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동 로마제국을 가다

이 책을 처음 집어들었을 때 내용보다도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책 표지의 수도교였습니다.
어디일까? 그리고 이 거대한 건축물을 어떻게 이렇게 잡았을까?
벌써 두 가지 호기심으로 책읽기에 불이 붙었었지요.
저자는 기자로 로마제국의 변방을 차례로 돌아다니면서
로마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한 권의 책을 완성했더군요.
그런데 첫 여행지가 히스파니아,즉 지금의 스페인이었습니다.
그는 로마가 세운 곳을 가기 전에 마드리드에서 우선 프라도에
갑니다,그리고 고야의 두 마야앞에서 감탄사를 늘어놓으면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아마 그때부터였을 겁니다.제가 스페인에 마음이 동한 것은
그래도 그때는 그가 소개한 스페인에서 만날 수 있는
로마 유적지를 가 볼 수 있을 줄은 아직 모르던 때였지요.
기타리스트 세고비아로만 알고 있던 세고비아,그런데
세고비아란 지명이 있다는 것도,그 곳에 로마시대의
수도교가 아직도 건재하고 실제로 1914년까지 사용되고 있었다는 것,
그 주변에 백설공주를 찍은 알카사르가 있는데 사실은
무기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다는 것
다른 지역 메리다에 가면 로마시대의 다리가 아직도 있다는 것
여러가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쉬운 것은 그 시대에 현지에 살던 사람들은
로마인이 들어와서 살게 된 이후 어떤 변화가 있었고
그 시대를 어떻게 생각했는가에 대한 기록은 없었다는 것이지요.
그런 아쉬움은 히스파니아뿐만 아니라 저자가 다룬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였는데 아마 기록이 없어서였겠지요?

이 곳에 이사벨라가 여왕이 되기 전 이복오빠에 의해
유폐되었던 적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현지에서 설명을 들으면서 보는 건축물은 그것의 현장성을
살려서 새로운 공간으로 변모시키는 힘이 있더군요.
터키에서 옛 트로이지역에 갔을 때도 그것을 느꼈습니다.
만약 아무 것도 모르고 왔다면 이 곳은 그저 폐허에 불과한
곳이지만 그 곳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그 곳을 잘 아는
사람의 설명과 더불어 그 자리에 있을 때 생생한 현장감에
몸과 마음이 떨리는 경험을 하던 순간이 기억나네요.
이사벨라는 어린 동생을 지키려고 지혜를 짜내어
백합을 이용해서 일종의 살인을 저지를 수 있는 것을
막았다는 설명을 들으면서 그녀가 과감하게 정치력을
행사할 수 있던 것은 우연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제겐 그녀의 지나친 카톨릭에의 경도가
그 사회의 전반적인 발전에는 독이 되지 않았나
의구심을 지울 수 없더군요.
당시 사회를 움직이는 큰 힘이었던 유대인과 아랍인을
몰아낸 것은 당시의 재정난을 해소하는데는 당장 도움이
되었을지 몰라도 길게 보면 사회를 정체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 것이
그 사회로서는 치명적인 결함이 아니었을까?
단지 스페인만이 아니겠지요?
지나친 순수에의 열정은 위험하다,저는 역사를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최근에 읽은 소설에서 한 단 권의 책만을 읽는 사람이
제일 위험하다는 말을 주인공의 입에서 들으면서 그래,맞아
그렇게 수긍하던 시간이 기억나네요.
그 책이란 경전을 말하는 것인데요 코란이건 성서건
그것만이 유일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그 이외의 것을
다 배제해야 할 대상으로 본다는 점에서 그렇겠지요?


안에 들어가보니 기념비가 세워져 있었습니다.
무엇인가 궁금했는데 함께 있던 가이드가 설명을 해주네요.
1808년 고야의 그림에서 보는 그 사건이 있던 시기
(프랑스군과의 결전을 말하는 것이지요)
이 지역만이 프랑스군과의 싸움에서 패배하지 않고
싸운 것을 기념한 것이라고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만난 역사의 흔적이라고 할까요?
이 성은 이 성만이 겪은 역사를 지니고 있는 것이로구나
단지 이 전투만이 아니라 이 성안에 유폐되어 있었던
사람들의 영욕을 지켜본 공간이란 생각을 하니
갑자기 한 장소라는 것이 그저 땅에 불과한 것이 아니네
긴장을 느낍니다.


다른 일행들은 설명에 열중하는 동안 저와 캐롤님은
사진찍기에 바빴습니다.


모녀가 나란히 구경와서 딸이 엄마를 사진찍어주는 모습이
보기에 좋아서 저도 살짝 한 컷 찍기도 했지요.

그 곳을 나와 수도교로 가기 전 잠깐의 자유시간동안
좁은 골목길을 돌아다니면서 구경하느라 바빴습니다.




처음 들어갈때의 표지판보다 각도를 조금은 낫게 잡은
기분으로 한 컷 살짝 찍기도 하고요

눈에 익은 그림의 패로디가 재미있어서 한 컷 찍기도 하다보니
어느새 일행이 보이지 않습니다.
캐롤님과 저는 그래도 어디선가 일행을 만나겠지 느긋한
마음으로 거리를 둘러봅니다

어라,이 좁은 지역에도 이런 가게가 있네 신기하여 찰깍


저기서 멀리 일행의 모습이 보입니다,이제 세고비아의
수도교로 떠날 시간이 되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