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벨이 울립니다.
누굴까? 이 시간에,혹시 아이들이 물건을 주문한 택배가
온 것일까?
궁금해하면서 문을 여니 초등학교에 다니는 조카가 서
있습니다.
엄마가 서울 간 동안 여기 있으라고 했다고요.
그 아이의 엄마는 어려서부터 운동이라면 참 남 달랐습니다.
식구들중에서 그렇게 운동신경이 뛰어난 사람이 없었는데
신기해하기도 하고 ,운동으로 진로를 잡으면 좋겠다는
체육선생님의 권고에 반대하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결국 수학선생이 되긴 했지만
아무래도 좋아하는 운동을 할 기회가 자꾸 생기더군요.
볼링을 배워서 대회에 나간다거나 (지금도 어쩌다
함께 볼링을 치러 가면 와,놀랍다 소리가 절로 납니다.)
요즘처럼 탁구를 시작해서 정말 놀라운 기세로
연습을 통해 달라지는 모습이 신기하지요.
오랫만에 만난 사람들은 입을 다물지 못합니다.
아니,배가 다 어디로? 할 정도로 운동이후에 몸매도
달라졌지만 삶의 대한 태도도 달라졌다고 할까요?
자매가 많은 집이라 서로 다른 개성으로 어떤 때는
갈등이 있기도 하지만 현실적인 일을 처리하는 능력이
뛰어난 그 동생으로 인해 많은 도움을 받기도 하고
판단이 어려울 때 상의하면 말끔한 해결책을 제시해
놀라기도 하지요.
더구나 막내동생의 경우에는 서로 바로 위,아래 자매라서
정이 남달랐습니다.
이민가는 언니에게 식구들의 비행기 표 (다섯명이라
만만치 않은 비용인데) 는 자신이 사주고 싶다는 말을 듣고
놀라는 이 동생에게 우리가 이야기했지요.
기쁜 마음으로 받아도 된다고.

영어와는 인연이 없었던 동생이 이민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영어를 배워야 하므로 학원에 다니는 중인데요
그 곳에서 내준 에세이 숙제에 바로 그 탁구이야기를
써놓고는 고쳐달라고 가져온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녀에게 탁구가 어떤 의미의 운동인지 그 때
처음 알았습니다.
자신을 변화시킨,그래서 인생이 바뀌었다고 느끼게 만든
그런 운동이라고,함께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도
그것이 무엇이든 새로 시작해서 그런 즐거움을 누리기
바란다는 글이었는데 이상하게 그 글이 마음에
오래 남더군요.

사촌동생이 왔다는 말을 들은 보람이가 벌떡 일어나
드물게도 몸을 재게 움직여 사촌동생이 아무 것도 들고
오지 않아 심심할까봐 둘이서 도서관에 갔습니다.
읽을 것을 챙겨오겠다고요.
그 집 형제를 끔찍이도 아껴서 마치 자식을 대하듯 하는
보람이의 행동은 정말 미스테리라서
우리집에서는 늘 이야기거리가 될 정도거든요.
가만히 있다가도 지금 온 조카랑 그 밑의 쌍둥이 두 동생에
대해서 생각을 하면서 그 아이들을 곧 못 보게 될 것이
아쉽다는 소리를 하기도 하지요.

물론 그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보람이의 친동생인 승태는
화가 난 반응을 보입니다.친동생인 나에게는 그렇게
친절하게 하지 않는다고요.

오는 정이 있어야 나도 그렇게 하지 맞대응하는 둘을
바라보고 있으면,코미디 프로를 볼 때 마음껏 서로 웃고
떠드는 두 남매가 다른 일에서도 마음을 맞추어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났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원래는 아침에 다른 일 시작하기 전
음악을 들으면서 어제 읽은 책 이야기,그리고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의 못 다 본 그림을 마저
찾아보려 했는데 아침에 온 어린 손님으로 인해
이야기가 엉뚱한 곳으로 흘러버렸습니다.
그래도 그것으로 좋은 것이지,오랜 세월 함께 한
동생과의 인연,그리고 그 가족과 맺은 보람이의 끈끈한
정을 새록새록 새겨보는 귀한 시간이 되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