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빈이는 그야말로 꼼꼼쟁이표 설거지를 합니다.
초벌 설거지하고 종류별로 그릇도 나누고 나름대로 개수대 안을 정리하고
설거지를 시작합니다.
그래서 수학을 잘했나? 싶기도 합니다.^^ (왠 쌩뚱맞지요?)
하도 느려서 옆에서 보고 있자면 천불 나지만 내버려 둬야 합니다.
자기 스타일이 그러니 어쩔 수 없더라구요.
바쁜 시대에 발 맞춰 살아야 하는데
사회생활 할때도 저리 느리면 어쩌나? 할 정도로
느림에 걱정도 되더라구요.
단...느린 대신 싱크대 물기까지 깨끗히 닦아주고 행주도 탈탈 털어 널어놓고 손 댈 일이 없는 반면
우리 경빈양은 후닥닥 손이 몇 번 오고 가면 설거지 그릇이 안보입니다.
엄청 빠르다는 거지요.
그러다 바닥으로 우당탕 달그락 꽝~ 쨍~하고 그릇이 떨어지고
젓가락에 반찬 뚜껑까지 떨어지고 그야말로 난리가 아닙니다.
물론 안그럴때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손이 날아다닙니다.
(그래서 수학을 어려워 하고힘들어 하나? ㅎㅎㅎ 역시 쌩뚱 맞지요?)
국물 음식 안 쏟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생각을 해야 합니다.
설거지 소쿠리에는 그릇들이 제 맘대로 앞으로 뒤로 춤을 추고 ^^
설거지 다 했다고 가 보면
잽싸게 해 놓은 설거지도 설거지지만
사방 팔방 물 튀겨있고 젓가락 수저가 아래로 위로 제 맘대로 담겨있고
되려 뒷 마무리 하기가 더 바쁘더라는 거지요.
물기 좀 닦아라~
그릇 좀 이쁘게 엎어라 ~
이게 뭐냐? 저게 뭐냐?
행주좀 꼬옥 짜라~! 등등 잔소리 할게 더 많아
안 시킨만 못하다 싶을때도 있답니다.
그래도 너무 힘들어 못할때는 셋 중에 누구 하나 걸리는 사람이
설거지 담당입니다
그리고 셋 째 형빈이는 수빈이와 경빈이의 딱! 중간 입니다.
밥 먹고 일어나면
되도록 세제 없이 설거지를 후닥닥 다 합니다.
후닥 후닥 빠른 반면 수빈이 만큼 꼼꼼은 아니더라도
경빈이 만큼 물기를 사방 팔방 뿌리진 않습니다.
대충 나 설거지 잘 했다는 표시는 하더라구요.
너무 느리지도 너무 빠르지도 않은 적당한 속도.
어쩜 한 뱃속에서 나온 아이들이 이리도 다르답니까?
그래도 아이들이 교대로 설거지를 해주면 훨씬 편하고 일이 빠릅니다.
저는 뒤에서 반찬 갈무리 하는 동안 싱크대 안에서는 설거지가 진행 되니까요.
설거지라는게 단지 그릇만 씻는게 아니잖아요~
반찬도 양에 따라 이리 저리 옮기고 정리하고
김치통도 비우고 정리하고
찌개 국 냄비도 작은 냄비로 옮기고
쉬지 말라고 끓여놓고 밥 먹고 난 뒤 할 일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러면서 나오는 설거지가 좀처럼 줄어 들지 않으니
아이들이 설거지 할때마다
왜 설거지가 줄어들지 않고 점점 많아지느냐~며 쫑알 대기도 합니다.

설거지 다하고 마무리 하는게 물기를 닦아주는 거지만
항상 깨끗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찬 국물이나 검게 기스 난 곳은 즉시 즉시 수시로 닦아줘야 하는 겁니다.
그렇다고 물기만 내리 닦는다고 깨끗한 것은 아니지요.

깨끗해 보이는 싱크대도 매직스펀지로 여기 저기

힘을 주고 닦다 보면

이렇게 노래지고 검어지기도 합니다.

매직스펀지로 닦은 싱크대는 물행주로 몇 번 닦아내고 나면
새 주방 기구처럼 깨끗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무엇이든지 깨끗해야 깨끗하게 사용을 하게 되더라구요.

다 쓴 매직스펀지는 마지막까지 싱크대 사이 사이 틈까지 더 닦고

닦다 보면

이렇게 노오란 물때가 많이 묻어 나온답니다.
이것도 수시로 닦아줘야 겠지요.
행복이님이 한 번은 싱크대가 왜 이리 깨끗하냐는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자기도 나름 깔끔 떨지만 이상하게 싱크대 사이가 맘에 안든다 하더군요.

흘린 음식국물 그때 그때 닦아주고 젖은 행주로 닦아내고 마른 행주로 작은 물기까지 마무리 해주는 설거지

싱크대 안에 자질구레한 냄비며 여러 그릇이 조금 정리가 안되었다 할지라도

맨날 보이는 싱크대라도 반짝 반짝 빛이 난다면

스스로도 깔끄름하니 일 할 기분이 날 겁니다.
설거지 조금 쌓여있어도 기본이 깨끗하니 그리 더러워 보이지도 않을 수도 있구요.
따로 정리하고 닦고 일 할 겨를이 없는
우리같은 사람들은 그 때 그 때 재빨리 치우는 습관이 제일 중요합니다.
살아가면서 어떤 일에서라도 마무리가 중요하듯
이 설거지도 뒷마무리가 중요하고
중요 하기에 더 힘들 수 도 있음을 말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