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곡미술관 2번째 주 강의에 세잔을 비롯한
여러 명의 화가를 한꺼번에 강의한다고 씌여 있네요.
다른 화가들은 이미 여러 번 책으로 읽으면서 만난
화가들이라 그냥 수업을 들어도 되겠지만
이상하게 이번엔 세잔을 제대로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그리고 의문점은 왜 이렇게 앞자리에
그를 언급하는가였기도 하고요)
인상파 화가들과 피사로를 매개로 잠시 어울리긴 했지만
세잔은 인상주의의 이념에 동조하는 화가가 아니라
오히려 그들이 그림에 표현하고자 하는 순간적인
인상보다는 순간적인 것 너머에 있는 영원한 형태를
추구한 화가라고 알고 있어서 더 혼란스럽게 느껴지고
그렇다면 강사는 다음 시간에 세잔을 맨 앞자리에
세워서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일까 흥미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일단 갖고 있는 책을 다 추려서 꺼내놓고
시간이 나는대로 세잔을 읽어가기 시작했지요.
"But you know all pictures painted inside, in the studio, will never be as good as those done outside. When out-of-door scenes are represented, the contrasts between the figures and the ground is astounding and the landscape is magnificent. I see some superb things and I shall have to make up my mind only to do things out-of-doors."
- letter to Emile Zola, 19 October 1866
세잔은 어린 시절 프랑스 남부의 엑상 프로방스란 곳에서
성장을 합니다.
우리식으로 말하면 중학교 때 학교에서 만난 에밀 졸라와
다른 한 친구가 삼총사처럼 어울려 다니면서
낭만주의 소설가들에게 매력을 느끼기도 하고
라틴어로 된 시도 읽고
그리고 본인이 직접 시를 쓰기도 했더군요.
그러다가 에밀 졸라가 먼저 파리로 가게 되고
줄창 그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파리로 오라고
강력한 아버지밑에서 크면 자신을 뒤이어 은행가가 되길
원하는 아버지는 그가 법학을 공부하길 원하고
세잔은 지방의 법대로 진학하지만 그의 관심은 점차
그림쪽으로 기울게 됩니다.
1861년 드디어 그는 파리로 가지만
파리는 그에게 그는 파리에게 그다지 호의적이지 못하더군요.
당시 누구나 화가가 되고 싶다면 그곳으로 나가는
일종의 엘리트 코스가 에꼴 드 보자르에 입학하는 것이지만
그곳에서는 그의 그림을 거부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미술사에 등장하는 기라성같은 화가들이
대부분 에콜 드 보자르의 입학시험에 떨어진다는 것이지요)
그에게 인생에서 좋은 일이 있다면 그 곳에서
피사로라는 화가를 만나게 되었다는 것인데
성격이 까다로와서 남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 세잔에게
피사로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그를 대하고
나중에는 그를 미술적으로도 이끌어 준다는 것인데요
세잔은 피사로를 회상하길 자신에겐 아버지나 다름없는
존재,아니 그 이상으로 신적인 존재였다고 쓰고 있습니다.

그는 파리 생활에 적응을 못하고 자신의 고향과 파리를
왔다 갔다 하면서 그림을 계속 그려나가더군요.
지금 보고 있는 작품들은 초기작들인데
나중과는 달리 검정색 배경이 눈에 확 들어오지요.
피사로는 그에게 검정색을 쓰지 말것, 삼원색과
그것을 응용한 색을 쓰도록 권고하더군요.

세잔의 아버지입니다.
그가 읽고 있는 신문은 에밀 졸라가 기고하고 있던
상당히 진보적인 신문이라고 하는데요
사실 아버지가 읽는 신문은 이런 종류가 아니었다고 해요.
세잔은 무슨 의도로 이 신문을 읽고 있는 아버지를 그렸을까
추측하는 것도 흥미있는 일이로군요.

시골에 있는 동안 여자 모델에 대해서 조심스럽고 기피하던
세잔에게 기꺼이 모델이 되어 준 사람이 바로
그의 삼촌이라고 하네요.
그래서인지 이 삼촌을 그린 작품이 여러 점 있더군요.


이 그림속의 인물은 그림으로 성공하고 싶어했으나
이름을 알리지 못하고 죽은 친구라고 하더군요.
그러나 세잔의 모델로서 불멸의 이름을 얻은 사람이라고
어제 읽은 책에서 평론가는 그렇게 쓰고 있었습니다.
그가 앉아 있는 의자는 세잔의 아버지가 앉아 있는 의자와
같지만 세잔이 의자를 그린 방식에서는 차이가 난다는
말을 듣고 자세히 보니 그렇네요.
그린 시기는 얼마 차이가 나지 않지만 세잔은
이미 그림의 방식에서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요.

그림을 그린 초기의 몇 작품들은 나중의 세잔을 생각하면
이 그림을 그린 사람이 세잔인가? 이름을 보기 전에는
알기 어려운 그런 그림들이 여러 점 있더군요.

마치 들라클로와를 선두로 하는 낭만주의의 격정이
흘러넘치는 그런 그림같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 그림은 마네의 올랭피아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은
그림이라고 하는데요 세잔은 두 번에 걸쳐서
올랭피아를 그리더군요.
이 작품이 나중 것인데요 그림을 그린 기법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워낙 작품이 많아서 한 번에 세잔을 다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네요.
밤에 들어와서 다시 차근차근 더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