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이년동안 일본 드라마보느라 영화관에 가서 영화보는 것이외에는
디브이디를 빌려서 영화보는 일이 어려웠습니다.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기엔 너무 시간이 모자라서 마음을 모질게 먹고 (워낙 오랜 기간 영화보는 것을
즐겨서 거의 일상이 되었던 터라) 집에서 영화보는 것을 포기했거든요.
그러다가 4월 둘째주 화요일부터 영화모임이 시작되고 한 달동안 극장에서 상영되는 영화중에
보고 싶은 영화 한 편 고르고,그 영화의 감독이 감독한 다른 영화도 함께 보면서
영화에 접근하자,그리고 영화를 만드는 기법도 조금씩 알아가는 것이 어떤가 하는 이야기가 모아져서
마음속에서 다시 영화를 보고 싶은 욕구가 생겼습니다.
어제 오랫만에 간 대여점에서 그동안 못 본 영화가 너무 많아서 자켓을 읽으면서 무엇을 먼저 볼까
고민고민하다가 고른 영화가 바로 알렉산드라입니다.

재미로 따지자면 더 재미있는 영화도 많았지만 아무래도 그 전에 일차,이차 대전과 다른 전쟁에 대한
글을 읽는 아이와 함께 전쟁이 일어난 배경,그리고 그 뒤 세계가 어떻게 바뀌었나 그런 이야기를 나눈
직후라 자연히 그 작품에 손이 간 모양입니다.그러니 우리의 선택에 끼치는 영향이란 점에서
보면 그것이 합리적인가 아닌가가 아니라 그 직전에 무엇에 관심을 갖고 있었는가가 정말 중요한
변수로구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요.
이 영화는 2007년 칸 영화제 경쟁부분 초청작이라고 소개가 되어있습니다.
영화의 내용은 러시아인 군인인 손자가 체첸공화국 내에서 주둔하고 있는 중인데 손자를 찾아서
혼자 가는 할머니 알렉산드라,그녀의 일정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기차안에서 그녀가 만나는 군인들,막사에서 만나는 군인들,그리고 시장에서 만난 여인들
(그녀들은 체첸사람들이지요) 무엇보다도 손자와의 대면에서 그들 사이의 애정과 해묵은 갈등
할머니의 강인함과 약함,몸은 늙어가고 있으나 마음은 백년이라도 더 살 것 같은 할머니
그럼에도 혼자서는 너무 힘들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고백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녀가 시장에서 만난 여인에게 담배와 과자를 샀으나 막상 돈이 없는 것을 알고 당황하자
그 여인은 알렉산드라에게 다음에 가져오면 된다고 외상으로 물건을 준 다음
그녀가 사는 곳으로 할머니를 데려갑니다.
폭격으로 부서져서 황량하게 된 건물,그 안에서 혼자 사는 여인의 자취를 느낀 알렉산드라가
이야기를 시작하는 장면,두 사람사이의 거리가 좁혀지고,떠나는 날 기차까지 배웅나온 그녀에게
주소를 꼭 기억하라고 꼭 놀러오라고 하는 장면에서
알렉산드라가 오고 가는 길이 같은 길이지만 그 공간은 이미 같은 곳이 아님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전쟁을 다루면서도 전쟁을 직접 이야기하지 않는 탁월한 영화 한 편을 본 날
그 감독이 무엇을 더 찍었는가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다큐멘터리로 로스트로포비치부부를 다룬 작품이 있더군요,물론 다른 것들도 있지만
그 다큐멘터리가 한국에도 수입되어 있는지 바로 궁금해질 정도로 인상깊은 영화 한 편으로
영화의 세계에 돌아오는 신고식을 혼자서 한 기분입니다.

알렉산드라의 대사를 누가 썼을꼬 싶을 정도로 어떤 대사는 깊은 울림을 주고 있네요.
영화를 보는 여러가지의 재미가 있지만 대사를 들으면서 느끼는 즐거움도 아주 크다는 것
그래서 대사에 주목해서 몰입을하게 됩니다.

혼자 보기 아깝다고 생각한 영화,그런 영화가 있다면 소개해주실래요?
다양한 리플이 달려서 즐거운 소통이 되길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