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과 우수가 지나고
전날부터 많은 봄눈이 내려 웬 떡이냐 싶어
부랴부랴 행장을 꾸리고 나섰습니다~
지난 번에 많은 눈이 내렸지만 산행을 못한 것이 못내 맘에 걸렸던 차라
횡재했다 싶은 거죠^^
오늘도 역시 삼각산에서 가장 설경이 좋다고 생각되는 코스로 달려나아갑니다~
늘 하던 습관대로 북한산성 입구를 버리고 작은 오솔길을 따라 오르는데
마침 고맙게도 누군가 한 사람이 길을 내 놓았군요.
앞선 발자국을 따라 가니 이제는 끊어져버린 수문앞 성벽입니다.
길을 가늠하기조차 힘들었을텐데 용케도 잘 나아갔습니다.
원효봉을 올려다보니 역시 멋진 풍경입니다.
눈을 한껏 머리에 이고 섰는 소나무의 모습니 가련할 법도 같은데
아름다움만이 눈에 들어오니 까메오의 눈만 호사를 합니다.
드디어 계곡으로부터 시작되는 대슬랩 위에서 내려다 보니 계곡 탐방로가 아주 작게나마 뵙니다~
우와~~~
맞은 편 의상봉도 하얀 두루마기를 두르고...
아랫길로 내려 대로를 따라 걷다보니 어느 새 중성문에 도달했습니다~
쉬지 않고 고우 온!
비석거리에도 포근히 쌓인 눈 세계를 이루었습니다.
여기까지는 많은 이들의 발자국으로 쉽사리 왔습니다만,
이 까메오는 오늘도 자신만의 세계를 꿈꾸며 행궁지로 향하는데...
어쩜...
아무도 밟지 않은, 길이 사라진 길...
이제부터는 스스로 나아가야만 합니다~
얼마를 끙끙대며 올라가는데 난데없이 짐승의 발자국이 쭈욱~나 있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굽이 두개로 갈라져있고 그 크기가어른 손바닥의 반이 되는 걸 보니 혹시 멧돼지???
머릿칼이 쭈빗 서면서 긴장이 됩니다^*@$&)!
약 이십여 미터를 따라가니 그 발자국은 산속으로 사라지고
또 다른 발자국이 나타나는데 가만 보니 산토끼 발자국 같습니다^^*
어서 빨리 이 곳을 벗어나야만 합니다~
이윽고 행궁지에 도착하니 사위는 고요하고 적막강산이 따로 없군요...
예쁜 석물들도 하얀 이불을 덮어쓰고 제 자리를 지키고 앉아있습니다.
평소때 같으면 삼십여분이면 오를 수 있는데
길도 안 보이고 발목까지 빠지는 눈길을 헤쳐 오르려니
시간은 시간대로 걸리고 체력도 많이 소모되었습니다.
이제부터는 능선길로 접어들었고 소나무에 쌓인 설경이 최고조를 이루니
카메라의 샷터가 쉴 틈이 없습니다~
홀로 걸어온 길도 뒤돌아보고 찰칵!
살포시 내려앉은 백색의 솜이불과 백 년도 훨씬 넘은 소나무 등걸의 그 요염한 자태~
나름대로 쎅시함을 느꼈다면 지나친 거시기일까요...
사진이 작아서 그렇지 원본대로 보신다면 감탄하실겁니다^^
제가 오늘 촬영한 백여 장의 사진중 단연 압권입니다~
끝없이 계속되는 홀로 가는 눈길...
배경음악은 Dana Winner가 부르는 Snow Bird~
*2부 커밍 수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