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기가 막히도록 아름다운 인적미답의 길을 취하면서 걷습니다~
맞은 편 산 언저리엔 백설기의 층을 이루고...
굽이굽이 돌아갈 적마다 또 다른 은세계의 환상이 펼쳐집니다^^
봄눈
- 정 호 승 -
나는 그대 등 뒤로 내리는
봄눈을 바라보지 못했네
끝없이 용서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그대 텅빈 가슴의 말을 듣지 못했네
새벽은 멀고
아직도 바람에 별들은 쓸리고
내 가슴 사이로 삭풍은 끝이 없는데
나는 그대 운명으로 난 길 앞에 흩날리는
거친 눈발을 바라보지 못했네
용서받기에는 이제 너무나 많은 날들이 지나
다시 눈이 내리고 바람이 불고
사막처럼 엎드린 그대의 인생앞에
붉은 무덤 하나
흐린 하늘을 적시며 가네
검정 고무신 신고
봄눈 내리는 눈길 위로
그대 빈 가슴 밟으며 가네.
역시 소나무가 나무 중의 으뜸인줄을 새삼 실감케 해주었습니다.
나무의 재질뿐만 아니라 상록수요, 또 가지마다 쌓인 흰 백의 떡가루와 절묘한 조화를 이루지 않습니까...
저 멀리로 대남문이 고요히 앉아있습니다.
몇 해전 여기 아래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져 몇 달을 고생한 적이 있는 까메오는
더욱 조심성있게 다가올라가며 파노라마 사진을 연출하기 시작했습니다~
보실 분은 여기로 가시면 볼 수 있습니다
대다수의 서버가 사진의 가로 크기는 제한을 하지만 세로의 제한은 없습니다.
하여 오늘은 세로 사진을 많이 올렸습니다.
더욱 현장감이 나지요? 헤헤
이윽고 삼각산의 주봉 백운봉을 위시하여 만경봉과 그 사이로 희미하게나마 인수봉도 고개를 내밀고 우뚝 서 있습니다.
주변의 나무들은 서로 앞다투며 온통 설화가 곱게 피어있어 그 가슴 벅참은 형언하기 조차 힘이 들지요.
어느 예술작품이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가 있겠습니까?
서북 편 의상능선의 위세도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의상능선과 만나는 칠성봉에서부터는 또 다른 선행자의 발자국이 있어 그 뒤를 좇아갑니다~
청수동암문~ 치어밀고 올라오는 바람을 맞으며 잠시 쉬어갑니다.
이제 오늘의 하일라이트 대남문에 당도하여 성벽 틈새로 보현봉을 기웃거려봅니다^^*
차가워진 김밥 두 줄도 다 먹지 못하고 남긴채 니콘 수동 카메라를 들고 연신 셧터를 눌러대는 젊은 이에게
똑딱이 카메라를 맡기고 한 장 부탁했더니 왼손은 잘라버렸군요^^* 으유~
이제 하산 길에 오릅니다.
우리 말이 참 재미있죠?
下山길에 오른다고라??
사진을 보시면 알겠지만 분명 하산길인데 올랐습니다~
하하하~.~
오늘은 길을 바꿔 대서문으로 내려 가렵니다.
이 곳으로 내려가면 정릉과 평창동으로 이어지는데 형제봉을 거쳐 평창동으로 내려가는 길을 택합니다.
내려가는 길은 이미 많은 이들의 통행으로 쌓인 눈이 다져져 검게 변해버렸습니다.
늘 멀리에서 바라다만 보았던 형제봉에 처음 올라가면서 뒷산을 올려다 봅니다.
형제봉은 이 곳 터줏대감이신 안나돌리님 일행이 즐겨오르시는 곳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 까메오는 첫 선을 보러가는 길입니다
오른 쪽 작은 집은 일선사고요~
찰칵!
마지막 셧터의 소리를 남기며 봄눈맞이를 마칩니다.
길을 가운데 두고 서있는 맞은 편의 북악산 줄기...
오른 쪽 뾰족한 봉우리가 북악산이고 잘 보이실까 모르겠습니다만,
그 너머엔 남산이 희미하게, 아주 희미하게나마 제 존재를 알리며 우뚝 솟아있지요.
횡재를 한 기분으로 맘껏 즐겼던 봄눈.
곧 녹아버릴지 모를 봄눈.
늦게나마 포근함과 희열을 까메오에게 선사한 봄눈이었습니다~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봄 봄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