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크너 ,작곡가 이름은 들어보았지만 그의 곡을
일부러 찾아서 들어본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이번 금요일 시향정기연주회의 교향곡이
브루크너라서 (집에서 새로운 교향곡에 도전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요,여러가지 사정이 겹쳐서 제대로
곡을 끝까지 듣기는 무리라는 생각에 교향곡은 가능하면
현장에서 듣는 것으로 시작을 하게 되네요)새로운 작곡가와
만나게 되는 것을 내심 기대하고 있던 중에 ,EVERYMONTH의
켈리님이 오늘 교향곡7번을 예습용?으로 올려놓아준 덕분에
일요일 아침을 브루크너로 출발하고 있습니다.

목요일에 아람누리에 갔을 때 오랫만에 그 곳 도서관에서
빌린 책들을 읽고 있는 중인데요,그 중 한 권이 바로
미술관에 간 경제학자입니다.
저자는 음악에 먼저 관심을 갖고 좋아하다가 어른이 되어서
그림에 눈을 뜨게 된 사람인 모양이더군요.
그림과 경제의 연관성에 관한 글을 써달라는 출판사의
부탁을 받고 고심하다가 쓴 책이라고 하는데
미술평론가가 쓴 책과는 달리 그림속에서 경제학의 법칙을
끌어내면서 설명하는 방식이 재미있어서 (개인적으로는
요즘 경제이론이나 경제현상에 대한 글을 읽고 있는
중이라 더 재미를 느끼는지도 모르지요) 자꾸 책장이
넘어가게 되네요.
그 책속에 언급된 화가와 작품이 여럿이지만 이상하게
오늘 아침에 선뜻 손이 가는 것은 몬드리안입니다.

수평과 수직의 선으로 모든 것을 제거하고 남은 정신적인
상태를 보여주는 그림이전의 몬드리안에 관심이 생겨서요.

교향곡7번의 2악장은 브루크너가 바그너의 죽음을 예상하고
쓴 곡이라고 하네요.바그너란 이름을 들으니 히틀러가
그를 좋아했다는 것,그래서 히틀러를 죽이려던 사람들의
작전명이 발키리였다고,그것을 다룬 영화가 언제 상영되나
그 영화를 보러 가고 싶은데,갑자기 생각이 엉뚱한 곳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니체와 바그너의 연관성도 갑자기 떠오릅니다.
어제 제가 가르치는 한 여학생이 제게 어린이들을 위한
철학책중의 한 권인 슈퍼맨이야기를 빌려주더군요.
책을 많이 읽는 아이라서 저랑 이야기가 아주 잘 통하는
신통한 5학년인데 언젠가 제가 한나 아렌트가 들려주는
전체주의 이야기를 읽고 있었더니 선생님 그 시리즈
우리집에 다 있어요라고 하더군요.
그러니? 무슨 책이 재미있었는데 하고 물으니 슈퍼맨
이야기가 재미있었다는 겁니다.슈퍼맨? 니체
이야기가 재미있다니 과연 제대로 알고 하는 말인가
순간 의아했는데 어제 그 책을 빌려서 읽다보니
아이가 이해할 수 있게 참 잘 쓴 책이로군 놀랍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저자들이 아이들에게 어려운 개념을 어떻게 접근하면서
길을 보여주는가,이것은 참 어려운 일이면서도 중요한
일이로구나 새삼 그것의 가치를 느낀 날이기도 하고요.
일요일 아침 브루크너를 듣다가 갑자기 생각이 번지면서
슈퍼맨 이야기를 읽고 나면 고병권이 읽은 니체를 따라가면서
니체에 입문해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올해는 바그너를
제대로 들어볼 기회가 생기면 좋겠다는 쪽으로도 생각이
번지고 있습니다.
몬드리안의 그림을 검색하다 보니 모르는 그림들이
너무 많아서 신기한 마음으로 따라가고 있습니다.
처음의 red tree그리고 지금의 이 나무 그림
이런 그림속에서 그의 그림이 변화해가는 흔적을
찾게 되네요.
한 사람의 일생에도 많은 변수들이 있지요.변하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서서히 변하는 부분도,어느 날 갑자기
벼락처럼 달라지는 부분도,그러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해도
그런 변화가 드리운 그늘이나 흔적이 남아있기도 하고요.
그래서 누군가를 안다고 말하는 것이 쉽지 않듯이
어떤 화가를 안다고 말하는 것도 사실은 정확한 표현인가'
생각을 하게 되는 날입니다.
전 날 여러 점의 그림을 보아도 그 다음날 유난히 떠오르는
화가가 있고,그래서 그를 혹은 그녀를 찾아보게 되고
그러면서 떠오르는 다양한 생각들이 재미있어서
그림보는 시간은 사실 제 자신과 만나는 시간이 된다는
것,그래서 그것이 그렇게 즐거운 기대를 갖게 하는 것이
아닌가 문득 아하 하는 심정이 된 일요일 아침,이제
일어나야 할 시간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