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산행신청을 해 놓고 보니 걱정도 앞선다.
산행이야 일단 올라서면 누구나 다 가기 마련이지만
서울산악회님과의 첫 산행이니 실수나 하지 않을까..
낼모레가 환갑소릴 듣는 나이임에도 아직까지 낯가림을 하는 내가
산우님들을 어떻게 대할까...등등
일단 여기도 사람들의 모임이고 나도 사람인데 뭐~
"안녕하셔요^^*"로 첫 만남을 신고하니
참가 인원이 의외로 적어 자리는 남아돌아 널럴하네.ㅋ사당동 밤 11시 출발!
한계령까지라면 두 시간은 충분히 잘 수 있겠다 싶었는데
왠걸~ 잠은 아니오고 내설악휴게소에서 새벽 두 시에 라면으로 조반(?)을 한다.뉘신지 모습은 기억에 생생한데 닉네임을 몰라 죄송하지만
좌우지간 여성선수 두 분과 함께 라면을 끓이는데
한 멋진 모습의 선수께서 콩나물이랑 각종 야채를 가져오셔서
라면 끓이는 물에 뜸뿍 넣으신다.
저 게 맛있을까???
우와~ 그 맛 한 번 진짜 짱이다^^*
고맙습니다~.~다시 장비를 챙겨넣고 한계령으로 출발!
새벽 보슬비 속의 체조로 몸풀기를 하고 출발 앞으로~
촉촉히 내리는 가을비를 맞으며 캄캄한 빗속을 뚫고 랜턴 불빛의 행렬이
무리를 지으며 나아가길 한 시간 여~
근데 말입니다.
어찌 어찌 하다보니 맨 앞에서 가는데 길이 없어졌네요$%%^*_)@
약 20여분을 기다리니 일행이 도착하시고 다시 앞으로~
공연한 힘만 낭비했으니 '삽질'한 셈이 됐습니다.
선두를 앞지를 생각은 추호도 없었는데 말입니다.
이윽고 날이 밝아오고 얼추 올라왔는지 나무들의 키도 작아져 첫 번째 봉우리 끝청에 다다랐음을 알겠네요.
드뎌 끝청에 도달했습니다^^*
그치만 여기가 끝은 아니죠~
단지 시작에 불과할 뿐..
중청~대청~희운각~천불동계곡~비선대~소공원으로 향하는 길고 긴 길이 있습니다
여기까지의 서북능선길은 빗물로 인해 마치 시궁창을 연상케하여 등산화는 물론 바짓단이 온통
흙투성이로 변해버려 너나할 것 없이 모두 다 흙강아지 처럼 변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관리공단에서는 쓸려내려가는 토사를 막기 위해
이렇게 예쁘게 돌깔기 작업에 착수했답니다.
대청봉에 오르기는 이 번이 세 번째.
30년전 그러니까 1977년엔 용대리, 백담사에서 올랐었는데
천당폭포 근처의 다리가 도중에 끊어졌다며 하산길이 막혀서
산중에서 7시간을 갇히는 바람에 그 아름답다는 천불동 계곡을 보지 못한 채 캄캄한
밤길을 헤치고 내려왔던 기억을 만회하려 이번에야 말로 절호의 찬스라 생각되어 찾아왔습니다.
이미 많은 등산인들이 대청봉 표지석을 점령하고 계십니다.
이 까메오도 함박눈 속에 몸을 맡기며 대청봉에 올라섰습니다!
와우~
중청으로 되돌아와 8시에 이른 점심(?)을 먹고 하산길을 재촉합니다.
비는 조금도 누그러질 줄 모르며 내리는데
구름이 살짝 걷히면서 설악이 그 알몸을 드러내니 일제히 환호성을 지릅니다~
고도를 낮추며 내려가는 길엔 비가 내리는데도 불구하고 기암괴석 설악의 모습이
점점 더 확연히 드러나니 빗속일지언정 오길 잘 했다는 생각만 듭니다^^
이제 더 이상의 말은 필요치 않으니 묵묵히 구경만 하고 내려갑시다~
맨 위 대청봉 부근엔 이미 단풍은 낙엽이 된 지 오래고
이제 서서히 한창인 지대로 내려왔습니다.
이제부터 꿈에도 그리던 천불동 계곡이 시작되었습니다.
천불동 계곡의 하일라이트 천당폭포!
양폭산장에 도착하니 대장님께서 삶은 계란을 준비해 놓고 대원들을 맞이해주었습니다.
빗줄기는 계속 거세게 내리지만 우리의 산행은 거침이 없습니다.
비가 내리니 단풍구경은 뒷전으로 밀어내고 물구경에 더욱 신명이 나는데
여기저기 계곡마다엔 실처럼 가는 새로운 폭포가 생겨났습니다.
귀신의 얼굴을 닮았다는 귀면암~
어떻습니까? 비슷합니까??
이제 산행도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비선대~선녀들이 하늘로 날아 올랐다는 곳...
단풍도 곱게 물들어 찾는 이들을 반겨 맞이해주었습니다.
굉음을 뿌리며 쏟아져 내려가는 비선대의 물줄기~~~
한 가지를 잃으면 다른 한 가지를 얻을 수 있지요?
단풍구경도 좋지만 물구경으로 만회를하여 취한 하루였습니다.
우중산행으로 더욱 힘들었어도 기분은 최고조에 이르렀습니다.
전날부터 감기기운으로 칼칼하던 목이 잠겨가도 내일 아침엔 다 나을 거라 믿으며...
드디어 설악산 소공원에 도착했습니다.
버스에 오르니 먼저 와계신 분들의 위로의 말씀이 이어집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짝짝짝~~~
열 시간 부터 열두 시간에 이르기까지 모든 대원님들이 무사히 완착했습니다
이제 먹어야겠지요?
힘든 산행끝에 진미가 없다면 X없는 Y일테니까요~
주문진 해변의 횟집에서 이 날의 대미를 장식한 채 또 다른 산행을 꿈꾸며 상경 길에 올랐습니다.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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