걸작...이라고 해야할지...
비디오 테이프로는 아주 예전에 출시되었었고 비디오 씨디는 출시되지 않았으며, 아마도 DVD로는 출시된걸로 알고 있는데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작품이긴 합니다.
그러나 찾아볼 수만 있다면 들인 노력이 전혀 아깝지 않을만치 꼭, 한번쯤 찾아볼 가치가 있는 수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