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당장 나갈 일만 없다면
무슨 일을 하건 즐거운 마음으로 몰두할 수 있는
이상하게 기분좋은 날이기도 합니다.
낮에 점심을 차려서 먹으면서 말러를 들었습니다.
듣다가 참 신기한 인연이란 생각을 하게 되네요.
이름만 알았지 제대로 한 번도 못 들어보던 작곡가인데
우연히 일본드라마를 보다가 주인공이 지휘자인데
말러를 지휘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단원들과의 트러블
그것으로 인해 악단 지휘를 그만두고
시골에서 지내게 된 지휘자가 시골 중학교 12명 아이들과
지휘로 만나게 되는 사연이 생기고
그 과정을 통해서 자신이 잊고 있었던 것을 되찾고
다시 이전의 단원들과 새롭게 말러를 지휘하는 것으로 끝나는
그런 드라마였지요.
제목은 그것이 답이다,혹은 그것이 대답이다
이렇게 검색하면 나온답니다.
그 때 처음으로 제대로 말러곡을 들었고
그 다음에 함신익씨의 지휘로 kbs와 협연한 말러 교향곡
3번을 제대로 들으면서 마음이 벅찬 기억이 떠오르네요.
그리고 그 뒤에 다시 한 번 그것이 답이다중에서
말러의 곡이 나오는 부분만 추려서 보았지요.
오늘 다시 소리를 조금 올려서 교향곡을 들으면서 밥을 먹고
교향곡을 들으면서 설겆이를 하면서
신기하구나,인생은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아무래도 교향곡은 혼자서 집에서 제대로 듣기엔
부담이 가서 잘 듣게 되지 않았었는데
어느새 멜로디를 따라가기도 하고
각 부분의 악기에 신경을 쓰기도 하고
어느 순간 멈추어서 다시 들어보기도 하는
그런 행복한 음악듣기가 일상에서 이루어지는 경험을
하게 되다니,그것이 금요일의 연주장 나들이가 제게 준
선물이구나 싶네요.

화요일 수업하러 나가기 전 약간 남은 시간동안
하이페츠의 연주로 듣는 바하곡을 틀어놓고
호쿠사이의 그림을 보고 있습니다.
일본,제겐 정말 먼 나라였는데
한 사람과의 인연으로 이제는 깊숙하게 제 생활에 들어온
나라가 되었습니다.

어제 다 읽은 책 나에서 우리
그 책의 저자들은 독자들에게 요구하더군요.
이 책을 읽은 당신,그냥 책을 덮지 말고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이 책을 건네주시길
그리고 한 번 읽었던 책으로 끝내지 말고
당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고
단 한가지라도 실천할 수 있길,그래서 세상이 조금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변할 수 있는 일을.
그것으로 당신은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노라고

그 말을 읽고나니 메모하면서 읽었던 웬디수녀의 글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동기가 무엇이든 사랑은 자기안에 갇혀있지 않고
자기밖으로 뻗어나가야 한다,
세상에는 사랑할 것투성이지만 그것을 찾으려면
자기밖으로 나가는 모험을 감행해야 한다


어른이 되고 나서 치마라곤 한 번도 입어보지 못한 제게
올해는 참 특이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말레이지아에서 방학을 보내러 온 아이가
방학중에 공부하러 오고 싶다고 인사를 하러 왔을 때
그 아이의 어머니가 내민 선물
그 안에 들어있었던 것이 그곳에서 해마다 사오시는 커피와
그리고 이번에는 치마가 있었습니다.
그것을 받았을 때만 해도 제가 여름내내 집에서 치마만
입고 지내리라곤 상상을 못했었지요.
그런데 막상 입어보니 편하고 시원해서
한 벌을 더 사서 정말 여름내내 치마를 입고 지낸
경험을 한 것이지요.
그것이 무에 그리 대단한가 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제겐 참 인상적인 일이었습니다.

한달 반동안의 수업을 마치고 어제 그 아이와 어머니는
다시 말레이지아로 돌아갔지요.
내년 여름방학에 만나면 그 아이는 또 얼마나 정신적으로
큰 상태로 만나게 될까 기대됩니다.

사는 일에 대해서 이렇게 저렇게 미리 재단하고
닫아두지 말고,자주 통풍을 시키면서 새로운 것에 열려있는
마음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지나간 세월에 대해서도 후회만 할 것이 아니라
그 시간,그것으로 충분했다,그것으로 좋았다
그렇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돌아보고 싶어지네요.
