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전에 역사모임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로마가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넘어가게 되는 시기에 관한
공부를 마치고,오늘 가는 음악회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지요.
메시앙이란 이름만 들어본 작곡가의 곡을 정명훈의 지휘로
들으러 가기로 했는데 (사실 혼자라면 선뜻 가기 어려운
그런 연주회인데 아무래도 함께 할 사람이 있으니
조금은 더 용감해져서 그래 들어보자 싶어서 가겠노라
약속을 했었거든요) 마침 everymonth의 큐트폰드님이
이 곡을 들었던 적이 있었노라,이야기를 거듭니다.
칸딘스키 그림을 생각하면서 들어보라고
겁내지 말고 10초 단위로 몰입한다고 생각하고 들어보라고
하네요.역시 전공자는 다르네 그렇게 생각하고는
점심먹느라,그리고 전주에서 올라온 친구랑
여러 시간 앉아서 그동안 못 만난 사이에 있었던 이야기하느라
음악회에 대한 생각은 뒤로 미루고 한참을 놀았습니다.
막상 연주회 시간이 되니 몸은 녹초가 되어서 많이 피곤하더군요.
그런데 자리에 앉아서 (합창석,그것도 지휘자가 바로
앞으로 보이는 자리였습니다.덕분에 지휘자를
처음부터 끝까지 표정과 몸짓,그리고 지휘하는 동작까지
제대로 볼 수 있는 귀한 기회가 되기도 했지요)
지휘봉이 처음 올라가는 순간,여느 곡과는 다른 소리로
귀가 활짝 열려서 잠이 달아나버리네요.
중간에 쉬는 시간이 없이 끝까지 연주하는 사이 사이
조금씩 연주가 멈추는 시간,켈리님과 저는 동시에
와 놀랍다,이제 윤이상을 들으러 갈 수 있겠다
그런 생각을 입으로 이야기하면서 그동안 함께 한
세월에 대해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언젠가 통영에 가고 싶습니다.윤이상 음악제에 참석하러
한국이 낳은 작곡가라서 의무로 듣는 것이 아니라
그의 곡을 마음으로 새기면서 들을 수 있는 날을 기대하게
된 것이 오늘의 연주회가 제게 준 아주 귀한 선물이 되었고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우리가 새로운 것에 대해
덜 두려워하면서 문을 열 수 있다는 것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된 날이기도 했습니다.
집에 와서 어제 찾아놓은 그의 음악을 다시 한 번 들으면서
놀라고 있는 중인데요,너무 모르면 몰입하기 어렵다고
구해서 들을 때의 연주와 한 번 제대로 전 곡을 다 듣고 나서
듣는 이 음악은 같은 음악이 아니라는 것때문이지요.


제가 만난 서울 시향의 공연중에서 가장 오케스트라의 규모도
컸지만 악기도 다양해서 눈도 귀도 바쁜 날이었습니다.
소리가 정지된 순간에서 마치 접신의 경지처럼 지휘자가
하늘을 우러르면서 소리를 모으는 장면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양한 소리와 접한 날이기도 했고요
현대음악에 대해 갖던 알지도 못하면서 경계하고 멀리하던
마음이 녹아버린 날이기도 했지요.
돌아오는 길,광화문까지 켈리님 차로 함께 오면서
이야기했습니다.
올해 무슨 음악을 만나게 될 지 기대가 된다고요.
그리고 이렇게 함께 할 수 있어서 고맙다고요.
음악회에 가고 싶지만 혼자서는 어째 용기가 나지 않는다거나
처음 시작이 어렵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 있다면
함께 하자고 권하는 말이 절로 나오는 밤입니다.
그녀에게 음악회에 함께 가고 싶다고 말을 꺼낸 이후
얼마나 다양한 음악을 들었는지 몰라요.
제겐 정말 작년 일년은 금요일마다 새로움의 연속인 날이었고
올해 역시 작년에 못 들었던 음악,세상에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음악과 만나는 귀한 시간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에
절로 기운이 나는 밤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