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밤의 일입니다.
세수를 하느라 세면대에 서있는데 갑자기
왼쪽 눈에 마치 피에 물을 타서 희석된 것같은
그런 느낌의 붉은기가 상당히 번져있습니다.
놀래서 한참 바라보다가 이미 늦은 시간
병원에도 갈 수 없고,걱정을 해도 별 수가 없으니
일단 자고 내일 병원에 가자고 마음을 먹고
누웠습니다.
눈을 쓰기가 겁나서 잠을 자려 했지만
제겐 낮이나 마찬가지 시간이라서
잠이 올리가 없지요.
새로 시작한 중국어 테이프를 틀어놓고 듣다가
갑자기 눈을 혹사한 주인에게 눈이 반란을 일으킨 것인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눈이 불편하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머릿속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하자 마음이 심란해지더군요.
사실 이번 일주일은 휴가도 없이 한 달동안 일 한 다음
어른수업을 개강하는 다음 주전까지의 오전중 휴가를
받은 귀한 기간인데,눈이 아프니 공연히 마음이
침울해지기도 하고요.
월요일 아침 안과에 가보니 결막염이라고
시력에는 큰 문제가 없으니 걱정할 것은 없고
그저 쉬는 것이 약이라고 의사가 거듭 강조를 하네요.
그런데 막상 쉬라고 하니 하고 싶은 일은 더욱 많아지고
쉬는 것이 제겐 가장 힘드는 일중의 하나로구나
절실히 느낀 하루였습니다.
그래도 약을 먹고 눈에 넣는 안약으로 시간을 맞추어
투입을 하고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니
오늘 아침은 살 만해서 집중해서 읽는 일은 어렵더라도
그림을 보고 싶은 마음에 마티스를 마저 찾아서
보고 있는 중입니다.
무릎이 아프면 그것대로,눈이 아프면 그것대로
몸이란 얼마나 놀라운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인가
뼈저리게 느끼게 되지요.
그런데 어느 정도 낫고 나면 그런 고마움도,몸을
소중히 해야 한다는 당위도 그만 잊어버리고
다시 그대로 살아가는 것을 보면 사람은
아니 나란 사람은 얼마나 무심한 것일까요?
처음 보는 작품들이 많아서 즐거운 기분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제게 가장 인상적인 마티스의 작품들은 후기에
그가 병에 걸리고 나서 cut out ,작업을 하는 시기의
작품들입니다.
그런 작품을 언젠가 어디서 만날 수 있길
기대하고 있는 중인데요,그 때가 언제일꼬 다시
꿈꾸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