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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기립박수를 치다,손바닥이 얼얼하게

| 조회수 : 2,118 | 추천수 : 31
작성일 : 2007-08-22 00:04:21


  연주회장에 다니기 시작한 올 해,그래도 늘 금요일에만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수업끝나고 집으로 걸어오는 길에

길거리에 붙은 포스터에 눈길이 갔습니다.

어라,정명훈이 아람누리에서 공연을?

갑자기 호기심이 생겨서 날자를 확인하니 화요일이네요.

처음에는 아쉽다,아쉽다 하면서 그냥 포기하고 말았는데

생각해보니 아직은 방학중인 날이라서

시간을 당겨서 수업을 하면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일정을 조정하기 시작했습니다.

여러 아이들과의 약속을 바꾸는 일이라 몇 주 전부터

이야기를 다 마무리하고

오늘 7시 수업을 마지막으로 도서관 문을 나섰습니다.

동생과 조카도 이 음악회에 간다고 해서

함께 밥을 먹고 택시를 잡아타고 아람누리로 가니

벌써 일곱시 사십분

표를 찾느라 줄을 서는데 전석 매진이라고 쓴 안내문이

보이네요.

역시 지휘자와 피아노 협주곡의 협연자 (김선욱)가 널리

알려져서 가능한 일이겠지요?

서울시향의 정기연주회에 간 적이 있었는데

이 연주단과 그 연주단이 같은 교향악단인가

다시 볼 정도로 오늘 연주자들의 모습은 빛났습니다.

지휘자에게 몰입해서 하나가 된 느낌이라고 할까요?

이상하게 제 눈이 지휘자를 따라다니면서도 단원 각각에

대해서도 눈길이 가고 유난히 빨아들일듯이 연주하는

오보에주자에게도 그 옆의 바순주자에게도

제일 앞쪽의 첼리스트에게도

저 뒤에서 연신 머리를 움직이면서 연주하는 플룻주자에게도

그리고 맨 뒤의 팀타니를 맡은 연주자에게도

시선이 골고루 가면서 연주자의 표정을 제대로 살핀 날이기도

했습니다.

피아노 협주곡의 협연자인 김선욱은 이제 겨우 20살

그런데 피아노 앞에서 그가 내는 다양한 소리에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제 손이 저절로 움직이면서 가락을 따라가는 희아한

경험을 한 날이기도 하고

키가 그다지 크지 않은 지휘자가 거인처럼 느껴진 날이기도

했습니다.

협연이 끝나고 한 번 터져나온 박수가 끝날 줄 모르자

연신 무대뒤로 들어갔다가 나왔다가 어쩔줄 모르던

피아니스트,피아노 앞에서는 그렇게도 격렬한 소리를

토해대던 연주자가 환호하는 청중앞에서 어쩔줄 모르는

모습을 보이자 오히려 신기하고 재미있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15분 쉬는 시간을 보내고

다시 시작한 교향곡 3번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곡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연주자들을 하나로 묶는 지휘자의 손을 ,몸의 움직임을 따라가느라

정말 쉴 사이 없이 몰입한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연주가 끝나고

순간 정적이 감돌다가 갑자기 휘몰아치는 박수소리

그리고 누가 먼저라고 할 것없이 일어서서 기립박수가

터져나왔습니다.

저도 클래식연주회에 가서 기립박수를 친 것은

처음 한 경험이었네요,그러고 보니

박수소리가 식지 않자 마지막으로 연주한 앵콜곡은

음악은 원래 이런 즐거움을 위해서 작곡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흥겨웠습니다.

일층에서는 그 연주가 끝나자 7살 정도의 남자아이가

흥에 겨워서 춤을 추었다고 하네요.

지휘자는 그 아이가 귀여워서 어쩔줄 모르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고 하는데 제 눈에는 그것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만난 동생에게 들으면서

아이로 하여금 일어나서 춤추게 만든 음악의 힘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사람이 너무 많으니 걸어가자고 하는 바람에

셋이서 걸어서 집까지 오다가

좋아하는 빙수 한그릇 먹고 시원한 기분으로 집에 와서

글렌 굴드의 연주로 협주곡을 다시 들어보고 있는 중입니다.



오늘은 어쩐지 낭만주의 화가의 그림을 보아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나는 밤입니다,

마음으로 고른 화가는 터너인데요

처음 본 작품이 로마에서 추방당하는 오비드로군요.

그가 왜 추방당했는지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지만

어제 읽은 책에서 (그림이 된 건축,건축이 된 그림

아마 제목이 길어서 거꾸로 인지는 몰라도 그런 이름이

들어가는 책이지요) 괴테가 이탈리아 여행에서 이름을

가명으로 쓴 사연이 나오더군요. 젊은 베르테르의 자살이

로마 교황청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서 괴테를

위험인물로 보고 발간된 책을 교황청에서 다 사들여서

대중이 못 읽게 했다고 하네요.

지금이나 옛날이나 권력을 지닌 층에서 무엇을 금하고자

할 때 생각하는 방식이 너무 비슷하구나 싶어서 쓴 웃음이

나온 기억이 납니다.



앞에서 말한 책은 건축과 교수가 서양의 건축과 그림을

연결해서 설명한 연재작품을 책으로 묶은 것인데요

제겐 참 즐거운 독서경험이 된 책이었습니다.

아직 급한대로 그리스,로마만 찾아서 읽고 나머지는 아껴서

시간나는대로 그 시기의 서양사를 읽는 김에 혹은 미술사를

읽는 도중에 함께 읽어보려고 하는데

필력이 좋아서 건축에 관한 설명도 어렵지 않게 머릿속에

박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느 분야에 대해서 일반대중을 상대로 글을 쓰면서도

전공자가 보아도 가볍지 않고,대중이 읽어도 지루하지 않으면서

알맹이도 많은 그런 책을 쓰는 저자들이 점점 늘어나는 요즘

이런 현상이 지금이라도 와서 좋다고 생각하다가도

조금 아쉬운 마음이 생기네요.

십년전에만 이런 현상이 있었어도 새로 글읽기를 시작한

분야에서 얼마나 신나게 즐거움을 누렸으랴 하는 마음에요.



그리스건축과 로마건축을 가장 다르게 하는 요소로

아치와 돔을 들더군요.



오늘 걸어오는 길에 제가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모도 오빠가 다 크면 일년정도 안식년이 있으면 좋겠다고요

그랬더니 조카가 물어보더군요.

일년동안 무엇을 하고 싶은가하고요.

세계를 돌아다니고 싶기도 하고

시골에 가서 손으로 하는 일들을 제대로 배우고 싶기도 하고

그런데 일년동안 쉴 수 있을까?

그러면 육개월이라도 그렇게 해볼까?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을 들으면서 그림을 보던 중

이 그림을 만났습니다.

아,오늘은 이것으로 족하다 싶은 그림을 만나니

여기서 멈추어 한참 바라보는 것으로 행복한 하루를 마감하게 됩니다.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Tyrol
    '07.8.22 10:15 AM

    저도 갔었는데^^....빌려온책도 반납하고...간만에 좋은연주회였습니다...

    셀프님 근데 마지막에 나온 앵콜곡 제목이 뭐죠? 갑자기 생각이 안나데요..


    지금까지 계속 흥얼거리고 있는데....

  • 2. intotheself
    '07.8.22 1:16 PM

    tyrol님

    저도 흥얼거리곤 있는데 곡 제목은 생각이 나지 않네요.

    일산에 사시는 분인 모양이지요?

    요즘 아람누리에 가면 새로 들어오는 책제목 구경하느라 즐겁더군요

  • 3. 시타인
    '07.8.22 11:55 PM

    김선욱님의 연주에 대한 칭찬의 글이 자자해서.궁금하곤 합니다.
    동호회분들도 많이 감상하러 가셨던데..
    극찬을 하시는것은 처음인듯..
    그리고 정명훈님이 앵콜곡을 연주하셨다니..
    아이때문에 1여년이상을 갈 수 없는 ..이 답답한 심정..
    부럽습니다.

  • 4. 시타인
    '07.8.23 11:09 AM

    앙콜곡은 베르디의 운명의 힘이 었답니다.

  • 5. 쌍봉낙타
    '07.8.23 7:30 PM

    앵콜 곡은 헝가리 무곡 아니었던가요??
    정명훈씨가 그 곡을 좋아하는 지
    얼마전 일본에서 공연했을 때도 (도쿄 필하모니)
    똑같은 곡(헝가리 무곡)이 앵콜곡이었어요.
    그리고 바로 그 날 정명훈씨의 큰누님이 돌아가셨다고 하네요.
    앞으로도 공연이 줄줄이 있어서 장례식에도 못가신다고 해요...

  • 6. 시타인
    '07.8.26 10:05 AM

    베르디의 운명의 힘. 맞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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