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째 금요일, 강남에서의 건축사 스터디가 있는 날입니다.
아침에 집을 나서려고 하다가 휴대폰 문자를 보니 산노을님이 mp3 파일을 부탁하는 글이 와 있네요. 아차 그런데 연결선이 도서관에 있네
다음 번으로 미루고 그냥 갈까? 아니면 늦더라도 들러서 챙겨갖고 갈까? 순간 고민하다가 제게 온 선물을 다른 사람에게도 선물로 제대로
전달하고 싶어서 행복한 왕자에 들렀지요. 문제는 집앞에서 서는 여러 대의 버스와는 달리 그 쪽에서는 이상하게 버스가 오지 않네요.
앗, 이러다가 수업에 늦는 것 아닌가? 모범생 기질이 아직도 남아 있어서가 아니라 오늘 새롭게 참가한다고 연락이 된 사람들이 여럿인데
늦게 도착하면 혹시 모를 착오가 걱정이 되었거든요. 그런데 그런 걱정을 한 방에 날려버리듯이 갈아타는 정류장에 도착하니 신논현역까지
빠르게 가는 버스가 바로 오네요.
정류장에 내리는 순간 헤라님으로부터의 연락입니다 .윙 스터디에 왔는데 어디로 가야 하는가 하고요.
수업할 장소에 들어가니 낯선 얼굴들이 여럿 보입니다 .그런데 그 중 한 명의 얼굴이 어디서 본 듯한 아주 익숙한 얼굴이더라고요.
알고 보니 오래 전 함께 공부했던 학생의 엄마였습니다 ,그녀는 산노을님과 대학시절 기숙사에서 아주 친하게 지낸 친구사이라네요.
여러 번 권했는데 이제야 마음이 동해서 참석하게 되었노라고 해서 우리들은 어디서 언제 만나게 될지 모르니 죄를 짓고는 살 수 없겠다고
웃게 되었답니다.
크레타에서 미케네에 이르는 시기의 건축을 공부하던 중 제가 요즘 공부하고 있는 그리스에 관한 것들과 큐트폰드님의 축의 시대
그리고 여러 사람들이 의견을 보태는 것들이 더해져서 풍성한 수업이 되었습니다.
오랫만에 얼굴을 보게 된 옥보경씨. 인사도 제대로 못 나누었지만 쪽지를 통해 만난 jen님 (맞지요? 다음 번에 만나면 통성명하고
수업에 대한 감상도 함께 나눌 수 있길) 독립군이라고 자신을 밝힌 마리님, 그녀는 검색을 하다가 만난 글을 통해서 오늘 첫 교시의
영어 책읽기모임부터 마지막 심리학책 까지 하루를 온종일 수업으로 보내고는 피로하지만 개운한 얼굴로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일산에서 인문학 공부할 곳을 검색하다가 행복한 왕자를 알게 되었다는 희은씨, 그녀는 어제 목요일 수업에 처음 참석하고는
건축사에도 관심이 있다고 공부할 곳을 적어 갔지만 설마 그렇게 먼 곳까지 오겠나 하는 제 의혹을 비웃기라도 하듯 참석을 해서
심리학 책까지 함께 읽고는 조금 어렵지만 참 재미있었노라고 수줍게 웃으면서 이야기를 하네요. 돌아가는 먼 길, 동행해서 이야기하면
좋았겠지만 저는 남아서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그것은 다음 기회로 미루었습니다.
모임이 오래되면 그 안의 친밀함이 굳어져서 다른 사람들의 진입을 어렵게 할지도 모른다는 것, 그것을 가장 경계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문턱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문턱이 낮다고 생각하고 기쁜 마음으로 들어와서 새로운 공기를 불어넣어주는 그런 사람들을
환영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렇게 한꺼번에 다섯 명이나 새로운 얼굴들이 등장하는 것은 처음인 것 같네요. 더구나 기쁜 소식은
그 중의 한 분 hera님이 독일어 전공이라고요. 덕분에 첫 주 금요일 오후에 각자 공부하기로 한 외국어로 만나는 시간, 제가 갖고 있는
궁금증을 해결해줄 수 있는가 첫 만남에서 부탁을 했지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기쁜 소식이었습니다.제겐
쫑마마와 둘이서 읽는 책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구문들을 모아서 물어 볼 사람이 생겼다는 것, 구원병이 생긴 것같은 느낌이라서요.
돌아오는 길, 금요일 하루가 마치 먼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었습니다.
심리학 책 끝나면 카렌 암스트롱의 글을 원서로 읽자고 의견을 내야지 생각하고 왔는데 everymonth에 들어가보니 조조님의 글이
올라와 있어서 역시나 하고 웃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모여서 이렇게 서로를 알아가기도 하고 공부를 함께 하기도 하는 공동체가
오랫동안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의 소중함에 대해서도 가슴 깊이 고마움을 느낀 날이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