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덕수궁에서 스치듯이 잠깐 듣고 만 연주였지만
아직도 인상에 남아 있는 슬기둥과 꽃별의 소리
그중에서도 활짝 웃으면서 연주하던 꽃별의 해금연주가
기억에 남아서 검색을 해보니 fly,fly,fly란 제목의 3집
앨범이 있네요.
월요일 아침을 그녀의 해금소리로 열고 있는 중입니다.

고등학교 시절 우연한 계기로 입문한 클래식의 세계
오랜 시간 정들여서 이젠 일상의 벗이 된 그 음악과는 달리
우리 음악과의 사귐은 그다지 깊지 못했었습니다.
그러나 해금소리를 처음 들은 순간 이것이다 싶어서
깊이 좋아하게 되었고
장사익님의 공연에서 들은 태평소소리,그리고 아이들이
배웠던 대금소리,마지막으로 한동안 몰두했던 장구소리
이런 소리들이 저를 빨아들이는 소리가 되었지요.

어제 만난 사진작가처럼 카메라와 운명적으로 만난 사람
꽃별처럼 해금소리를 듣는 순간 이것이다 싶어서 사랑에
빠져버렸다는 사람,이런 사람들이 있어서 덕분에
우리들의 삶도 더불어 풍요로워지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지난 한달동안 하루에 6번씩 한약을 챙겨먹느라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그리고나서 일요일 아침 일찍
집을 나서 한의원에 갔지요.
진맥을 하던 의사가 웃으면서 이번 한 번만 만나면
될지도 모르겠다고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고 이야기하더군요.
심장과 위가 좋지 않다고,그래서 혈액순환이 어려워져
여러가지 증세가 나타났고 그냥 두면 무서운?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해서 걱정을 했었는데 돌아오는 길에
몸이 가볍게 느껴져, 생전 처음 가보는 회기역에서 지하철을
타기 전 커피를 마시러 들어갔습니다.
오랫만에 제대로 마시는 커피 한 잔의 맛이란.


토요일에는 오랫만에 동생들과 모여서 술을 마셨지요.
술을 마시는 분위기는 좋아하지만 주량은 별로인데
약을 먹는 동안은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는 제한이
오히려 더 자극을 하는지도 몰라서 웃었습니다,
약을 먹는 기간,그리고 다시 시작할 기간의 그 틈에
모인 것인데 아이들이 들어오지 않는 엄마를 찾아서
연락하는 바람에 그러면 어른들이 있는 장소로 나오라고
하니 우리집 아이들,그리고 여동생집의 아이들이
모여들더군요.

지금 고등학교 2학년인 아들과 조카에게
막내 여동생이 말을 꺼냅니다.
이모의 후배가 되는 사람이 있으면 4년간 등록금을 주겠노라고.
두 아이는 놀래서 정말인가 물어봅니다.
돌아오는 길 보람이가 말을 꺼내더군요.제게 살짝
이모가 준다고 하면 줄 사람인데 두 아이가 다 연세대에
못 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해서 말하는 것일까?

이모의 향토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면 원래 낼 학비로는
대학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노라고
아이의 마음에 호소해야 하는 것일까,과연 그 호소가
힘이 있을까,생각이 오락가락하지만
오늘까지 개교기념일이라 시험끝나고 내리 3박4일을
놀 생각으로 가득찬 아들에게 과연 호소가 귀에 들어가기나
할까요?

르노와르의 이 그림을 소재로 한 편의 소설이 나왔더군요.
서점에서 볼 때만 해도 사고 싶은 책이 너무 많아서
그냥 손에 들었다 놓았다 하던 책인데
오늘은 오랫만에 그림을 통해서 르노와르 시대의 이야기와
만나볼꺼나,마음이 동하는 아침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