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집에 들어오니 보람이는 내일 여행길에 필요한
짐을 싸고 있습니다.
여행이라,그것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본의 도쿄에 가는 길이니
많이 설레겠지요?
엄마도 가고 싶다고 자꾸 말을 하게 되네요.
더구나 이번 여행은 지난 여름과는 달리 같은 장소에 가지만
혼자 가는 길이고 코스도 완전히 달라서 오히려 제가 더
흥분이 되는군요.

우에노 공원 주위에 있다는 미술관 두 곳을 포함하여
사진전시관까지 여섯차례의 전시관 관람이 있다고 하니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들고 올 것인지 기대가 됩니다.
더구나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지하철역 노선도,가야 할
곳의 가까운 지리,필요한 곳에 대한 정보,이런 것들을 남겨
놓으면 제가 다음에 가도 별로 힘들이지 않고 찾아다닐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니,
의사소통도 기본적인 것은 가능한 시점이 되었으니
언젠가 떠나기만 하면 되는 것이네 싶어지네요.

지난 한 주일,참으로 길고 힘든 한 주일이었습니다.
마음이 지옥이란 것은 말하긴 쉬워도 그 상황을 견디고
살아가는 시간은 정말 모든 것이 정지된 듯한 느낌에 사로잡히기
쉬운 시간이지요.
제게 마음의 지옥을 경험하게 하는 일은 주로 아이들과
관련된 일인데 역시 지난 주에도 그랬지요.
글을 쓰고 그림을 보는 일은 역시 마음의 평화가 없으면
힘든 일이란 것을 느낀 시간들이기도 했지요.
사건이나 문제에 대해 프레임을 달리해서 바라보라고
심리학자들은 충고하지만 그것이 글에서 읽는 것과
내 앞에 직접 닥친 일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것을
살면서 새록새록 느끼게 되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충고들을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하고
거리를 갖고 보면 정말 중요한 충고이자 에너지를 공급하는
근원이 된다는 것을 느낀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출구가 막힌 것처럼 보이는 상황도 그것이 새로운 입구를
찾는 계기가 된다는 말이 있지요?
저는 그동안 별 필요를 느끼지 않던 휴대전화의 문자쓰는 법을
배워서 아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 시간에 대한 후회,그 때 이랬더라면 저랬더라면
그런 것이 반성이 되어 에너지를 주기 보다는 자칫하면
자기 혐오에 빠지기 쉬운 감정이 아닐까 싶어서
그냥 잊어버리기로 했습니다.
미래에 대한 지나친 불안으로 현재를 사는 즐거움이나
현재를 사는 소중함을 잊고 싶지도 않네요.
그러니 정신 바짝 차리고 무엇을 어떻게 하면 지금 현재를
살면서 동시에 그것이 미래에 대한 디딤돌이 될 수 있을지
살펴야 되는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