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표에서 여행의 첫 날이 바로 세고비아의 수도교였습니다.
그런데 수도교를 만나기 전에 상당히 여러 곳을 거친 셈이지요.
우선 엘 에스꼬리알,성모 발현지,그리고 아빌라
그 다음엔 알카사르까지
드디어 수도교에 도착했습니다.
벌써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한 거리에 그래도 사람이 가장
많이 움직이고 있네요.
아마 연휴에 나들이 나온 사람들,우리들처럼 관광을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겠지요?
내리자마자 거대한 규모의 수도교를 어떻게 잡을까,
이것은 내 역량에 부치는 것이로구나 실감이 났습니다.
우선 수도교에 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사실 책에서 읽었다해도 현장에서 바라보면서 듣는
귀로 듣는 이야기가 더 와닿는다는 것은 여행을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요.그것이 마술인 것일까요?
그다지 새로운 것이 없어도 이상하게 귀로 듣는 설명이
더 오래 간다는 것이 바로 강의의 매력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다시 하게 되던 날이었습니다.
(그다지 새로운 것이 없다고 느끼는 것은 제가 유적지를
가기 전에 워낙 이런 저런 자료들을 찾아보기 때문에
그 이상을 넘는 설명을 만나는 것이 어렵거든요.
다만 역사적 사실뒤에 있는 바하인드 스토리의 경우는
어라,새롭네 낯설고 신기하네 그런 기분으로 듣게 되지요
그래도 그것이 활자를 벗어나 사람의 입으로 나오는 설명이
라면
더 오래 기억되는 것이 참 신기한 경험이더라고요)

맨 처음 이 곳에 온 사람들은 페니키아인들이고
그 다음 그리스인,그들은 무역을 위해서 전진기지가 필요한
사람들이었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그 곳에 가서 그들의 흔적을 어디서 찾아야 하나
그런 자료를 구하지 못해서 그것은 체념하고 있었습니다.
겨우 일주일 여행에서 그렇게까지 찾아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바르셀로나에서 구한 영문판 catalonia란 책을 보니
바로 그 안에 페니키아인의 흔적과 그리스인의 흔적을
찾아갈 수 있는 곳이 소개되어 있더군요.
근사한 사진과 함께.
언젠가 한 번 가 볼 수 있을까 마음속에 새겨두었습니다.
그 다음 이 곳에 온 사람들이 카르타고사람들이고
그들은 상당히 오랜 기간 이 곳에 머물렀지요.
이 곳을 근간으로 삼아 로마인들과 싸움도 하고
그들이 로마인에게 지고 나서 이 곳은 로마제국의
곡창지대 역할을 했다고 하는데
로마군단이 들어와서 아예 진을 치고 살기도 했기에
그 흔적으로 남은 수도교를 찾아올 수 있게 된 것인데
그들이 화강암을 반듯하게 쌓아올린 기법에 그저
입이 벌어질 따름입니다.
그런데 이런 수도교가 필요했던 이유중의 하나가
아까 본 알카사르에 물을 공급하는 임무도 포함이 되었다는
설명이 새로와서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이 수도교는 1914년까지 실제로 그 지역사람들에게 물을
공급하는 역할을 했다고 하는데 역사적인 유적으로가 아니라
살아있는 존재로 기능을 오랫동안 해온 것이 신기해서
자꾸 둘러보게 되더라고요.

이 지역에서 로마가 물러가고 나서는 아랍인들이 와서
살았는데 그들이 로마인들보다 더 진일보한 방식으로
수도교를 흐르는 물을 관리했다고 하니,아랍인들이 전성기에
이 나라에 보탠 이익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물론 이민족이 들어와서 살았다는 것이 이익만이 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그 상황에서 스페인사람들이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자신들의 발전을 위해서 이용할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을 해보게 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이 곳을 보고 있으려니 프랑스의 님에도 가보고 싶고
퐁 뒤가르는 어떨까 상상을 해보게 됩니다.
아무래도 사진으로만 보는 것으로는 그 느낌을 생생하게
알기 어려운 법이니 생각이 저절로 그곳으로 가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세고비아의 수도교가 허허벌판에 있는 유적이 아니라
이렇게 환한 불빛이 흘러나오는 거리와 맞닿아 있는 것이
재미있어서 한 컷 담았습니다.

건축사를 읽다가보면 그리스인들은 아치를 이용하지 않았는데
로마인들에겐 아치가 상당히 중요한 공법이었다는 말이
있더군요,그 말이 실감나는 현장에 와 있구나
언젠가 시대별로 건축사의 흔적을 찾아서 전문가인 가이드와
연결되어 제대로 된 설명을 들으면서 건축의 현장을
가 볼 수 있다면 하는 바램도 마음에 품은 시간이었습니다.
욕망은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무엇을 보면 더 확실해지는 것이로군
그런 생각도 하게 되었고요.
한 번도 가까운 시일안에 프랑스 남부를 여행하게 될 것이란
생각을 못하고 있었는데 그 지방의 유적을 마음에 품게 된
것도 이번 여행중의 큰 소득이었으니 사람의 행보는
언제 어떻게 어떤 계기로 길을 바꾸게 될 지 참 상상하기
어려운 법이로군요.
수도교를 끝으로 공식적인 하루 일정을 끝냈지만
사람이 눈으로만 살 수는 없는 법,
스페인 여행기에서 수도 없이 읽은 하몽,그 음식을 박물관이란
이름으로 팔고 있는 곳에 갔습니다.
하몽 박물관이라니 참 거창한 곳이로군 하면서 따라간
곳인데요 이 곳이 말하자면 서울의 함흥냉면집 비슷한 곳이란
설명을 들었습니다.



일,이층으로 된 공간에 사람들이 붐비고 음식을 앞에 둔
웃음소리,이야기소리가 드디어 사람들이 사는 현장에
온 기분이 들게 합니다.
음식의 양이 많아서 다 먹지도 못했지만
함께 하루 일정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곁들여서
맥주를 마시기도 한 날,늘 맥주는 내겐 조금 쓰다는 생각을
하고 살았던 제겐 이번 여행이 맥주와 와인맛을 알게 한
시간이 되기도 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