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카리나
악기 이름만 제대로 알고 있다가 가까이서 연주하는 것을 들은 것은 지난 토요일 음악회에서였습니다.
그녀가 4년동안 배우고 공연도 다니면서 갈고 닦은 솜씨로 불어준 음악으로 어린 아이들의 일기에도 제 휴대폰의 메세지에도
오카리나를 배우고 싶다는 희망이 담겼지만 정작 시작하게 된 것은 수요일 일본어 수업의 멤버들과 일본어를 함께 하지는 못하지만
악기를 배우고 싶다는 현희씨,그리고 기존에 배우다가 사정이 생겨서 지금은 쉬고 있는 불어반의 미원씨가 합류하기로 해서
시작부터 대규모 반이 되었네요.
처음 시작하는 것은 무엇이든 기대반 걱정반이기가 쉽지요. 그런데 첫 수업부터 너무나 자연스럽게 선생님 역할을 해주신 희진씨 덕분에
그리고 열성적으로 참석한 학생들 덕분에 우리는 첫 날 세 곡을 소리내어 불어볼 수 있었습니다.
서로 조금만 연습해오라고 당부할 정도로 기세가 장난이 아니더라고요. 음악을 좋아하지만 음악성은 현저히 떨어지는 제는 스스로
주술을 걸었습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기, 그리고 천천히 오래 오래 할 것
오늘부터 오카리나에도 일본어에도 합류한 두 사람이 있습니다. 한 사람은 외국어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희자씨,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은
조용해보이지만 일단 말을 하기 시작하면 입이 딱 벌어지게 논리적이면서 열정이 있는 유경씨, 그래서 일본어도 앞으로 어디로 가게 될지
주목하게 되네요. 더구나 오늘은 재희씨가 (그녀는 앞으로 제과 제빵 기술을 배워서 멋진 북카페를 겸한 빵집을 운영하고 싶다고요 )
자신이 만든 맛난 빵 (이름은 모르겠더라고요)을 들고 와서 우리들은 갑자기 여의도에 있다는 맛있는 빵집 이야기로 샛길로 빠지기도
했지요.
그러고 보면 무슨 일이 생길지 저 자신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주변에 누구와 만나서 무엇을 만들어나갈지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는 거네요.
그래서 저는 루크레티우스의 말을 마음 깊숙히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우연한 만남은 원자의 움직임에서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에서
향기가 되어 혹은 망치가 되어, 혹은 더 한 자극이 되어 사람을 변화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요.
한 번 배우고 나서도 우리 8월 음악회에서는 함께 한 곡 불어볼까요? 마음이 먼저 앞서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