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음악생각이란 제목으로 모니카님 집에서 음악회가 있습니다. 그러니 아무래도 독일어 수업을 하기가 어려울 모양이라
일요일로 날짜를 바꾸었지요. 그런데 이상하게 가고 싶어서 마음속에서 시간을 꼽아보게 하는 간송미술관 전시에 일요일 아침이라도
가보려면 토요일 오전 독일어, 불어 공부를 미리 예습하지 않으면 곤란해서 마음을 다잡고 앉아서 사전을 뒤적이면서 읽다보니
독일 여행에서 박진숙씨가 구해다준 베토벤 이야기에 등장하는 쉴러, 그리고 그의 시 , 시를 읽고 나서 머릿속에서 어떻게 음으로
표현할까 고민하는 베토벤의 고뇌, 그리고 드디어 완성된 악보 이야기가 의미를 완전히 파악하기는 어려운 상태에서 반복해서 등장하네요.
저절로 베토벤의 음악을 틀어놓고 한참 공부를 했습니다.
지난 월요일 불어 모임에서 처음으로 번역의 내 몫 이외에도 공부를 한 것을 자랑하고, 크게 무리가 없는 번역이었던 것이 너무 기뻐서
그렇다면 이번에는 정식으로 두 몫을 번역하겠노라고 공언한 사실을 아침에 뼈아프게 반성? 하면서 왜 그런 무리한 일을 저질렀나
후회가 되네요. 아무래도 두 배로 늘어난 분량은 불어가 쉬운 사람에겐 별 일 아니겠지만 아직도 초보를 벗어나지 못한 제겐 큰
부담이라서요.
어떤 모임이든 처음 참여한 사람들이 발제를 사양하는 심정이 너무나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발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제 처음 시작한 금요일 밤 모임이 생각나네요.
제가 생각하기에 여럿이서 읽을 만한 주제의 책들을 책상에 늘어놓고 처음 만난 사람들, 아직은 약간 낯선 분위기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고른 책이 강유원의 인문 고전 강의인데요 부부가 동반해서 온 경우 한 팀이 한 책을 맡기로 했지만 그 중에서
대학에서 강의하는 분이 있는 경우는 아무래도 따로 하는 것이 좋다고 해서 안티고네를 부탁했지요. 그리고 각자가 마음에 드는 작품을
하나씩 나누어서 맡고는 생각보다 일찍 헤어진 날, 다음 달의 수업은 과연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까 ,어떤 변수가 있을까 기대 반
고민 반이기도 합니다.
반 동겐에 관한 글 한 쪽을 읽고 나니 슬며시 꾀가 납니다 .불어를 잘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다른 한 사람 고흐는 그냥 가서 못했다고
고백할까? 유혹의 목소리도 들리고요. 그런데 그렇게 하면 마음이 떳떳하지 못할 것 같아서 중간에 다른 책을 읽으면서 놀다가
마음을 다잡고 앉아서 마저 읽었습니다.
역시 할 일을 다 마무리하고 나니 마음은 개운하네요. 그 사이에 동반한 음악이 베토벤, 두 차례 이상 들을 만큼 시간이 흘렀으니
아직은 단어를 많이 찾아야 하는 책읽기가 언제나 되어야 일이 아니라 놀이가 될 런지요!!
내일 아침 일찍 간송미술관에 갈 시간은 확보해놓았지만 과연 아침에 출발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것은 오늘 늦은 시간까지
여러가지 일들이 있어서입니다. 그래도 가고 싶다는 마음이 확고하니 출발할 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