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줌인줌아웃

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금요일 아침 호퍼의 그림을 보다

| 조회수 : 1,018 | 추천수 : 54
작성일 : 2007-09-28 08:43:11


  오늘은 처음으로 역사모임을 시작하는 날입니다.

강남에서 한 달에 한 번 종횡무진 서양사를 읽기로 정하고

그리스부터 읽어가기로 했거든요.

어제밤 늦게 공부하러 온 한 여학생이 신기한 듯이

쳐다보더군요.

제가 포스트 잇에다가 글씨를 써서 여기저기 붙이는 것을요

그래서 이야기를 했지요.

어디다 쓰려고 이렇게 붙이는 것인가 하고요.

그러면서 이것을 해서 밥이 나오는 것도 떡이 나오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서 더 즐거운 일이 있다고

여러 번 읽은 책이라서 그냥 가서 이야기한다고

그다지 힘든 일은 아니겠지만

이상하게 처음이란 설레는 마음이 있어서일까요?

그리스에 관한 글을 여러 권 찾아읽으면서

오랫만에 참 여러 날 공부를 했습니다.

점점 늘어나는 노트를 바라보는 일이 가슴 뿌듯하네요.

아침에 길을 나서기 전에 everymonth에 들어갔더니

버지니아의 클레어님이 다시 박물관에 가서 본 조각과

그림을 올려주셔서

조금 짬을 내어 그림을 더 보려고 들어와 있습니다.

해금 연주를 틀어놓고 그림을 보는 이 시간이

고요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네요.








공동체의 삶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소외감을 잘 보여주는

화가이지요.

그렇다고 공동체의 삶이 다 행복하다 그런 것은 물론

아니겠지만 근대가 우리에게 선물한 것과 비례해서

우리에게서 뺏어간 것들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네요.




화가의 자화상입니다.

공동체라고 말하고 나니

닥터 고토의 진료소란 제목의 일본 드라마가 생각납니다.

오키나와에 있는 한 섬이 배경인 이 드라마에서는

바로 그런 공동체의 정서가 아직 많이 남아있어서

어디로 가야 할 지 몰라서 방황하던 도시인들이 들어와서

처음에는 당황하면서 살다가 여기가 마음의 고향이라고

느끼게 되는 그런 곳으로 그려지고 있더군요.

그런데 그것은 장소의 문제만은 아니겠지요?

자신의 삶에서 우선순위를 무엇으로 설정하고 살아가는가

자신이 마음의 주인이 되어서 살고 있는가도

중요한 부분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추석 전 날 보람이랑 외출을 했었습니다.

마침 공연 티켓을 선물받은 것이 있어서요.

그런데 공연을 보고 나서 돌아오는 길에

종로에 있는 제과점에서  좋아하는 케익 한 조각을 먹고 싶다고

해서 들어가서 먹던 중 아이가 말을 하네요.

엄마,나는 이런 곳에 들어오는 것을 좋아하고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남자를 만나면 좋을 것 같애.

그래서 제가 말을 했지요.

어떤 사람을 만나면 좋을 것 같아라고 생각해도

실제로 사람을 만나보지 않으면 그것은 알 수 없으니

미리 규정해서 이런 사람,저런 사람 그렇게 정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기회가 생기면 사람을 사귀고

아직 일학년이니 너무 다급하게 생각하지 말라고요.

이 그림을 보고 있으려니 갑자기 그 날의 대화가 생각이

나네요.












아들이 기숙사로 들어가고 나니

집도 덜 어질러지고 더 조용하지만 어째 이상한 기분입니다.

사람이 한 사람 들고 나는 것이 이런 차이를 만드는구나

이 아이들이 다 커서 집을 나가서 살게 되면

어떤 기분으로 나는 살아가게 될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집안일을 도와주시는 아주머니가 어느 날 이야기를 하네요.

승태가 기숙사에서 돌아오는 날이 역시 사람사는 집

같지요?









호퍼의 그림은 한 점 한 점이 굉장한 이야기를 담고 있군요.

소설가가 한 편의 소설에서 담으려고 하는 것들이

화가의 붓으로 한 점에 압축되어 담긴 느낌

그렇다고 그가 일부러 작정하고 이야기한다기 보다는

그림에 우리 스스로 반응하게 만든다고 할까요?








클레어님과의 인연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녀가 처음 리스폰스 페이퍼에 관해서 말하면서

보내온 쪽지로 인해 서로 연락하게 되고

실제로 대전에 가서 함께 백제의 흔적을 찾아서

여행을 여러번 하기도 했었지요.

글로만 만나던 사람을 실제로 만나서 함께 한 시간들

그 시간의 흔적이 쌓여서

서로 교감을 나누고

멀리 떠나기 전에 일부러 챙겨서 들고온 박스에 감동했던

기억,

그리고 버지니아에서도 그녀의 미술관에 가면

일부러 기록을 남겨서

우리들에게 올려주는 덕분에

버지니아가 우리들 삶의 일부로 스며들게 되는 것

그녀의 그림에 촉발되어 앉아서 다시 그림을 찾아보게 되는

그런 인연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아침

이제 나갈 시간이 되어 아쉬운 마음으로 그림 보기를

접어야 하지만 마치 향을 피운 기분으로

일어날 수 있는 아침이기도 하네요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안경
    '07.9.29 8:27 PM

    그림에 문외한인 어른이 읽을만한 그림책 소개해 주세요.

  • 2. intotheself
    '07.9.30 11:09 AM

    안경님

    그림에 문외한이라고 해도 여러가지 종류가 있으므로

    실제로 어디서부터 읽고 싶은지 기준을 정해주신다면

    오히려 소개하기가 좋을 듯 싶네요

  • 3. 안경
    '07.9.30 8:09 PM

    글쎄요.그 기준도 잘 모르는데요.쉽게 접할수 있는 내용의 책이라면...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8126 제부도 바닷길 하늘담 2007.09.29 938 14
8125 할아버지어부의 아침 4 어부현종 2007.09.29 1,649 22
8124 저 바다 끝까지 ~~~~~~~~~~~~~~~~ 2 도도/道導 2007.09.29 894 35
8123 사랑하는 별 하나 3 안나돌리 2007.09.29 1,053 11
8122 일본어 초급 공부,함께 시작할 사람들은 5 intotheself 2007.09.29 1,837 44
8121 제부도 4 하늘담 2007.09.28 864 14
8120 요 쬐끄만 풍경이 잠못들게 하네요... 10 온새미로 2007.09.28 2,435 30
8119 바다에서 잡아온 멸치 해풍 건조후 5 진도멸치 2007.09.28 1,501 33
8118 멸치 바다에서 잡아 건조까지 진도멸치 2007.09.28 1,108 37
8117 진도멸치 생산과정 입니다 진도멸치 2007.09.28 1,525 35
8116 소래포구 어판장 4 하늘담 2007.09.28 1,862 10
8115 금요일 아침 호퍼의 그림을 보다 3 intotheself 2007.09.28 1,018 54
8114 가을 오후의 산책길~~~~~~~~~~~~~~ 4 도도/道導 2007.09.28 1,041 29
8113 삼각산 여우굴-호랑이굴 탐방 2007-9-23 3 더스틴 2007.09.27 1,132 30
8112 장 담궈드시나요? 이제는 엄마도 연로하셔서 구입하여 먹으려합니.. 구로동아줌마 2007.09.27 1,805 16
8111 외줄타기.남산 한옥마을 2 하늘담 2007.09.27 1,016 11
8110 죽음의 추석 귀성길 6 경빈마마 2007.09.27 2,803 26
8109 인천 소래포구 갯벌 2 하늘담 2007.09.27 910 9
8108 연휴보다는 일상생활이~~~~~~~~~~~ 도도/道導 2007.09.27 906 39
8107 파이널 판타지 복장으로 꼬복 2007.09.26 964 37
8106 산타 페를 만나보실래요? 4 intotheself 2007.09.26 4,553 70
8105 시편 23 편 ~~~~~~~~~~~~~~~~~~ 6 도도/道導 2007.09.26 1,324 31
8104 대한민국의 한사람임을 자랑스러워 합시다. 4 카루소 2007.09.26 2,172 42
8103 울 용진이 50일 사진이에요. 10 yaani 2007.09.25 1,584 33
8102 아내에게 바치는노래 1 어부현종 2007.09.25 1,347 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