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길었던 세월이네요.
보람이가 고등학교 일학년이 된 해부터 지금까지
4년 반을 거의 매일 6시에 일어나는 제겐 참으로 힘든
(아무래도 올빼미 생활을 해서 더 그렇겠지만) 시간이었습니다.
고등학생인 딸,아들에게 특별히 다른 것을 해 줄 수 없었으나
이상하게 두 아이가 다 한 번 잠들면 옆에서 아무리 전화가
울어대도,시계가 소리를 내도 깊은 잠을 자는 바람에
학교에 가기 전에 꼭 깨우는 일만은 해야했지요.
일년에 서너 차례 제가 못 일어나면
비상이 걸렸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오늘로 추억이 되어버릴지도 모르겠습니다.
2학기가 시작한 어느날,
승태가 와서 말을 하더군요.
엄마,선생님에게 기숙사에 들어가도 되는가 하고
신청을 해놓은 상태인데
선생님이 조금 기다려보래
그래?
일산사는 아이들도 기숙사가 가능하니?
그러니까 기다려보라는 것이지
뭐라고 말하면서 기숙사에 가고 싶다고 했니?
집에 오면 아무리해도 컴퓨터를 켜고 싶고
텔레비젼만 보게 되니까
자신의 의지로는 잘 고칠 수 없어서 기숙사에 들어가
새로운 마음으로 공부하고 싶다고 했다고요.
그런 말을 하고도 역시 집에 오면 그 전 그대로이지만
제가 밀어서가 아니고 아이 스스로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이'
변화의 징조로 보여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막상 기숙사에 들어가는 것이 결정되어
이번 일요일 밤에 처음으로 집을 떠나서 기숙사로 가게 된다고
하니 마음속이 한편으론 좋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론 마치 이런 마음이 군대보내는 부모들의
심정과 (물론 비교가 되지 않겠지만) 비슷한가 싶군요.
뭔가 서성거리게 되는 마음
새벽에 아이가 나가는 뒷모습을 보고 나서
누워서 눈을 감고 음악소리를 듣다가도 음에 집중하지 못하고
다시 공상을 하게 되네요.
어떻게 적응을 할 것인가,일어나는 것,일상속의 잘못 들인
버릇들을 극복하는 것,과연 생각대로 자신과의 싸움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엄한 규율이 있다고 하는데
졸업할 때까지 그 곳에서 지낼 수 있을까?
그래서 결국은 누운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서
글로 푸는 수다를 떨게 되는군요.
아무리 내가 혼자서 걱정을 해도 살아가는 것까지
내가 대신 할 수 없는 것이니,그저 기도하는 마음으로
마음을 보태는 수밖에는 없지,그렇게 마음을 돌려먹고
어제 읽기 시작한 현대미술의 빗장을 열다에서
만난 그림들을 검색하고 있습니다.

인상주의 화가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던 시절
가장 유명한 화가라고 할 수 있었던 부게로의 작품입니다.
님프와 사티로스

거의 같은 시기에 그려진 모네의 인상,-일출이란 제목의
그림이지요.
이 그림에 대해서 전시회에 온 미술평론가가 잡지에 쓴
글을 보니 마치 벽지보다 못한 쓰레기같은 ,그리다 만듯한
그림이라고 비평을 했더군요.
당시에 일군의 화가들이 기성화단의 방식에 반기를 들고
그들 나름의 독자적인 방법으로 그린 그림들을 모아서
살롱에서 낙선된 작품들을 전시한 첫 전시회가
카푸친 가의 나다르라는 사진사의 스투디오에서 열렸다고
하네요.
아하,모네의 작품에서 나온 거리 이름이
그래서 그들에겐 중요한 곳이었나 보구나 하고
이제야 그 이름에 주목하게 되었지요.
두 그림을 비교해서 도판을 보면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
이 책의 서두였습니다.
노성두님의 강의에서 가장 중요하게 배운 것중의 하나가
그림을 비교해서 보라는 것인데 그 이후에 그렇게
비교해서 보니 정말 시대의 변화가 그림속에 반영되는 것이
좀 더 선명하게 보여서 도움이 되네요.
부게로의 그림은 인물이 중앙에 모여있지요.
당시는 신고전주의가 주류를 이루고 있던 시절인데
부게로의 그림 역시 그리스 신화가 주제이지요.
신고전주의 화가들은 이런 주제를 통해서 윤리와 지혜를 가르치려고 했다는군요.
그것에 비해 인상,해돋이에서는 특별히 교훈적인 이야기는
없고 다만 화가의 눈에 비친 풍경의 인상을 잡아낸 것
바로 이 점이 당대의 비평가들을 격분시킨 요인이라고
하네요.(역사와 교훈의 부재라)
인상주의 이전에는 프랑스에서 풍경화란 장르가 따로
존재하지 않았다고 합니다.그렇다고 작품에 풍경이 등장하지
않았다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요
부게로의 그림에도 물론 풍경은 존재하나 그것은 실제
풍경이 아니고 그림의 배경으로 쓰인 풍경이지요.
그러나 인상,해돋이에서는 풍경 그 자체가 주인인 그림이
되고 있다는 것이 큰 변화라고 합니다.
인물도 마찬가지겠지요?
신고전주의의 역사나 신화속의 인물에 비해서
인상주의에서는 당대의 주변에서 볼 수있는 보통사람들이
등장하는 것도 큰 차이겠고요.
색채의 변화도 아주 큰 차이라고 하는데요
부게로의 그림에서 보면 색을 섞어서 쓰고 있으면서
책채가 어둡고 깊게 표현된 반면
모네의 그림에서는 색채가 전반적으로 밝고
물감 튜브에서 나온 색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고요
예를 들어 그들은 보라색이 필요하다고 하면
색을 섞어서 보라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빨강과 파랑을 나란히 병치해서 보라색의 효과를 냈다고
하네요.
이런 색채 사용에서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바로 붓자국이라고
하는데 부게로의 그림을 보면 붓자국이 보이지 않지요.
그러나 인상,해돋이에서는 붓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남아 있는 정도가 아니라 여기저기 붓자국으로 이루어진
그림처럼 보이는데
당시의 기준으로 보면 이런 그림은 그저 스케치에 불과한 그림
그리다가 만 그림으로 간주했다고 하네요.
이렇게 다른 시대의 그림을 두 점 놓고 비교해서
보면서 설명한 이야기를 읽다보니 그렇군
이렇게 다르구나 선명하게 이해가 됩니다.
지난 번에 마네의 올랭피아,그리고 카바넬의 비너스를
놓고 설명을 들을 때도 역시 이 방법이 참 효과적이구나
하고 느꼈었거든요.
이런 방법론은 로코코 시대의 그림과 신고전주의 시대의
그림을 비교해서 보는 것
그리고 신고전주의와 낭만주의의 그림을 비교해서
보는 것에도 역시 적용되겠지요?


카푸친가를 그린 두 점의 모네 그림입니다.
새벽잠을 설치고 나서
오이스트라흐의 바이얼린 연주를 찾아서 들으면서
부게로의 그림과 모네의 그림을 찾아서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느새 창문밖이 환해지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