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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홀로서기

| 조회수 : 1,800 | 추천수 : 69
작성일 : 2007-10-22 19:37:00


홀로서기    





1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가슴이 아프면 아픈 채로,
바람이 불면
고개를 높이 쳐들면서, 날리는 아득한 미소.

어디엔가 있을 나의 한 쪽을 위해
헤매이던 숱한 방황의 날들.
태어나면서 이미
누군가가 정해졌었다면,
이제는 그를 만나고 싶다.




2

홀로 선다는 건
가슴을 치며 우는 것보다 더 어렵지만
자신을 옭아맨 동아줄,
그 아득한 끝에서 대롱이며
그래도 멀리,
멀리 하늘을 우러르는 이 작은 가슴.
누군가를 열심히 갈구해도
아무도 나의 가슴을 채워줄 수 없고
결국은
홀로 살아간다는 걸
한 겨울의 눈발처럼 만났을 때
나는 또 다시 쓰러져 있었다.




3

지우고 싶다
이 표정 없는 얼굴을 버리고 싶다
아무도
나의 아픔을 돌아보지 않고
오히려 수렁 속으로
깊은 수렁 속으로
밀어 넣고 있는데
내 손엔 아무 것도 없으니 미소를 지으며 체념할 수밖에......
위태위태하게 부여잡고 있던 것들이
산산이 부서져 버린 어느 날, 나는
허전한 뒷 모습을 보이며
돌아서고 있었다.




4

누군가가 나를 향해 다가오면
나는 뒤로 물러난다.
그러다가 그가
나에게서 멀어져 갈 땐
발을 동동 구르며 손짓을 한다.

만날 때 이미
헤어질 준비를 하는 우리는,
아주 냉담하게 돌아설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아파오는 가슴 한 구석의 나무는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떠나는 사람은 잡을 수 없고
떠날 사람을 잡는 것만큼
자신이 초라할 수 없다.
떠날 사람은 보내어야 한다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일지라도.




5

나를 지켜야 한다
누군가가 나를 차지하려 해도
그 허전한 아픔을
또다시 느끼지 않기 위해
마음의 창을 꼭꼭 닫아야 한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얻은 이 절실한 결론을

하며 어겨보아도
결국 인간에게서는
더이상 바랄 수 없음을 깨달은 날
나는 비록 공허한 웃음이지만
웃음을 웃을 수 있었다.

아무도 대신 죽어주지 않는
나의 삶, 좀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6

나의 전부를 벗고
알몸뚱이로 모두를 대하고 싶다.
그것조차 가면이라고 말할 지라도
변명하지 않으며 살고 싶다.
말로써 행동을 만들지 않고
행동으로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나는 혼자가 되리라.
그 끝없는 고독과의 투쟁을
혼자의 힘으로 견디어야 한다.
부리에, 발톱에 피가 맺혀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숱한 불면의 밤을 새우며
를 익혀야 한다.




7

죽음이 인생의 종말이 아니기에
이 추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살아 있다.
나의 얼굴에 대해
내가 책임질 수 있을 때까지
홀로임을 느껴야 한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홀로 서고 있을, 그 누군가를 위해
촛불을 들자.
허전한 가슴을 메울 수는 없지만
하며
살아가고 싶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사랑을 하자.


* 가을빛이 좋던 어제 뒷동산에서
   나무 틈새에서 고운 옷을 입고 있는
   뱀딸기 잎새랑 한참을 놀다 왔습니다....^_^*

  

http://blog.paran.com/balbori?p_eye=blog^hom^log^blo^myblog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브런치샵
    '07.10.23 11:02 AM

    오랜만에 다시 읽는 시네요. 늘 사진과 함께 잘 보고 있어요. 감사!

  • 2. 금순이사과
    '07.10.23 5:59 PM

    깔끔하고 색감이 너무 고운 사진
    그리고 글 잘 읽었습니다.

  • 3. 카루소
    '07.10.23 9:31 PM

    사진과 음악 그리고 홀로서기...넘 환상적입니다. 최고입니다!!

  • 4. 봄향기
    '07.10.24 5:08 AM

    요즘 딱 제 마음을 읊어놓은 시이네요. 여고때 읽고 30 중반이 되어 다시 읽으니 완전 새로운 시가 되어 가슴에 꽂힙니다. 감사합니다..

  • 5. 사과
    '07.10.24 1:44 PM

    나무 사진이 환상 입니다요...^^*~~~

  • 6. 늘푸른
    '07.10.24 4:20 PM

    ....().

  • 7. 청정하기
    '07.10.24 5:27 PM

    왠지 이유없이 센티멘털한 분위기가 좋아서 고등학교 시절에 이 시를 외우고 다녔었는데
    오늘 이렇게 아름다운 사진과 같이 대하는 이 시가 정말 새롭습니다. *^^*

  • 8. 소박한 밥상
    '07.10.24 6:51 PM

    꾸벅 ^ ^* (잘 보고 잘 듣고 간다는 인사입니다)

  • 9. 시골아낙
    '07.10.26 10:43 PM

    어디엔가 있을 나의 한 쪽을 위해
    헤매이던 숱한 방황의 날들.
    태어나면서 이미
    누군가가 정해졌었다면,
    이제는 그를 만나고 싶다.

    이 글 귀가 제 가슴에 와 닿았던 적이 있었는데..
    이젠 그 때의 그 순수함이 자꾸만 없어져 가는 아줌마입니다.

    항상 돌리님 사진 보고 많이 배웁니다.
    이론은 안되지만 실기만..^^*

  • 10. 산골처자
    '07.10.27 11:13 PM

    옛날 생각이 나네요~~~
    이시를 책상에 붙이고 외우던 시절이 있었는데....
    가슴에 마니 와닿았었는데 다시 되새겨 보게해주셔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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